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World Run 마라톤대회(2014/07/20)-FULL

HoonzK 2014. 7. 28. 23:33

4:59:43.60

 

완주 기록부터 올리고 시작한다.

5시간 페이스메이커 풍선을 다는 게 맞았다.

아무리 천천히 달리기로 마음먹었다고 하지만 4시간 59분대로 달리다니.....

 

내가 잰 건타임 기록은 4시간 59분 52초 00이니 정말 5시간 페이스메이커의 정석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5시간 가까이 지겨워서 어떻게 달리는가 궁금했지만 달리고 보니 이도 해볼만한 일이다.

30도가 훌쩍 넘은데다 습도는 89%, 햇볕은 작렬하는데 주로는 좁고......

 

2011년 말..... 삶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무언가 도전이 필요했다.

그래서 시도한 것이 2012년에는 매달 풀코스를 한번씩 달리자고 마음먹었다.

1년에 3차례만 풀코스를 달리던 나로서는, 그것도 달리기 좋은 계절에만 달리던 나로서는 대단한 도전이었다.

매달 달리기로 마음먹었을 때 사람을 힘들게 하는 기간이 있었다. 그게 6월부터 9월까지의 풀코스였다. 그냥 달리기도 힘든 풀코스를 더위 속에서 감당해야 한다는 것.

어쨌든 달려내었지만 늦가을이나 초봄의 풀코스보다 갑절로 힘들었다.

2012년에만 매달 풀코스를 달리기로 했던 나 자신이 2013년에도 매달 달렸고, 2014년에도 매달 달리고 있다.

그렇게 7월. 달리는 동안 비라도 내려주면 고맙겠지만 내가 풀코스를 달릴 때마다 비는 도망간다. 장마철이라도.

비를 줄창 맞고 달린 마라톤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11월 중순이었다.

올해 7월 20일이면 장마철 중간이라 비 맞는 행운이 깃들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하늘은 비 대신 불볕 더위를 선사하였다. 이왕 뛰는 것, 더 견디어 보시라. 이거지.

 

선풍기 틀어놓고도 땀을 뻘뻘 흘리며 4시간 못되게 자고 일어나서는 잠실로 갔다.

그 많은 인파 가운데 특전사님을 만나고 권대현님을 만났다.

특전사님의 내자 군인모 여사(아들이 군대에 있을 때 군모를 쓰고 달린 분)는 오늘 100회 완주에 도전한다고 하니 부군편으로 응원을 보내었다.

권대현님은 지인들과 함께 10킬로미터 레이스에 나선다고 하였다. 수선한 아식스 마라톤화는 새것같았다.(아식스 매장에서 우연히 만나서 내가 추천했던 마라톤화)

 

출발하는데 달려보니 지난 해 7월 옥천포도금강마라톤대회 때보다는 컨디션이 좋았다. 3킬로미터 지점을 지나면서부터는 5분 30초 전후의 페이스로까지 올라가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 문제처럼 보였다. 9킬로미터 지점에서 시작된 암사정수 처리장 부근의 오르막 코스도 가뿐하게 넘겼다. 다른 사람이 걸을 때 걷지 않았다. 오히려 빨라졌다. 1차 반환하여 돌아오는 길에 4시간 페이스메이커 한 분을 제쳤다. 이런! 이 양반은 페메를 포기한 것이다. 풍선을 하늘로 날려 버리고 마지못해 달리고 있었다. 그 이후 다른 4시간 페이스메이커 한 분도 보이지 않았다. 2차 반환점에서도 만나지 못한 것으로 보아 이 분도 포기했을 것이다. 17킬로미터 지점에서 화장실에 들렀다. 화장실에서 나와 주로에 합류하기가 무섭게 페이스메이커 한 분이 제치고 나왔다. 4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 이 분만이 역주했다. 다른 시간대에 페이스메이커도 자기 페이스 조절까지 실패했다. 내가 4시간 20분 페메에게 쳐질 정도로 속도를 늦추고 있었던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더워서 그랬나?

평소 2시간 30분대에 달리던 주자가 3시간 40분대에 달리고 있으니 그 뒷 주자들은 얼마나 늦어지겠는가?

더위 앞에서 기록은 재앙 수준이었다.

뙤약볕 아래에서 더 조심하기로 했다. 슬로우 슬로우. 20킬로미터 지점부터 거북이 페이스가 되었다.

실촌마스터즈의 노운기님은 나를 대 여섯번 추월하였다. 추월하신 분이 또 추월하고, 또 추월하고.

나는 추월당한 후 그 분을 추월한 기억이라곤 전혀 없는데.....

 

-아까 분명히 가셨는데 또 뒤에서 나타나시고, 이상하네요. 한 두번도 아니고.

-같이 온 동호회가 있다 보니(수시로 레이스를 멈추고 만남의 활동을 계속했다는 뜻. 그걸 내가 보지 못했을 뿐)

 

22킬로미터 지점의 냉꿀물, 32킬로미터 지점의 펩시콜라.

그 사이의 10킬로미터는 참으로 길고도 긴 레이스였다. 평소 조깅할 때보다 훨씬 느린 페이스였다. 가다 보면 뛰어지기 마련이라지만.

32킬로미터 지점 지나 마침내 2차 반환. 이제 10킬로미터만 달리면 된다.

손에 들고 뛰기가 귀찮아 바지 주머니에 넣어 달렸던 스포츠겔을 먹었다. 주머니에 넣고 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손에 들고 뛴다는 게 그저 귀찮았으니까.

물의 힘으로 달리고자 마음먹었다. 그런데 너무 늦게 달리니 후미 주자에게 좋지 않은 점은 물이 떨어진다는 것.

