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제13회 합천벚꽃마라톤(2014/04/06)-FULL

HoonzK 2014. 4. 16. 18:04

2014 삼척 황영조 국제마라톤
제12회 영주 소백산마라톤 (지난 해 달림)
2014 대구국제마라톤 (지난 해 달림)
제11회 울산매일태화강국제마라톤 (지난 해 달림)
2014 통합청주시 직지마라톤
제13회 합천벚꽃마라톤

 

2014년 4월 6일 겹친 대회이다.

 

내가 선택한 대회는 제13회 합천벚꽃 마라톤이다.
토요일 밀양에 다녀오면서 같은 경남 지역을 선택한 것이다. 밀양에서 동대구역으로 열차타고 이동, 동대구역 도시철도 타고 성당못역까지 이동, 서부정류장에서 버스타고 합천으로 갔다. 밀양에서 합천까지 직선거리는 가까운데 돌아돌아 가니 제법 걸렸다. 대구에서 열리는 국제마라톤을 눈 앞에 두고 합천으로 가다니......


경비는 많이 들었지만 전날 저녁 합천까지 가서 여관을 잡았다.
터미널 바로 옆의 오래된 여관.
이불을 덮고 눕는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새벽에 일찍 깨어 PC방에 한 시간 정도 갔다 왔다. 맞은편에서 세 명이 연타로 담배를 피웠다.
아무리 새벽이라지만 요즘 PC방에서는 흡연 금지임을 모르나?
버티다가 1시간이 되자마자 1,200원 내고 나왔다.

 

여관에 들러 짐을 챙겨 합천공설운동장까지 1.7킬로미터 남짓 걸었다.
풀코스 출발 한 시간 전인데 어마어마한 인원이 모였다.
풀코스 참가자 723명을 포함하여 전체 코스 참가자 1만 명이 넘었다.

 

10,368명(Full 723/ Half 1532/ 10K 2134/ 5K 5979)

 

카메라 장비까지 함께 물품보관소에 맡겨야 하는 나로서는 물품 보관 봉투가 작아서 애를 먹었다. 카메라에 충격이 가면 안 되니 주위에 빈 물통과 의류, 책 등을 넣어 완충 작용이 되도록 애썼다.


마라톤 코스의 꽃인 42.195km 풀코스와 하프코스는 선수 및 준 선수급 분들에게 강한 정신력과 체력으로 도전하실 수 있는 종목입니다.

대회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이 말을 깊이 새기지 않았다.

코스 고저도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막연히 평탄하겠지 생각했을 뿐이다.

 

벚꽃 내음이 가득한 평지코스를 지나 황강 계곡에서 다소 호흡이 거칠어지는 오르막 코스와 멋진 합천의 자연이 바라보이는 약간의 여유가 느껴지는 내리막코스...

 

 긴팔 티셔츠를 입었다. 출발하는 9시 30분은 아직 쌀쌀한 편이니. 만약 더워지면 소매를 걷으면 되니까.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슬슬 따라가다가 그냥 치고 나가 버렸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소변이 마려웠다. 마땅한 장소를 찾기까지 참기로 했다. 8킬로미터 지나서야 화장실에 다녀왔다. 맞바람이 만만치 않았는데 일주일 전 제주도를 떠올려 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제주도 강풍에 비하면 산들바람에 지나지 않았다.

 

 벚꽃이 만발했다가 아직 70% 이상 피어 있는 상태라 합천벚꽃마라톤이라고 할만 하였다. 5킬로미터 통과 기록이 26분 초반대였기 때문에 살짝 고무된 것은 사실이었다. 3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가 별로 떨어져 있지 않았다. 따라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감히. 10킬로미터 지점의 통과 기록을 봐야 해. 54분대. 늦어졌다. 지난 주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처음에만 빨랐던 것이다. 1차 반환할 때까지 은근히 오르막이었다는 사실을 돌아올 때 알았다. 
 3시간 페이스메이커가 건너편에서 오고 있었다. 3시간 페메가 있다니 이 대회의 규모를 알만 하였다. 풍선도 엄청나게 크다. 나같으면 대문만한 풍선 달고 뛰지는 못할 것이다. 3시간 20분 페메도 오고. 잠시 후 여성 주자 한 분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

 

-오빠! 나 알지?
-아! 기억나요. 장흥에서......

 

장흥에서 네 시간 페메를 맡았던 문선미 페메였다. 그녀는 3시간 30분 페메 앞에 있었다. 무시무시한 역주였다. 입상권인걸. 3시간 30분 페메, 3시간 40분 페메가 연달아 지나갔다. 여전히 나는 4시간 페메 앞에 있었다. 1차 반환한 이후 보니 4시간 페메와는 100미터 이상 차이가 나 있었다. 내리막이 시작되니 다들 피치를 올리고 있었다. 15킬로미터를 넘어섰으니 다들 몸이 풀린 거야? 메트로시티 마라톤 클럽 주자 두 명이 나를 제치고 나갈 때 중얼거렸다.

 

-계속 추월......
-네. 뭐라고요?
-계속 추월당하고 있다고요.

 

부산에서 왔다는 이 분들은 내가 서울에서 왔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현하였다.
오늘 왔느냐고 했다. 밤잠 설치고 오는 건 무리라 어제 와서 잤다고 했다.

