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기간 살을 빼겠다고 마음먹었다.
먹을거리가 풍성한 시기에 식탐을 자제하고 살을 빼려면 의무적으로 마라톤 대회에 나가는 게 낫겠다고 판단하였다.
당초 계획은 9월 6일, 7일, 9일 하프를 달리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스타트는 괜찮았다.
9월 6일 선입금해 놓았으니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잠을 별로 자지 못한 상태라 만약 현장접수였다면 집에서 잠을 청하고 말았을 것이다.
신도림역에서 내려 신도림교 아래에 있는 농구장으로 찾아갔다.
이제는 자주 오니 눈감고도 찾아갈 정도였다.
내 배번을 찾아 옷에 단 후 스스로 준비운동을 했다.
그리고 출발 전에 해병대 출신 김정의님의 사회에 따라 스트레칭을 하였다.
동네 주민들이 마이크를 쓰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육성으로만 통제하다 보니 김정의님도 주자들도 힘들었다.
8시 출발!
처음에는 아무래도 뒤뚱거리면서 달렸다.
첫 1킬로미터 기록이 6분 15초.
이것 참! 기어가는 것도 아니고.
2킬로미터 통과 기록은 11분 30초. 조금 빨라졌네.
어떻게든 되겠지만 2시간 이내 하프를 완주하려면 좀더 분발해야 했다.
풀코스 달리는 김정의님을 어떻게든 따라가면 되겠지만 100회 마라톤의 연보라색 유니폼은 점점 멀어지기만 했다.
200미터 이상 거리가 벌어졌다.
시계를 보지 않았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게 신경을 썼다.
10킬로미터 지점에서 확인한 시간이 56분 40초 이내만 되어준다면 2시간 이내 완주는 가능하겠지. 그렇게 판단했다.
10킬로미터 지점에서 콜라를 마실 때 내 기록은 52분대였다. 반환했을 때 기록은 55분대 후반이었다. 산술적으로 1시간 51분에서 52분 사이의 기록이 예상되었다.
누군가와 함께 동반주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와 보조를 맞출만한 사람이 전혀 없었다. 김정의님과의 거리는 조금씩 좁혀져 14킬로미터쯤 달렸을 때는 70미터 이내였다. 16킬로미터를 달렸을 때는 20미터 이내. 바로 좁혀질 것같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김정의님과 동반주하던 청년은 17킬로미터를 넘어서면서 치고 나갔다. 19킬로미터를 넘긴 이후에야 김정의님 뒤에 바짝 붙을 수 있었다.
-따라온다고 애먹었습니다.
그 이후 질주했다.
여러 명을 제쳤는데 뒤에서 엄청나게 요란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풀코스 달리는 함찬일님이었다. 7시에 출발했으니 2시간 40분대로 골인할 기세이니 내가 제쳐지는 것은 당연했다.
1킬로미터를 남기고 추월당하였다.
기록 요원이 딴전을 피고 있어 내 최종 기록은 5초 정도 손해보았다. 5초 돌려달라고 하려다가 그냥 넘어갔다. 어차피 1시간 50분 이내의 기록이니까.
1:4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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