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제11회 영동포도 전국마라톤대회(2014/08/31)-FULL

HoonzK 2014. 9. 1. 23:16

서울에서 달릴 수 있는 대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벽 4시에 시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충북 영동까지 갔다.

3년 전 하프 최악의 기록을 세웠던 대회.

현재 몸 상태로 풀코스에 도전하다니. 그것도 아직도 여름인데.....

매달 풀코스 1회 이상 출전이 과제. 8월 31일이니 오늘을 넘기면 8월 풀코스 기록은 없어지는 거다. 그럴 순 없지.

 

새벽 4시에 시청에서 셔틀버스를 탈 경우 전날 자정 무렵 시청 부근에 도착하여 맥도날드 매장에 있거나 PC방에서 시간을 때우곤 했는데 이번에는 방법을 달리 했다.

심야 할증이 붙는 시각에 택시를 타고 싶지도 않았다.

 

심야 버스를 이용하는 것.

새벽 1시 20분부터 2시 10분까지 자다가 일어나 N10번 버스를 타고 을지로입구까지 갔다. 1850원만 들었다.

 

셔틀버스 왕복차비는 1만원. 충북 영동을 다녀오는 비용치고는 엄청 쌌다.

맨 뒷좌석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수십 명의 달림이들이 탔지만 만석이 아니라 내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한 자리 건너 광화문 페이싱팀의 안수길님이 왔다.

일단 악수부터 청한 뒤 취침 모드로 들어갔다.

잤는지 자지 못했는지 모르겠는데 새벽 6시가 될 무렵 죽암휴게소에 닿았다.

화장실 다녀온 뒤 삼각김밥을 먹었다. 풀코스를 준비하는 아침식사로 삼각김밥 두 개면 되었다.

 

차가 다시 출발했을 때 잠이 몰려 왔다. 단 몇 분이라도 잤으면 괜찮았겠지만 이야기 하느라 잠을 잘 수 없었다.

지금부터 자면 얼마나 잘 수 있을까요 하면서 취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이내 차는 영동군민운동장 앞에 도착해 버렸다.

 

마라톤 복장으로 갈아입고 스트레칭하고 화장실 다녀오고 나니 출발 시간이 다 되었다.

몸을 제대로 풀었을까 의심이 드는데 달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겁없이 앞으로 갔다가 풀코스 중간 그룹으로 되돌아와서 조심스럽게 출발하였다.

작년 대전3대하천마라톤에서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를 했던 오길환, 양진호님이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하고 있었지만 꼭 함께 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지난 열흘간 열심히 훈련했지만 피로가 누적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야 했고, 일단 수면이 부족하여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다, 아직 8월 여름 햇빛이 니네들 각오하라는 듯이 내리비치고 있었으니 섣부른 객기는 피해야 했다.

 

일단 달려보는 거다.

지난 7월 20일 5시간에 육박하는 달리기의 악몽이 찾아오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첫 1킬로미터 기록이 6분 20초였다. 이상하다. 4시간 페메가 몇 미터 앞에 있는데......

3킬로미터 기록은 16분 50초. Sub-4로 달릴 때 17분으로 달리면 되니 괜찮게 달리고 있는 거였다.

10킬로미터까지는 3년 전 경험한 코스이니 익숙하였다.

2004년과 2006년 10킬로미터, 2011년 하프, 2014년 풀코스.

내내 조심하는 마음으로 달렸다. 후반에 너무 고생한 전력이 있어 스피드가 느려지면 느려지는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8월에 아무리 빨리 달려 본들 4시간 10분 이내로 들어가기 힘들다는 사실을 2012년부터 배우고 있지 않은가?

달리다 보면 4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가 나를 제치고 나갈 것이며, 급기야 4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의 위협도 받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 닥쳐도 조급한 마음을 갖지 말자. 그렇게 다짐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였고, 날씨도 덥고, 뚱뚱하기까지 하니...... 받아들여야 한다. 내 현실을.

 

4338번 주자가 말을 걸어왔다.

하프 주자들이 너무 빨라 페이스를 잡을 수가 없다고.

곧 하프 주자들이 반환할테니 그러면 풀코스 주자들을 자극할 달림이는 없어지니 걱정마시라고 말씀드렸다.

22킬로미터 지점까지 함께 달렸다.

그가 말했다.

나처럼 달리면 4시간 이내 완주는 충분할 거요.

내가 말했다.

현재까지는 컨디션이 괜찮지만 후반에 체력이 떨어질 것을 감안해야지요. 아직 여름이니까요.

 

서로 고마운 파트너가 되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가 모두 도움이 되었다. 말을 많이 하면 체력 소비가 더 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대화는 하고 싶었다.

이전의 에피소드와 앞으로 나갈 대회 리스트 발표 시간으로 달리기의 지루함을 잊었다.

영동천을 돌아 금강을 만나 달리면서 나는 그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었다.