그러나 35킬로미터 지점과 37.5킬로미터 지점의 물부족 사태.

하프 후반과 겹치는 구간이니 훨씬 더 많은 물을 확보해 두었어야 하는 자리인데.....

갈증을 해소하지 못하고 견디어야 했다. 사막에서 레이스를 펼치면 이럴까?

물 좀 제대로 먹고 막판에 치고 나가볼까 했는데 그냥 그대로 펭귄처럼 뒤뚱거리기로 마음먹었다.

참 느리고 느리다.

빨리 걷기가 더 빠르겠네.

좀 걸어볼까 걸음을 멈추기도 했는데 걸음을 멈추기가 무섭게 다시 달리고 있었다.

걸음을 멈추면 화들짝 놀라 발을 구르게 되었다.

한번의 질주도 없이 어기적어기적 달리고만 있었다.

노란 옷이나 주황색 옷을 입은 사람을 먼발치에서 보고 거리 표지판으로 착각한 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내 생애 최고로 늦게 달린 풀코스가 되겠군 했다. (종전 4시간 37분....그때는 아팠을 때이고)

그래도 4시간 20분대는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4시간 30분을 넘어가고, 4시간 40분을 넘어가고, 4시간 50분을 넘어가 5시간 가까운 기록으로 골인하였다.

41킬로미터 지점에서 특전사님이 아내를 마중 나오면서 나를 만나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하였다. 제자리 걸음을 뛰면서 번호를 하나씩 부르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다. 말을 하면 에너지가 소모되니.....

42킬로미터를 뛰었을 때 해가 너무 뜨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이상해. 구토가 시작되었다. 먹은 게 없으니 헛구역질만 나왔지만. 그 구토 덕분에 몇 분을 까먹고 4시간 59분대의 기록으로 들어왔다. 다른 사람을 응원나온 동호회분이 달려와 냉수를 갖다 주셔서 기운을 차렸다. 세수 한번으로. 괜찮냐는 말에 괜찮다고 하고 달렸다. 그러고 오면 안 되었는데 후회스럽다. 내 몸을 신경써 준 사람에게 두 손 모으고 고개 숙여 감사하다는 인사는 드렸어야 옳지 않은가? 아무리 마라톤 완주가 중요하다고 해도 배려에 대한 감사 인사는 예절바르게 했어야 했다. 두고두고 마음에 걸렸다.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니 찾을 수도 없고.

 

골인한 후 보디빌더가 물었다.

잘 달렸냐고?

우리같은 뚱보들에게는 더위가 더 힘들다고 했다.

뚱보? 나? 뚱보!

 

4시간 59분대의 완주가 주는 감정은 복합적이다.

좌절감이 섞인 성취감, 성취감 뒤로 밀려오는 아쉬움.

 

이 대회 명칭은 원래 엄청 길다.

 

올레그룹과 함께하는 전마협 창단 13주년기념 2014 모이자! 달리자! World Run 마라톤대회

 

명칭만큼이나 긴 레이스였네.

원래 7월 27일 풀코스를 달렸어야 했는데 선약을 깨뜨린 분때문에 일주일 앞당겨 풀코스를 달렸더니 아주 힘들었구나.

 

너무 천천히 달렸다. 초반의 페이스를 그런대로 유지할 수도 있었는데......

지나치게 조심하고 있는지 모른다. 혹시나 무슨 일이 있을까봐 아주 슬로우비디오로 발걸음을 떼고 있으니......

 

골인 후 원형칩을 반납하고 메달을 받았다.

너무 지쳤지만 풀코스 메달인지 아닌지 살폈다.

잠실 종합운동장 관중석 안쪽의 복도쪽으로 가서 몇 십 분이고 앉아 있었다. 빨리 옷을 갈아 입어야 할텐데, 할텐데 하면서......

 

한여름의 풀코스. 앞으로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8월이 더 무섭다.

몸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풀코스라, 그것도 여름에..... 죽으라는 말같이 들리네.

풀코스 100위 기록이 4시간 20분이었으니 지난 해만큼만 달려도 상금을 받았을 것이다.

(이번 대회는 100위까지 상금을 주었으니)

100위 기록 맞추기 행사에서 나는 4시간 4분 14초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훨씬 늦었네.

 

 

 

 1. 대회요강

☞ 일시 : 2014년 7월 20일(일) 출발 : 오전 8시 00분
☞ 장소 : 잠실 주경기장(잠실종합운동장)
☞ 주최 : 전국마라톤협회, (주)올레그룹
☞ 주관 : 전국마라톤협회서울지사
☞ 협력 : 월드런, 삼익전자, 프로월드컵, 전마협페이싱팀팀


2. 참가종목

종 목 참 가 금 기 념 품 제 한 시 간 비 고
5km 걷기 및 건강 달리기 10,000원 기념티셔츠, 완주메달 1시간 칩사용안함
10km 10,000원 기념티셔츠, 기록증, 완주메달 2시간 칩사용
Half 10,000원 기념티셔츠,기록증, 완주메달 3시간 칩사용
Full 15,000원 기념티셔츠, 기록증, 완주메달 5시간 칩사용
아식스
5km 걷기 및 건강 달리기
20,000원 아식스 티셔츠, 완주메달 1시간 칩사용안함
아식스 10km 20,000원 아식스 티셔츠, 기록증, 완주메달 2시간 칩사용
아식스 Half 20,000원 아식스 티셔츠,기록증, 완주메달 3시간 칩사용
아식스 Full 25,000원 아식스 티셔츠, 기록증, 완주메달 5시간 칩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