도전! 마라톤!

제2회 홍천강변마라톤(2014/10/12)-FULL

HoonzK 2014. 10. 16. 18:29

 참가 신청을 하고 난 뒤에야 알았다.
무지무지 힘든 코스라는 사실을.
홍천강을 따라 달리는 아름다운 코스이긴 하지만 가공할 오르막을 만나게 된다는 사실을 늦게 알았다. 그것도 여러 차례. 돌아올 때 더 힘든 코스.
무난하게 SUB-4를 할 수 있는 대회를 고르는 게 현명했는데......


 홍천 하이트 진로공장 입구에서 출발하였다. 여유가 많지 않아서 다리 스트레칭만 조금 해 주고 발걸음을 떼었다. 160명 남짓한 풀코스 인원. 묘하게도 이 대회는 3시간 50분과 4시간 페이스메이커만 있었다. 살짝 무거운 느낌으로 발걸음을 떼니 4시간 페이스보다 빠른데 4시간 페메는 20미터 앞에 있었다. 한숨에 제칠 수 있는 거리이긴 했다. 코스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면 모험을 걸어볼 수 있겠으나 홈페이지 어디에도 코스 고저도가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스피드를 올릴 수도 없었다. 미리미리 조심하는 게 나았다. 3킬로미터를 지나면서 오르막을 만나는데 오르막을 넘고나자 홍천강을 따라 구비구비 이어진 주로가 구름 사이로 나타났다. 부분부분 물든 단풍이 아름답게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원래 아름다우면 코스가 쉽지 않은 법.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가지 못하고, 풀코스 주자는 고작 160여명밖에 되지 않으니 다들 주로에 흩어져 코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없었다. 그저 두루뭉실하게 난코스가 많다는 정도만 출발 전에 들었을 뿐이다. 차츰 몸이 풀려 SUB-4 기준보다 조금 빨라졌다 싶으면 오르막이 나와 시간을 잡아먹었다. 그러니 열심히 달렸다고 하지만 10킬로미터 통과 기록이 56분 35초였다. 이때쯤 페이스메이커는 400미터 이상 앞으로 치고 나가 버렸다. 햇빛은 강렬하니 기온이 금새 올라가 10월 중순치고는 너무 덥게 느껴지는 날씨가 되었다. (이날 최고 기온은 29도)

 

 이따금 한탄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돌아올 때 죽었네. 갈 때 내리막이 가파르니 돌아올 때 더 힘들겠어. 이건 뭐, 산악마라톤도 아니고.

 내 나름대로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도 SUB-4는 틀렸군. 훈련이라고 생각해야 겠어. 춘천마라톤 2주전이니 좀 쉬운 마라톤을 선택할 걸. 경주국제마라톤이 2주 전이라면 지난 해처럼 참가했을텐데.

 

 나 혼자 대회에 출전한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앞 주자와 300미터 이상 떨어지고, 뒤에서는 발걸음 소리조차 들리지 않으니.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오르막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내리막에서 되찾자. 꼭 4시간 이내에 완주해야 한다는 욕심을 버리자.
자세 교정한다는 느낌으로 달리기도 하고 경치 구경한다는 마음으로 달리기도 했다.

건너편에서 1등으로 달려오는 함찬일님에게 응원을 보내고, 특전사님에게는 날라 가시네요라는 멘트를 하는 여유도 보였다.

마라톤을 계속 인상쓰면서 할 필요는 없으니..... 
굽이굽이 돌아돌아 달려간 끝에 도달한 티라미스 펜션. 그 앞에서 반환하였다.

 

2시간 00분 06초 41.

