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제9회 정남진 장흥 전국마라톤대회(2014/03/23)-FULL

HoonzK 2014. 4. 2. 16:54

 장흥에 가서 숙박했어야 했는데.

서울에서 광주까지 밤차로 이동. 새벽 3시부터 6시까지 터미널에서 대기. 난동 피우는 사람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함. 30대가 60대 머리를 두 대나 가격하고 경찰에 끌려감. 그 전에 40대에게 시비 걸었다가 호되게 혼남. 60대는 신고 정신이 투철. 사태가 진정되었을 때에는 잠이 다 달아나 버림.

 

 풀코스 출발 2시간 전 장흥 도착.

노곤하기 짝이 없는 몸.

짙은 안개 속을 뚫고 대회장을 스피커 소리만 듣고 찾아냄.

 

 지난 해 4시간 페이스메이커로 나를 이끌어 주었던 광화문페이싱팀의 박연익님과 만나 즐겁게 인사나누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기다림.

 

10시 정각 출발.

다행히 4시간 페메를 따라갈 수 있었다.

아직 싸늘하니 긴팔을 착용하였다. 2킬로미터 지나 쳐지기 시작하면서 몸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4킬로미터 지나면서 회복하여 박연익 페메에게 먼저 간다고 말했다. 내 표현이 이상했다.

 

-일단 앞으로 나갔다가 나중에 추월당할게요.

 

 7킬로미터 지점 지나면서 장흥댐, 지천터널에 가까워지면서 오르막을 만나 스피드가 조금씩 떨어졌다. 문선미 페메가 오라버니 힘내라고 격려했지만 몸이 쭉 쳐진 느낌이었다. 하프 반환점을 지나면서 4시간 페메 그룹은 점점 멀어졌다. 세 명의 4시간 페메는 빨간 티셔츠와 노랑 풍선으로 위치를 알렸지만 점점 피곤해지니 늦어지면 늦어졌지 빨라지지는 않았다.

 

11킬로미터 지나서는 나만의 레이스였다. 절대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제치고 나가는 사람은 없었지만 제치고 나갔다고 추격할 마음도 없었다. 그저 개나리 많이 피었네. 진주남강댐의 분위기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노랑색으로 채색된 것이 다르네. 잠결에 감상하는 기분으로 달렸다. 혹시 달리다가 갑자기 에너지가 충전되는 신기한 일은 없을까 하는 상상도 해 보았지만 풀코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리 없다. 설사 짧은 코스라고 해도 그런 일은 없다. 훈련한 만큼 덜 힘든 게 실전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했다. 분명히 나는 몸을 혹사했다.

 

반환은 2시간 4분에 했다. SUB-4를 하려면 돌아올 때 1시간 55분 정도에 달려야 한다. 갈 때보다 올 때 10분 정도를 빨리 달린다는 일은 불가능했다. 완주하는 것만 해도 기특하다고 상을 주어야 할 판국인데. 욕심을 버렸다. 그저 완주하기만을 바랬다. 살이 문제다. 몸을 이다지도 엉망으로 만들다니...... 레이스패트롤을 하던 류성룡님이 바쁜 와중에도 사진을 찍어주셨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뚱보가 있었다. 풀코스만 달릴 뿐이지 평소에는 운동량이 너무 적은 게 문제다. 살이 빠진 느낌이 들기가 무섭게 푹풍 흡입하여 에너지를 보충하니 살이 빠질 틈이 없다.

 

어느 정도는 자책하면서 달리는 것이 요즘의 풀코스이다.

반성해야 해.

달릴 때마다 살 때문에 고통을 받지 않으려면.....

 

늑용교를 건너면 30킬로미터 지점을 만나는데 그 전에 스포츠젤은 잘 먹었다.

힘이 될지 모르겠지만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는다. 내내 손에 들고 달리던 짐이 하나 없어지는 것만으로도 몸이 한결 가볍다고 생각한다. 하프 반환점을 다시 만난 후 지천터널이 보였다. 반환하기 전 지천터널 내부는 춥게 느껴졌는데 반환한 후 다시 만나는 지천터널은 그냥 적당한 기온인 것처럼 느껴졌다. 지천터널을 거의 다 빠져나갈 무렵 규칙적인 발걸음 소리가 터널을 울렸다. 처음에는 내 발걸음 소리인줄 알았다. 4시간 15분 페이스메이커 두 분의 발걸음소리였다.

