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대교 위를 달릴 수 있다는 이유로 참가 신청했던 마라톤.
부산 수영구 남천동 49호 광장에서 해운대구 센텀시티 부근을 잇는 총연장 7.42㎞의 바다를 가로지르는 국내 최대의 해상 복층 교량.
이 거대한 다리를 다니는 차량을 일제히 통제하고 사람만 다닐 수 있게 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 대회는 어떤 기록에 대한 도전이라기 보다는 이벤트적인 경험의 측면이 강했다.
따라서 완주의 전략도 달라져야 했다.
최대한 경치를 즐길 것. 광안대교 위를 달린다는 감흥을 최대한 느낄 것.
굳이 기록을 신경써야 한다면 2시간 이내로만 달리자. 이전의 116번의 하프 완주에서 그랬던 것처럼.
토요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전주에 내려가 종일 서 있었다.
늦은 점심으로 기름진 음식을 먹어 몸을 무겁게 하고, 3시간 30분이 걸려 부산 노포동으로 왔다. 이미 10시였다.
늦은 저녁으로 우동을 먹었다. 먹지 않는 게 나았다.
찜질방을 찾을까 하다가 종일 피곤했으니 나홀로 편안하게 쉬고 싶어 여관이나 모텔을 잡기로 했다.
센텀시티 근처로는 가지 않았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이라 숙박업소 잡기 힘들다는 소문을 들었다.
지하철을 갈아타지 않고 갈 수 있는 곳, 서면에 머물렀다. 어디서 자야 하나?
모텔이 보였다. 거기서 가까운 곳에서 허름한 여관을 잡았다.
얼마 자지는 못해도 방해받지 않고 누워 있을 수 있는 게 어디인가?
토요일 밤이니 밖은 시끄러웠다. 젊은 친구들은 부산에서도 잠은 없다.
어떻게 잤는지 모르겠지만 요란법썩한 꿈을 꾸다가 몇 번 깨고, 새벽 5시 29분에 모닝콜 듣고 일어났다.
아침 먹어야 해. CU에 가서 사발면과 삼각김밥 두 개를 사왔다. 여관에서 다 먹어치우고 나왔다.
여관 주위에는 토사물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밤새 청춘들은 요란했구나.
센텀시티에 도착한 것이 7시 30분이었는데 엄청난 인파였다. 2만명이 넘게 나오는 춘천마라톤도 1시간 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1박 2일의 일정이라 짐이 많아 갖고 온 물품 일부를 물품보관함에 넣어두고 싶었으나 그 줄도 만만치 않아 그만두었다.
부지런히 서둘러 복장 갖추고 두툼한 가방을 봉투에 겨우 밀어넣어 물품을 보관하고 나니 출발 직전까지 40분 정도가 남았다. 허수아비님 어디 계시나? 어떤 복장을 할 것인지 미리 여쭈어볼걸. 아마 울산 월드런 대회 때와 같은 스타일일까. 이러저리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다가 시간을 보내었다.
10킬로미터 어디서 출발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다. 처음 출전하는 주제에 아는 체하면서 저분들 따라가세요 했다.
18호 태풍 판폰의 영향으로 바람이 꽤 셀 것이라고 하니 각오는 하고 있었다. 바람이 너무 세어 안전상의 이유로 광안대교 위에서 달리는 코스가 바뀌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했었는데 생각보다 날씨는 좋았다. (광안대교 위에서 아주 애를 먹게 되지만 그건 나중에 경험한 일이다.) 8시 반이라고 하기에는 햇빛이 너무 강하기까지 했다.