10킬로미터 통과 기록이 4시간 페이스로 볼 때 1분 20초 늦게 가고 있습니다.

반환점 기록이 2시간 30초이니 돌아갈 때 조금만 줄이면 SUB-4 하겠는데요.

저는 무리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은 그런대로 달리고 있지만 그동안 뚱뚱해져서 조심해야 합니다.

키가 커서 뚱뚱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위로를 받기도 했다.

 

함께 동반주를 했던 4338 중랑아마동 주자는 22킬로미터 지점을 지나기 전에 먼저 치고 나가겠다고 하였다.

9월 28일 참가 대회가 대청호마라톤과 공주마라톤으로 서로 갈리었으니 춘천에서 보자고 하였다.

 

외로운 달리기.

햇빛이 강했다. 허기도 졌다.

급수대에서 악착같이 쵸코파이를 먹고 바나나도 먹었다.

포카리스웨트와 냉수도 마시고.

 

대회에 나왔다는 생각을 지우며 달린 대회가 되었다.

나는 살을 빼러 나온거야. 살을 빼기 위하여 42.195킬로미터를 달리는 거야. 이렇게 달리고 나면 살이 조금 빠지겠지.

29킬로미터 지점을 넘어서면서 스포츠겔을 섭취하였다. 기운이 난다고 최면을 걸었다.

33킬로미터 지점에 오면 엄청나게 길고 가파른 오르막을 넘어서야 했다.

나를 제외하고는 단 한 명도 달리지 않았다. 여기서는 걷는 게 맞는다는 듯 다들 태연하게 걸었다.

덕분에 십 여 명을 추월할 수 있었지만 체력이 점점 고갈되어 가는 것을 피할 순 없었다.

34.2킬로미터 지점에서 급수한 후 내리막과 그늘을 만나 숨을 돌렸다. 매우 다행인 것은 지난 6월과 7월에 비하여 그리 지친 것같지는 않다는 것.

25킬로미터를 지난 이후 단 한 명도 나를 제치고 나오지 않았다. 나만 제치고 나갔다. 제치는 것은 나에게만 허용된 특권인 것같았다.

35킬로미터를 넘었으니 힘 좀 내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으나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영동포도마라톤은 늘 마지막 순간 결정타를 때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이제 나는 알고 있었다. 5킬로미터를 달리든 풀코스를 달리든 피해갈 수 없는 난관.

영동군민운동장 자체가 고지대에 우뚝 올라선 성(城)같은 형태이기 때문에 골인 직전 오르막과 치열하게 싸워야 했다.

41킬로미터 지점. 각오하고 있었더니 이번에는 견딜만 하였다.

운동장 트랙을 밟기 전에 내 앞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4338번 주자가 보였다. 앞에서 스퍼트를 하셨기에 SUB-4 기록으로 골인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자주 나타나는 오르막에 후반에 만나는 두 개의 가공할 오르막 때문에 페이스를 잃었는지도 모르겠다. 트랙에 들어섰을 때만 해도 100미터 이상 차이가 나 있었는데 한 바퀴 도는 사이 금새 따라잡았다. 골인 지점 50미터 앞에서 함께 들어가자고 말을 걸었으나 아는 체할 여유조차 없어 보였다. 내가 먼저 골인하였다.

SUB-4에는 실패했다. 4시간 04분 12초 21. 그래도 8월에 달린 풀코스 기록 가운데 가장 좋은 기록이었다.

 

골인하고 나니 구름이 몰려와 태양을 가려주었다.

야속한 하늘.

골인하고 나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상체를 숙이며 숨을 고르곤 했지만 이 대회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3년 전 이곳에서 하프를 달렸을 때보다 힘들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LSD 연습을 했으니......

 

 

 

 

 

 

 

 

 

모자: 바이저 버프

겉옷: 필라 티셔츠

속옷: 없음

신발: 아식스 젤 SP트레어너(하프마라톤 대회 전용)

장갑: 미착용

바지: 월드런 반바지

양말: 디아도라 중목

목도리: 없음

테이핑: 왼쪽 종아리 세 줄

 

 

 

 

 

 