 

생각했던 것보다는 늦지 않았다.
 22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 어느덧 50미터 앞쪽에 세 명의 주자가 보였다. 어느새 많이 따라간 것이었다. 이 때 화장실에 들렀다. 30초쯤 지났다. 다시 앞 주자와 100미터 이상 차이가 났지만, 23킬로미터를 넘어섰을 때 세 명의 주자를 모두 제칠 수 있었다. 제침과 동시에 내 뒤를 바짝 따라오는 발걸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누군가 나를 페메로 생각한 듯 바짝 쫓아오고 있었다. 방금 제친 사람임에 틀림이 없어 보이지만 고개를 돌려서 확인하지는 않았다. 옆에 와서 동반주하며 대화라도 나누면 좋을텐데 1~2미터 뒤에서만 따라오니 추적당하는 느낌이라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25킬로미터 지점에 가까워지면서 힘든 오르막 하나가 나왔다. 다들 걷고 있었다. 숨소리가 거칠어졌지만 그대로 뛰었다. 이렇게 내 안의 소리를 다른 사람에게 들려 주어야 하다니 부끄러운 마음마저 들었으나 입을 크게 버리고 숨을 크게 쉬는 수밖에는 이 고비를 넘길 수가 없었다. 얼마나 쳤을까? 이내 뒤에서 들리던 발걸음 소리가 끊어졌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 드디어 동반주를 할 수 있었다. 500미터나 떨어져 있던 내가 그와 함께 달리게 되다니...... 서로 도움이 되어주는 레이스가 되고 있었다. 내가 따라가는지 그가 따라오는지 알 수 없는 묘한 느낌의 레이스였다.

 

-이 페이스로 가면 서브4 가능한가요?

 

 그렇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금 힘이 남아 있으니 다행이네요.
-힘이 남아 있으면 후반에 치고 나가 보세요.
-35킬로미터 이후에 그러고 싶은데 문제는 오르막이 너무 심해서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마라톤 코스라고 하기에는 좀 말이 안 되는 코스도 있긴 하지요.


 29킬로미터 지점에서 스포츠겔을 먹었다. 이제 에너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28킬로미터 지점이네 하고 생각했는데 29킬로미터 지점이었던 행운도 챙겼다. 착각한 덕분에 부담이 대폭 줄어들었다. 반환하기 전까지는 집안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내내 받으며 달렸는데 이제는 달리기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30킬로미터 지점을 지나면서 내 스피드는 더 좋아졌다. 기록은 2시간 50분 언저리. 32킬로미터 통과기록은 3시간 2분 되기 직전. 남은 10킬로미터를 57분 정도에 달릴 수 있다면 SUB-4는 가능했다.(지난 5월 의령에서는 이 순간 에너지 고갈로 20분을 날렸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6킬로미터쯤 남으면 오르막은 사라지겠지 했는데 또다시 나타났다. 3킬로미터 남았을 때까지도 2번의 오르막을 감당해야 했다. 39킬로미터 지점에서 골인 지점까지도 완만하지만 꾸준한 오르막이었다. 공장쪽으로 우회전할 때 내리막이 나왔는데 잠시일 뿐이었다. 골인 지점이 오르막에 있으니 끝까지 방심할 수 없었다. 골인 직전의 10킬로미터를 분석해 보니 전체적으로 오르막이었고, 뛰기에는 버거운 오르막이 세 번 이상 나왔다. 오르막이 끝났다 싶으면 숨기고 있던 오르막을 선사하여 좌절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8월 20일 시작한 66일간의 지옥 훈련 가운데 40일을 넘겼고, 매주 한 번 이상 산악 러닝을 헀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동안 훈련을 많이 했으니 감당해 낼 수 있는 오르막이라고 암시하고 또 암시하였다. 하이트 공장 입구의 안전 구호 플래카드 아래를 골인 지점이라고 착각했다가 그 뒤로 멀리 떨어져 있는 골인 아치를 보고 좌절하기도 했으나 마음을 고쳐먹고 끝까지 역주하였다. 그 결과 남은 10킬로미터를 52분에 주파하였다.