화장실에 왔다갔다 하다 보니 출발 선상에서 뒤로 밀렸다. 하프 참가자가 2천 명이 넘으니 앞으로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출발 신호가 울리고 나서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2시간 페이스메이커보다 1분 이상 늦게 출발하였다. 그래도 걱정하지는 않았다. 꾸준히 빨간 풍선을 따라가면 언젠가 거리가 줄어들겠지 했다. 미리 예상하건대 대회 코스가 결코 만만치 않아 보였다. 동백섬을 한 바퀴 돈다는 것, 장산터널 앞까지 갔다가 돌아온다는 것, 광안대교를 건너갔다 온다는 것. 모두 오르막의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대교를 건너는 대회치고 힘들지 않은 코스가 있던가? 딱 봐도 아름다운 풍경 작렬인데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대신 힘든 댓가를 치뤄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올렸다. 예열되었다 싶었는데 2킬로미터 지점에서 동백섬을 만나면서 스피드를 떨어뜨려야 했다. 제법 경사가 심하게 느껴졌다. 이미 한 바퀴를 돌아 내려오는 고수들. 그들이 빠르다고 해서 동요하면 안된다. 나는 나만의 레이스만 해야지. 2년 전 조깅할 때 경험했던 코스라 기억을 더듬어 페이스를 조절하였다. 그리고 해운대 바다를 돌아보며 내가 부산에 왔음을 되새겼다. 동백섬을 빠져나가 해운대 호안도로를 달리며 서서히 속도를 올렸다. 허수아비님은 분명히 먼저 가셨을테니 서서히 스피드를 올리면서 주변의 달림이들을 살피기에 바빴다. 무슨 복장을 하셨는지 알 수 있다면 좋겠건만. 전화해볼까 하는데 아, 참 전화는 보관소에 맡겼지. 결국 장산터널까지 가서 마주보는 코스에서야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프를 쓴 나를 허수아비님이 먼저 찾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람을 찾는 두리번거림은 코스를 파악하는 두리번거림이라고 해도 좋았다. 장산터널 앞에서 1차 반환하고 나서야 2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넘어설 수 있었다. 광안대교를 오를 때 속도를 늦출 생각으로 1분 가량 빨리 달린다고 페메는 설명했다. 그렇다면 2시간 페메보다 1분 이상 늦게 출발한 나로서는 1시간 58분 정도의 페이스로 달리고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2시간 페메와 결별했다. 10킬로미터를 가기 전에 마침내 광안대교 상층부에 진입하였다. 믿을 수 없었다. 광안대교 위를 달린다는 사실이. 이 순간 하나만으로도 117번의 하프 가운데 기억에 남는 10번의 하프 마라톤 하나가 되고 남음이 있었다. 꾸준히 오르막을 치고 올라가야 하는데 거센 바닷바람이 사람을 밀었다. 버프가 날아갈까봐 귀까지 끌어내려 덮었다. 그것도 모자라 한 손으로 버프를 누르기도 하고 잡기도 하며 뜀박질하니 머리 위에서 팔이 왔다갔다 이건 완전히 힙합하는 동작이었다. 바이저 버프의 챙이 바람을 맞으면 제껴질 듯 흔들렸다. 바람이 어찌나 센지 2리터 생수병이 쏜살처럼 교량 위를 달렸다. 종이컵은 낙엽처럼 날아 다녔다. 이 와중에도 바닷가의 고층 건물을 돌아보며 탄성을 내질렀다. 이 순간을 믿을 수 있는가? 바다 위에 떠서 바닷가를 내려다 보고 있지 않는가. 늘 올려다 보던 광안대교. 그 위에서 나는 날고 있다. 기록에 대한 부담은 완전히 떨구었다. 2시간 이내로만 달리면 된다는 게 부담을 덜어주었다. 땀은 나지 않았다. 땀이 날만 하면 바람이 식혀 버렸다. 속도를 내려고 해도 바람이 제어하니 오버페이스가 있을 수 없었다. 달릴 때면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는 스타일. 그런 내가 주탑을 지나면서 뒤를 돌아 보았다. 광안대교의 주탑을 돌아올 때는 볼 수 없으니. 돌아올 때는 하층부를 달리게 되므로 주탑이 상층부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된다. 단 1초. 강렬한 인상이 새겨졌다. 이 순간을 평생 기억할 것이다.
광안대교 위에는 거리 표지판이 없었다. 거리 표지판이 있었다면 바람에 밀려 넘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거리 표지판 대신 거리 표시 스티커가 바닥에 붙어 있었다. 오빠 힘내라는 문구와 함께. 광안대교 진입 진출로쪽에 가면 더 센 바람이 불었다. 문연교 쪽에서 15킬로미터를 달렸을 때 10킬로미터 반환 지점이 나왔고, 그때 달림이 한 분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허수아비님이었다. 하프 반환점이 15.15킬로미터이니 나는 30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꾸준히 따라가야지. 바람의 저항만 아니면 스피드를 올릴 수 있는 구간인데 버프를 잡고 달리고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고 달려야 하니 앞의 주자를 발견하지 못하여 부딪치는 일까지 있었다. 침을 뱉으면 내게 돌아오기 일쑤고. 나는 왜 착각했을까? 허수아비님의 복장이 흰 민소매라고 생각했다. 모자도 썬캡이란 사실을 잊었다. 앞에서 달리는 사람 가운데 흰색 옷만 찾았다. 하지만 가까이 가면 허수아비님이 아니었다. 몇 번씩이나 낙담하였다. 엄청나게 멀리 가 버리셨군. 체중이 불었다고 하시더니 부산에서는 역시 강하시군. 작년 부산마라톤에서도 날아가시더니. 광안대교를 빠져나가 1킬로미터를 남겼을 때에는 바람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맹렬하게 달렸다. 땀이 났다면 이 순간에만 난 것이었다. 10킬로미터 주자들과 뒤섞여 달렸다. 골인 지점을 통과하고 난 후 나를 기다리고 있을 허수아비님을 찾았다. 보이지 않았다. 급수대와 메달지급처에도 들렀으나 찾을 수 없었다. 너무 사람이 많아서일까? 골인 지점으로 되돌아가 방황하다가 허수아비님을 만났다. 지금 골인하셨다고 했다. 형광색 민소매 티셔츠. 아니, 흰 옷 어디갔지? 달리다가 옷을 갈아입으셨나? 이런 착각도 한다. 세상에! 1킬로미터 남기고 내가 제치고 가더란다. 꿈에도 몰랐다.