대회명 : 제11회 영동포도 전국마라톤대회
일 시 : 2014년 8월 31일(일) 08:00 ∼ 14:30 (참가자 전원 대회장소에 07:30까지 집결)
장 소 : 영동군민운동장
주 최 : 영동군
주 관 : 영동군체육회, 영동군육상경기연맹, Run114
대회종목 : 풀코스, 하프코스, 10km, 5km
참가규모 : 5,000명(선착순모집)
기념품 : ※ 풀코스,하프,10km : 영동포도 2kg 1박스
※ 참가자 전원 :고급 기능성 티셔츠, 볼펜 제공
경품추첨 : 현장추첨 - 세탁기, TV, 냉장고, 청소기 등
접수기간 :
2014년 5월19일 ∼ 8월 14일(목)까지 기념품, 배번, 경품권, 대회책자, 기록칩(5km제외) - 택배발송
신청방법 :
① 홈페이지 : 마라톤홈페이지 (http://www.ydmarathon.kr)
종 목 참가비 제한시간 참가자격 출발시간 기록칩
3만원 5시간 만18세 이상(등록선수 제외) 08:00 칩사용
하프 3만원 3시간 만18세 이상(등록선수 제외) 08:10 칩사용
10Km 3만원 제한없음 초등학생 이하는 부모동반 08:15 칩사용
5Km 1만원 제한없음 초등학생 이하는 부모동반 08:20 칩 미사용
※ 참가자 전원 대회장소에 07:30까지 집결
※ 참가자 전원 영업배상책임보험 가입(보험범위내보상)

참가비 온라인입금으로 참가비 납부
입금계좌
종 목 계좌 은행명 예금주
풀(개인) 754-12-017922 농협 이윤희
하프(개인) 754-12-017922 농협
10km(개인) 754-12-017922 농협
5km(개인) 754-12-017922 농협
단체 754-12-017922 농협
※ 참가비 환불규정
주최측은 참가자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가 불가능한 경우에 아래와 같이 환불합니다.
환불요청은 신청 기간 중 게시판을 통해서만 접수 가능
- 참가 취소시 본인 인적사항(성명, 연락처)과 참가자 명의 통장내역을 적어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환불액 지급기간 : 접수마감후 일주일내
환불금액(제반 비용 을 제외한 나머지 환불)
30,000원 입금자 - 27,000원 환불, 20,000원 입금자 - 18,000원 환불, 10,000원 입금자 - 9,000원 환불
접수 마감 후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환불이 불가능 합니다. 단,기념품은 지급합니다.
공식기록은 기록칩에 의거 넷타임으로 측정합니다.
입금은 반드시 참가자 이름으로 입금하시고 단체(2인이상) 단체명 또는 단체장 이름으로 입금해 주십시오. (참가자와 입금자명이 다를 경우 사무국으로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계좌이체시 : 동명2인을 구분하기 위하여 반드시 이름뒤에 생년월일 6자리를 기재해 주시기 바랍니다. (예: 홍길동650505)
※ 20인 이상 단체 : 동호인텐트
※ 30인 이상 단체 : 동호인텐트 & 유류지원금 300,000원(선착순 10팀에 한함)
          (단, 관내참가단체와 5km 구성원 포함은 유류지원금 제외)
※ 해당 단체는 아래 내용을 사무국으로 연락바람(Fax : 02-6499-2063) 단체명, 단체장 성명, 연락처, 통장사본 전송

전국시상
구분 종목 순위 상장 및 부상
개인 (남/녀) 1위 트로피/상금 40만원
2위 트로피/상금 30만원
3위 트로피/상금 20만원
4위 트로피/상금 15만원
5위 트로피/상금 10만원
하프 1위 트로피/상금 30만원
2위 트로피/상금 20만원
3위 트로피/상금 10만원
4위 트로피/상금 7만원
5위 트로피/상금 5만원
10km 1위 트로피/상금 20만원
2위 트로피/상금 15만원
3위 트로피/상금 10만원
4위 트로피/상금 7만원
5위 트로피/상금 5만원
5km 1위 트로피/상금 15만원
2위 트로피/상금 10만원
3위 트로피/상금 8만원
4위 트로피/상금 7만원
5위 트로피/상금 5만원
지역시상(영동군민대상)
구분 종목 순위 상장 및 부상
개인 (남/녀) 하프코스 1위 트로피/상금 20만원
2위 트로피/상금 15만원
3위 트로피/상금 10만원
10km 1위 트로피/상금 15만원
2위 트로피/상금 10만원
3위 트로피/상금 7만원
5km 1위 트로피/상금 10만원
2위 트로피/상금 7만원
3위 트로피/상금 5만원
(추후 시상을 원칙으로 하되, 전국시상과 중복 시상 불가)
구분 종목 순위 상장 및 부상
단체 단체상 1위 상금 30만원
2위 상금 20만원
3위 상금 10만원
※ 단체상은 Full, Half, 10km 각 1인당 3점, 5km 각 1인당 1점씩 합산하여 산정합니다.
※ 입상자는 임시 순위표와 신분증(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학생증)을 지참하고 대회운영본부에서 본인확인 절차를 받아야 하며, 신분증 미소지로 인해 본인확인이 되지 않을 경우 입상에서 제외됩니다.
※ 대한육상경기연맹 등록선수 및 등록 말소 후 2년이(대회당일 기준)경과되지 않은 자는 시상에서 제외합니다.
※ 기타 정하지 않은 규정이나 이의제기에 대해서는 주관단체의 해석으로 결정한다.

 

 

햇빛이 쨍쨍. 골인 지점. 4338번 주자가 제 바로 뒤에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