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2014 제주 MBC 국제평화마라톤(2014/03/30)-FULL

HoonzK 2014. 4. 2. 17:20

 

 41킬로미터를 넘어선 마당에 만나는 오르막. 반갑지 않다. 다 왔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 스퍼트했다. 한림종합운동장으로 들어섰다. 42.195킬로미터를 달리는 동안 내내 견디어 낸  결과 골인 지점을 지났다. 스톱워치를 눌렀다. 기다리고 있던 자원봉사원이 달려와 대형타월을 내 어깨에 들러주었다. 마치 엘리트 선수가 된 기분이었다. 굳이 타월을 둘러야 할 만큼 춥지는 않았지만 호사를 누리고 싶어 한 동안 감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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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림에서 잤다면 잠잘 시간을 좀더 벌 수 있었고, 새벽에 눈뜬 장님같은 꼴을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서귀포에서 잤다. 자주 잤던 곳이라 수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될 것같았다. 잘 자지는 못했다. 하지만 장흥 다녀올 때와 비교한다면 감지덕지다. 그래도 이불을 덮고 눕기는 하지 않았는가?


 새벽 5시 50분에 차를 몰았다. 전날 쏟아진 폭우를 제주의 오름이 머금었다가 수증기로 내뿜는 줄 알았다면 대정쪽으로 돌아서 가는 게 현명했을 것이다. 5미터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안개가 짙게 끼어 있었다. 쌍라이트 켜고 비상등 점멸시키는 것도 모자라 경적까지 울려대며 차를 몰았다.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에서 사고없이 한림종합운동장 주차장에 도착했다. 아직 7시도 안 되었으니 잠시 쉴 수 있을까 했는데 그도 아니었다. 쉴새없이 전화가 걸려왔다. 버스가 들어오는 자리이니 이동 주차해 달라고 했다. 한번 옮기고 또 한번 옮겼다.

 

 스파크 자동차 경품응모권을 8시까지 추첨함에 넣어야 하니 차에 앉아 있기만 해도 안 되었다. 휴식은 모두 단속적으로 변했다. 8시 50분경 화장실 한번 더 들르고 출발선에 섰다. 스트레칭이라고 해 봐야 다리만 풀어주었다. 심히 우려되는 것은 양쪽 무릎에 이따금 가해지는 통증이었다. 몇 달 사이에 뚱보가 되고 나니 무릎이 아프다. 테이핑으로 극복하고자 하였다. (반환하기 전까지는 무릎 통증은 사람을 괴롭힌다.) 
 

 반팔을 입었다가 날씨가 싸늘하여 긴팔로 갈아 입었다. 첫 1킬로미터 기록이 5분 30초가 나오는데 고무적인 일이었다. SUB-4는 말할 것도 없이 어쩌면 3시간 40분대에 재진입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내 예상을 수정하라고 한 분은 ㅇㅇㅅ마라톤클럽의 이ㄱㅅ님이다. 이ㄱㅅ님은 지난 해에도 제주MBC평화마라톤을 경험했는데 해안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바람이 심한데다 돌아올 때는 아예 바람을 안고 달리게 되니 몹시 힘든 후반부를 감당해야 한다고 귀띰하였다. 은근히 오르막이 많이 나오기도 하니 34킬로미터 이후부터는 아주 죽고 싶을 정도였다고 지난 해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오늘 나아진 것은 지난 해보다 날씨가 덥지 않다는 것뿐이다.
 

지난 해 우승자였던 정석근씨가 15킬로미터 지점에서 레이스를 포기하고 걸어서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이ㄱㅅ님과 일단 갈 때까지는 3시간 52분에서 53분 페이스를 유지하였는데,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4시간 10분 페이스메이커가 앞에, 그것도 훨씬 앞에 있다는 것이었다. 20분이나 빠른 페이스로 달림이들을 이끌다니.

 

-그만큼 돌아올 때 힘드니 미리 빨리 달려 놓자는 심산일까요?
-그래도 이븐 페이스로 달려주는 게 페메죠.

 

 해안도로라고 하면 평탄할 것같지만 제주도는 그렇지 않았다. 2년 전 하프 달릴 때에도 긴 오르막에 버거웠는데 풀코스는 더 심했다. 바람이 심해서 바이저 버프의 챙이 코끝에 닿을 정도로 밀려 내려왔고, 고개를 들면 챙이 제껴져 민망한 꼴이 되어 버렸다. 모자가 날아가 버리는 주자도 적지 않았다. 맞바람에 오르막을 만나면 거의 걷는 느낌이었다. 마라톤 거리 표지판은 영구적으로 설치해 놓은 게 인상적이었다. 2.5킬로미터 단위로 설치되어 늘 변하지 않는 코스를 알리고 있었다. 주최측에서는 1킬로미터마다 작은 표식을 달아놓는 성의도 보였다.


풀코스 반환.
바람 때문에 모자 챙을 잡고 돌았다. 1시간 56분대.