부산에서 온 사람들이 엄청 많다고 했다. 얼핏 봐도 그런 것같았다. 태종대달리는사람들, 부산마라톤연합회, 서부산마라톤, 구덕마라톤클럽, 을숙도마라톤클럽, 부산런너스클럽, 금정산마라톤...... 허수아비님이 오셨어야 했는데. 울산으로 가셨네. 잘 달리고 계실까?


메트로시티마라톤클럽의 주자들과는 20킬로미터를 넘어설 때까지 동반주했다. 무릎 통증이 없지 않으니 무리하지 않았다. 갑자기 빨라지거나 보폭이 커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22킬로미터 지점에서 파워젤이 제공되었는데 그 직전 가공할 오르막이 있었다. 거기서 시간을 많이 잡아 먹었다. 용주교를 건너 합천댐 방향으로 나가기 시작한 이후 24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였다. 뒤에서 지축이 울렸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따르는 주자들 수 십 명이 나를 위협하고 있었다. 4시간 페메 두 분 다 큰 풍선을 어디로 날려 보냈는지 그들을 알아보는 방법은 광화문 페이싱팀의 빨간 티셔츠밖에 없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4시간 페메群에게 추월당하였다. 내가 늦게 달리는 것같지는 않은데 무슨 일이 난 것일까? 35킬로미터 지점까지는 욕심내지 않고 그저 이븐 페이스로 꾸준히 달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으니...... 25킬로미터에서 28킬로미터 지점까지는 긴 오르막. 합천호와 절벽이 어울린 풍광이 매우 아름다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2차 반환한 이후 29킬로미터 지점을 만났다. 합천벚꽃마라톤의 거리 표지는 배너기이다. 바람에 펄럭거리니 똑바로 봐야 거리를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마침내 30킬로미터 지점. 비로소 시간을 체크하였다. 2시간 48분대. SUB-4는 충분하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가 100미터 앞에 있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31킬로미터 지점에서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제쳤다. 34킬로미터 지점에서 화장실에 다녀왔지만 4시간 페이스메이커보다는 여전히 앞서 있었다.

기다리던 35킬로미터 지점이 나왔다. 챙겨 두었던 파워젤을 먹었다. 파워젤을 두 번이나 제공하다니. 주로에서 딸기까지 간식으로 제공하는 대회는 처음 보았다. 

용주교 방향의 갈림길을 통과하고 36킬로미터 지점부터 직선 주로를 만나면서 슬금슬금 스피드를 올렸다. 민소매, 반소매, 긴소매, 민머리, 짧은머리, 긴머리, 흰머리, 모자 등이 내 뒤로 사라졌다. 금정산마라톤의 한 주자가 달리는 내내 들려주던 뽕짝도 이제는 안녕이었다. 그런데 나를 따라잡는 사람들이 있었다. 동구미마라톤 두 명의 주자가 내 뒤에서 맹렬한 스피드로 치고 나왔다.

 

-힘이 남아....
-네?
-후반에 힘이 남아 돌아요? 막 치고 나가시네요.

 

그들은 미소만 남긴 채 내달렸다.

38킬로미터를 통과하면 다 왔다는 생각에 고무되기도 하지만 아직도 4킬로미터나 남았다는 부담감이 찾아왔다.

강춘식님을 제쳤다. 이 분은 지난 해 부산에서도 뵌 적이 있다.

 

-강춘식님 파이팅! 제가 강훈식이랍니다.

 

40킬로미터까지만 가자. 신의 영역에 들어가면 다 온 것이니.

그러고 나면 2.195킬로미터가 왜 그리 길게 느껴지는지......

 

합천군민운동장은 높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골인 직전 오르막을 감당해야 했다.
3시간 53분대로 골인하였다. 코스가 힘들었기 때문에 동아마라톤의 3시간 52분의 기록보다 더 잘 달린 셈이었다.

 

문선미씨는 트랙에 앉아서 아는 체하였다.
-아까 엄청나게 치고 나가시던데 입상하셨지요?
-네. 제가 청년부인데 1등한 것같아요.

대단한 여성이다. 다음번에 지도 한번 받기로 했다.

 

서울 가는 버스가 출발하는 오후 3시 30분까지는 여유가 있었다. 운동장에 남아서 이것저것 보다 보니 79세의 할아버지가 풀코스 100회 완주하는 장면을 볼 기회가 있었다. 3천원짜리 국밥을 사먹었고, 합천초등학교에 들러 사진도 찍었다.

 

생각해 보니 이 대회는 내 생애 60번째의 풀코스 마라톤 완주였다. 4주 연속 풀코스였고.

10킬로미터쯤 넘게 달렸을 때 만난 부산 동인고 마라톤의 남**님은 내게 첫 풀이 아니냐고 물었다. 왜 그랬을까?

 

 

 

 

 

 

대장경쌀은 기념품이 아니다. 돌아오는 길에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구입했다. 합천 다녀온 티를 내려고......

 

경품이 당첨되었다. 콩막장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2012년 춘천마라톤 아식스 기념 티셔츠

속옷: 없음

신발: 아식스 젤 SP트레어너(하프마라톤 대회 전용)

장갑: 미착용

바지: 월드런 반바지

양말: 디아도라 중목

목도리: 없음

테이핑: 왼쪽 종아리 세 줄/ 양쪽 무릎 두 줄

 

 

 

 

 

 

 

 

 

 

 

 

 

 

벚꽃 만발한 주로에서. 벚꽃은 실컷 보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