3:55:38.71

 

코스의 난이도로 보았을 때 올해 최고의 기록이라고 해도 될만 하였다. 3시간 55분대로 함께 들어간 주자 가운데 한 분은 반환 기록이 1시간 47분이었으니 나는 후반에 꽤나 힘을 쓴 것이었다. 반환점 기록이 2시간이 넘은 사람 가운데 SUB-4 한 주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나와 비슷하게 반환하신 분들은 대부분 4시간 20분에서 30분을 넘어간 기록이었다. 후반이 얼마나 힘든 마라톤인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허풍이 심한 어르신 한 분은 마라톤 코스가 암벽 타는 줄 알았다고 하시기도 하였다. 나 역시 숨이 턱에까지 차는 오르막을 이렇게 많이 만난 마라톤은 없었다.(오르막 자체의 난이도로 볼 때는 여수마라톤 때보다 힘들게 느껴졌다.) 달리는 코스 고저를 분석하신 한 달림이는 12개의 산을 넘어야 완주가 가능한 대회라고 평했다.

 

 골인한 후에는 반바지 한 장 구입하고 콩국수 먹으며 허기를 때운 뒤 그늘에 앉아 쉬면서 1등 입상한 함찬일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망중한을 보내었다. (함찬일님은 2주 연속 풀코스 1위를 했다. 매우 힘든 코스에서 2시간 42분대로 달리셨다니 놀랄 따름이다.) 이 분은 놀랍게도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네이버에서 알 수 있었다는데...??? 마라톤은 위험한 운동이 아니고, 힘든 운동일 뿐이라고 했다. 다음 주에는 경주국제마라톤에 출전하신단다.

 

 

 

 

 

 

 

 

 

모자: 바이저 버프

겉옷: 필라 티셔츠

속옷: 없음

신발: 아식스 젤 SP트레어너(하프마라톤 대회 전용)

장갑: 미착용

바지: 팀스포츠 반바지

양말: 디아도라 중목

목도리: 없음

테이핑: 왼쪽 종아리 두 줄

 

 

 

 

대회일시

2014년 10월 12일(일요일) 오전9시 출발

집합시간

2014년 10월 12일(일요일) 오전8시00분

장 소 하이트진로(주) 강원 홍천공장내 잔디구장
참가부문

Full / Half / 10Km / 5Km

*종목별 제한시간

0Full 제한시간 - 5시간 

0Half 제한시간 - 3시간

 10Km 제한시간 - 1시간30분

05Km 제한시간 - 1시간

참 가 비

 

종목 참가비 비고
Full

40,000 (won)

Half

 30,000 (won)

 
10Km  30,000 (won)
5Km

 15,000 (won)

 

참가자격

ㆍ풀/하프/10Km/5Km 코스는 신체 건강한 남/녀 누구나

     ※제한사항 : 

      - 대한육상경기연맹(철인경기 포함)에 등록된 선수는 시상에서 제외합니다.

      - 타인 명의도용자

      - 신청서를 허위로 기재하였거나 허위서류를 첨부하여 신청한 자

      - 대회에서 정한 기타 신청요건이 부적합한 자

접수기간

2014년 5월 12일 ~ 2014년 10월6 까지 ( 선착순 5,000명  ) 마감

입금 선착순 5,000명에 한해 인원을 제한하고 5,000명이 넘을 시에는 접수만료기간 이전이라도 마감합니다.

지 급 품

Full, Half, 10Km기념품(홍천단호박&찰옥수수 中 택1)// 5Km기념품(기능성티셔츠)

번호표, 완주메달, 안내책자, 기록측정용칩(5Km코스 제외)

주 최  홍천군
공동주관 홍천군생활체육회,홍천군육상연합회
후 원

하이트진로(주)

행사진행 WIZRUN MARKETING
협력

삼익전자공업 주식회사
Marathon Mail

문 의 처

Tel. 031. 847. 0037

Fax. 031. 847. 0066

Email. wizrun@naver.com

 


- 주최사의 사정에 의해 대회일정  및 장소가 변경 될수 있습니다. - 

 

돌아와서 보니 찰옥수수가 10개라 마음이 상했다. 다들 그렇게 받았다고 하니까 넘어가지만..... 미리 공지해 주었어야지.

 

노원역에서 25인승 버스 타고 대회장으로 갔다. 1시간 20분쯤 걸렸다. 돌아올 때는 귀경차량 때문에 거북이 운행, 3시간 넘게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