 

지천터널을 빠져나가면서 10킬로미터가 남지 않게 되었다. 박경오 페메와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대화하면서 달릴 수 있을 정도의 속도가 가장 적당한 페이스라고 했다. 맞다. 빨리 달리는 선두 주자들의 세계에는 대화란 게 없다. 표정에 여유도 없고 인상만 잔뜩 쓰고 있다. 맞은편에서 오는 후미주자들이 응원을 보내도 그들은 결코 답하지 않는다. 눈빛 마주치기, 손 한번 들어주기, 말로 감사하기 등 리액션이라는 게 없는 사람들이다. 나는 서울에서 왔고, 잠을 거의 못 자 조심하고 있다. 페메도 내가 지난 주에 분명히 SUB-4를 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주자들이 봄에는 동마, 가을에는 춘마나 중마에 올인하니까.

 

5킬로미터 남기고 바나나 먹으며 에너지를 보충하는 사이 페메 앞으로 치고 나갔다.

그래도 4시간 10분 이내로는 들어오고 싶었다. 4시간 15분 페메와 37킬로미터 지점까지 함께 달리다 남은 5킬로미터에서 5분을 단축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4시간 9분 31초로 골인할 수 있었다. 쉬고 싶다는 생각을 내내 하면서 달린 데 비하면 선전한 것이다. 남자 풀코스 완주자는 페메를 포함하여 130명만이 달렸고, 여자 주자는 페메를 제외하면 7명 뿐이었다. 풀코스는 10위까지 시상했으니 여자는 완주만 하면 입상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 대회는 원래 2월 16일 열렸어야 하는 대회였다.

연기되는 바람에 참가 취소 신청이 빗발쳤고, 그 바람에 서울-장흥간 셔틀버스도 없어져 버렸다.

셔틀버스가 없어졌으니 참가를 취소하시겠다고 하면 모두 환불해 주겠다는 주최측의 연락이 있었지만 참가를 취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장흥에서의 풀코스.

추억거리를 하나 더 만든 것이다.

 

 

 

2월16일 제9회정남진마라톤대회가 연기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작성자 :   사무국    (2014-02-07 09:45) 열람: 940
 

저희 대회를 위해 준비하시고 계시는 달림이여러분 죄송합니다.정말 죄송합니다.
현재AI(조류인플루엔자) 전국확산으로 여파가 저희고장 장흥에도 농가 밀집지역으로
피해가 심해질수 있는 우려가 있어 부득히 대회를 연기하겠습니다.죄송합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확산이 멈출거라 하네요.대회날짜를 다시 협의해서 추후 다시 올리겠습니다.
다시한번 머리숙여 죄송합니다.

-정남진 마라톤 사무국 대회장 올립니다-

3월23일 제9회 정남진장흥마라톤대회 개최합니다
작성자 :   사무국    (2014-02-07 14:24) 열람: 1263
 

안녕하십니까? 정남진 마라톤 사무국입니다 .

오는 16일 대회는 AI(조류인플루엔자) 전국 확산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연기하게 되었습니다.
대회를 얼마 안 남긴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통보드리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대회는 날씨가 조금 따뜻해진 3월 23일날 다시 개최합니다.
달림이여러분의 많은 관심바랍니다.

문의사항 있으시면 사무국으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선글라스 끼신 분이 나와 많은 대화를 나눈 4시간 15분 박경오 페메. 

 

 봉사활동 나온 여학생들의 열렬한 응원. 큰 힘이 되었다.

 

 

결국 박연익 페메와의 동반주는 수포로 돌아갔다.

 

 

 주민들의 열렬한 응원. 지방자치 단체에서 여는 대회의 특징 아닌가?

 

달린 거리와 남은 거리 표지가 거꾸로 되어 있어 달리다가 간판의 앞뒤를 바꾸어 주는 배려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