1시간 53분 51초 30.
내 넷타임이었다. 다음번에 달리면 좀더 빨라지지 않을까? 그때는 코스 파악하느라 애먹지는 않을테니까.
허수아비님 덕분에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회를 먹는 행운도 얻었다.
아직도 광안대교 하층부에는 레이스를 펼치는 사람들이 보였다.
가까운 곳에 걸린 깃발은 찢어질 듯 펄럭이는 것으로 보아 바람은 여전히 강하였다. 이런 바람 속에서 어떻게 달렸담?
구포역까지 태워주시는 허수아비님. 귀빈으로 대접받고 돌아가는 것같았다.
인상깊은 부산행이었다.
대회목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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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부산을 홍보. - 부산시민의 날을 경축하는 축제한마당 추진. - 마라톤인구 저변확대 및 시민들의 건강증진. |
대회개요
• 대 회 명 : 제13회 부산바다하프마라톤 대회 • 대회일시 : 2014년 10월 5일 (일요일) 07:30 ~ 12:30 • 집결장소 : 해운대 벡스코 주차장 • 종 목 : 21.0975km(하프마라톤), 10km(로드레이스), 5km(건강달리기) • 주 최 : 부산광역시, 부산일보사 • 주 관 : 부산광역시생활체육회, 부산사회체육센터, 케이스포츠먼트 |
※ 대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대회일 07:30부터 주변교통을 통제하므로 대회장에 07:30 이전까지 도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종목및 대회코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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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시간 |
• 하프코스 출발 | ------------------------------------------------------ | 08시 30분 |
• 10Km 코스 출발 | ------------------------------------------------------ | 08시 30분 |
• 5km 코스 출발 | ------------------------------------------------------ | 08시 45분 |
※ 10Km, 5Km 코스 출발은 08:00에 광안대교 상판으로 이동 출발합니다. |
제한시간 : 3시간(스타트지점을 출발하여 피니시 지점을 통과하는 시간 기준)
• 부산바다하프 마라톤은 시민들의 축제로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고자 코스 일대의 원활한 교통소통을 위하여 제한시간을 엄격히 적용합니다. 제한시간은 하프코스 3시간, 10km코스 2시간 30분, 5km코스 1시간 30분 입니다. |
참가신청 |
• 2014년 7월 7일부터 8월 31일까지 선착순 15,000명 |
대회참가비 및 입금계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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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신청 후 3일이내에 참가비를 납부하지 않으시면 참가신청이 취소됩니다.] |
시상/부상(5km코스는 시상이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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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상(5Km 참가자는 제외) | |
부산일보상 | 각 종목 남 , 여 68등 |
부산바다상 | 각 종목 남 , 여 1005등 |
화합상 | 최다 참가단체 1~3위 |
행복상 | 최다 참가가족상 1~3위 |
꼴지상 | 각 종목 남 , 여 꼴지(제한시간 내 도착) |
일본인 시상 | 일본인 참가자 10Km 1위, 하프 1위 |
※ 시상식 안내 : 본 시상식은 10:30에 10km 남,녀 1~3위, 하프 남,녀 1~3위, 일본인 10Km 1위, 하프 1위 시상, 화합상(최다 참가단체) 순 시상식이 진행 되겠습니다. (시상자들은 10시 15분까지 무대 옆 시상자 대기 부스로 오시면 되겠습니다.) |
환불규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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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간별 통제 (최후미 주자 기준) |
※ 대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대회일 07:30부터 주변교통을 통제하므로 대회장에 07:30 이전까지 도착해 주시기 바랍니다. 05:30 - 광안대교 및 반환점 부분 교통통제07:00 - 전면 교통통제(설치물 설치 및 확인) • 경찰청과 협조하여 마라톤 코스의 교통통제가 최단시간이 되도록 하여 시민들의 불편 최소화. - 교통소통 원활을 위하여 경기시간 제한 : 하프코스 출발 후 3시간 • 교통경찰 및 해병전우회, 교통시민연합 지원으로 교통통제 및 주변교통정리. • 본보 및 안내현수막, 협조공문을 통하여 교통통제 일시, 장소등을 지역 주민에게 사전에 고지하고 협조요청. |
안전조치 |
• 안전을 최우선으로 행사진행. • 대회 공식병원을 지정 의사, 간호사 등 응급구조요원과 구급차를 항시대기 (추후 공지) • 주변지역 병원의 응급실과 비상연락 체계를 구축. • 참가자전원 상해보험 가입으로 안전사고대비. • 광안대교 추락 안전사고대비 경비정 대기(해양경찰 협조) |
대회 기념품을 입고 달렸다.
광안대교 주탑을 배경으로 하는 사진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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