 돌아갈 때에도 1시간 56분대로 달려준다면 3시간 52분 내외의 기록이 가능하지만 그건 불가능하였다. 제주도의 풍력발전기는 거의 다 제주 서해안쪽에 있는데 우리는 그곳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풍력발전기가 거대한 프로펠러를 씽씽 돌렸다. 이ㄱㅅ님은 반환한 후부터 힘을 내기 시작했다. 20킬로미터 넘도록 대화를 나누던 일이 언제 있었느냐는 듯 쌩쌩 내달렸다. 맞바람에서 어떻게 저런 힘이? 저게 한번 달려 본 경험인가? 4시간 10분 페메는 걷기 시작했다. 이럴려고 초반에 빨리 달렸구나. 바람이 그렇게 부는데도 땀은 계속해서 쏟아졌다. 습도와 풍속이 내 몸을 두고 경쟁이라도 하는가?


 아무리 힘들어도 응원해 주시는 도민들이나 봉사요원들에게는 일일이 손을 흔들어주었다. 감사하다는 말도 건네었다. 나는 나름대로 선전하였다. 바람은 배번을 밀어 옷에 접착시키려는 듯 강하게 불었다. 그걸 이겨 내며 속도를 올렸다. 바람이 앞에서 불지 않고 옆에서만 불어 주어도 고마울텐데.... 뚱떙이가 오르막에서도 페이스를 늦추지 않았으니....
 후반으로 갈수록 걷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이 나오면 달리기를 멈추고 걷는 주자도 있었다. 내리막이 시작되면 다시 달리고.
30킬로미터를 지나기 전에 이ㄱㅅ님이 화장실에 들른 사이 내가 앞으로 나왔다. 30킬로미터 지점에는 급수대와 아울러 이동식 화장실이 있었는데 거기 들렀다. 이ㄱㅅ님이 추월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30킬로미터를 달리고 나니 2시간 49분. 남은 12.195킬로미터를 1시간 10분에 달려 내어야 SUB-4가 가능한데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32.195킬로미터 통과기록이  3시간 1분이었다. 남은 10킬로미터를 59분 이내로 달릴 수만 있다면 SUB-4가 가능한데. 늘 SUB-4, SUB-4다. SUB-4에 매달린다. 이ㄱㅅ님이 지난 해 그렇게 힘들었다는 34킬로미터 지점이 나왔다. 거센 맞바람과 긴 오르막. 이겨내었다. 35킬로미터 지점부터 한 명씩 제치기 시작하였다. 길을 잘못 들어 100미터를 더 달리는 해프닝도 있었다. 안내 요원이 "거기 아니예요!"라고 재빨리 소리치지 않았다면 나는 어디로 갔을까?


 7킬로미터 남았을 때 소요 시간이 3시간 18분이면 킬로미터 당 6분으로 달려도 된다. 5킬로미터 남았을 때 소요 시간이 3시간 30분이면 역시 잔여 거리를 6분 페이스로 달려도 된다. 지쳐도 6분 페이스로는 달릴 수 있으니까. 4킬로미터 남았을 때 내 기록은 3시간 34분이었다. 최후의 10킬로미터를 54분에 달려낼 수 있었고, 3시간 55분 40초의 기록으로 골인하였다.

 

 이ㄱㅅ님은 컨디션 난조로 4시간 20분이 넘어서 골인하셨다. 최악이었다고 표현했다. 화장실을 몇 번이나 갔는지 모르겠다고 하였다. 2주 전 서울국제마라톤 대회에 전념했고 이번 대회는 큰 의미가 없는 대회라고 하신 말씀을 기억하여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위로하였다.

 

 

 

 

 

 

 

 

 

 

 

 

 

대회명 : 2014 제주국제평화마라톤
부 문 : 마스터스
일 시 : 2014. 03. 30(일) 09:00 출발
장 소 : 한림종합운동장
코 스 : 한림종합운동장↔옹포↔협재해수욕장↔금능↔신창↔해안도로↔
차귀도(코스도 및 고저도 별첨)
주 최 : 제주MBC
주 관 : 제주특별자치도육상경기연맹
후 원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서귀포시, 제주특별자치도체육회
종 목 : 풀코스, 하프코스, 일반코스(10Km) 건강코스(5Km)
참가비 내역 :
종목
구분
참가비
제한시간
풀코스
18세이상 신체 건강한 남. 여
30,000원
6시간
하프코스
18세 이상 신체 건강한 남. 여
30,000원
3시간
일반코스
8세 이상 신체 건강한 남. 여
20,000원
1시간30분
건강코스
신체 건강한 남. 여
20,000원
1시간

※ 건강코스 초등학생 이하 : 10,000원(2002.1.1 이후 출생자)
계좌번호 : * 농 협 : 963-01-089651
* 제주은행 : 01-01-281202
* 예 금 주 : 제주문화방송(주)
참가신청마감 : 2014년 2월 28일(금)
참가자격 : 국내·외 마라톤 동호인

 

 

 

 

 

 

 

 

 

무릎 통증 때문에 양쪽 테이핑을 하였다.

반환하기 전까지는 이따금 통증이 있었지만 반환한 이후에는 아픈 줄 몰랐다.

테이프를 떼어버려도 되었지만 그냥 내버려 두고 달렸다.

완주하고 나니 무릎 통증이 사라졌다.

 

귀를 노출하지 않을 정도로 버프를 내려 쓰고 달렸다.

귀가 시려웠던 것도 있지만 버프가 벗겨질까봐 미리 방비한 것이었다.

 

앞 사람과 100미터 차이, 뒷사람과 100미터 차이로 골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