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1회 대회 때 출전한 적이 있다. 그 때 받은 옷을 아직도 입고 있으니까. 토요일 오후에 달리는 대회로 유명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오후 출발이었다. 오후 2시 출발. 그러다가 풀코스는 12시 출발, 나머지 종목은 오후 2시 출발, 또 풀코스 10시 출발, 나머지 종목 12시 출발로 바꾸었다가 올해는 오전에 열리는 대회가 되었다. 풀코스는 오전 9시에 출발, 나머지 종목은 10시에 출발하는 것으로.
별안간 추워진 날씨.
영하 5도. 웬만하면 반바지 입고 달릴까 했는데 츄리닝 바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웃도리는 바람막이를 걸쳤어야 했는데 그러지도 못했고.....
4시간 페이스메이커와 인사나누고 잘 부탁한다고 했다.
불행히도 2킬로미터 지점부터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고 뒤로 쳐지기 시작했다.
페메의 무리와 30미터에서 50미터 사이의 간격을 유지하며 달렸다. 그보다 더 멀어지지 않는 게 다행이긴 했다.
초반에는 떨어지더라도 후반에 힘을 내어 따라잡으면 되리라 믿었다. 요즘 하는 방식대로....
문제는 날씨가 너무 춥고, 바지를 무겁게 입은 셈이라 체력을 쓸데없는 데 소진하여 후반에는 걸을 힘도 남아 있지 않으면 어떻게 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안양천을 감아돌아 풀코스 거리를 맞추는 이 대회는 북서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면 칼바람에 노출되어 견디기 힘들었다. 버프를 끌어올려 입과 코를 막으면 숨쉬기 힘들고, 버프를 내리면 입이 꽁꽁 얼어 힘들고. 올렸다 내렸다 뛰면서도 무지 바빴다.
안양천에서는 화장실 이용이 힘들어진다. 화장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주로에서 이동 거리도 꽤 되고, 오르막도 있으니 노상방뇨가 어울린다.
화장실은 딱 한번만 한강변에서 이용하기로 했다.
바람을 맞고 달리고 있지만 후반 6킬로미터 정도는 바람을 등지고 달리기 때문에 탄력을 받으리라 믿었다.
17킬로미터 지점에서 화장실을 이용하고 나오다 장애인을 위하여 만들어 놓은 경사로에서 미끄러졌다. 간밤에 내린 비가 얼어붙어 빙판이 되어 있었다. 재빨리 기둥을 잡아 몸을 바로 잡았는데 무릎이 너무 놀라 통증이 심했다. 통증을 추스리다 보니 페메는 200미터까지 앞서 나갔다.
눈을 똑바로 뜨지 않으면 노랑풍선을 찾아내기 힘들었다.
아무리 떨어졌어도 오버페이스는 하지 말아야 해.
페이스메이커보다 떨어지면 뭐 어떤가? 내가 오늘 기록 때문에 뛰는 것은 아니지. 완주가 목적이잖아.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은 편해졌다.
방화대교을 앞에 두고 페이스메이커는 돌아오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페메는 내게 말하는 것같았다.
'같이 뛴다더니 많이 쳐졌네.'
반환점을 돌았다. 1시간 59분 27초. 이 페이스라면 4시간 이내 완주가 가능한 것인데.
내가 페메보다는 뒤에서 출발했으니까.
이 페이스대로 가자. 조금씩 조금씩 스피드를 올리자.
바람을 등진 효과가 나타나 24킬로미터 지점에서 페메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26킬로미터 지점부터는 페메와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다시 안양천으로 접어들었다. 32킬로미터 지점에서는 치고 나가고 싶었지만 참았다. 4주 연속 풀코스를 달리고 있으니 피로가 만만치 않았다.
35킬로미터 지점까지 참아 보기로 했다. 안양천에서는 다시 맞바람이 찾아왔으니.
35킬로미터 팻말이 보이기 직전 슬금슬금 앞으로 내닫기 시작하였다.
나머지 7킬로미터를 지금까지 달렸던 페이스에서 KM당 44초씩 빨리 달렸다.
35킬로미터 이후에는 제치면 제쳤지 그 누구에게도 추월당하지 않았다.
인간이 달릴 수 있는 영역은 40킬로미터까지. 나머지 2.195킬로미터는 내가 달리는 것이 아니라 신이 달리는 것이었다.
마지막에 힘이 남아 있을 줄은 몰랐다.
츄리닝 바지 재봉선 주변이 허옇게 되었다. 땀이 흘러나오고 마른 게 허연 소금으로 굳은 것이었다.
잠시 감격했다.
마라톤화에 매어둔 칩을 풀면서 지난 1년을 돌아보았다.
지난 해 12월 무모한 계획을 세웠다. 1년에 풀코스를 고작 세 차례 뛰는 게 가장 많았던 내가 매달 뛰자고 마음을 먹은 것.
그리고 마침내 그 계획을 성취하였다.
42.195킬로미터만 달리면 되는 게 아니었다. 참가 신청을 해야 했고, 풀코스를 달려낼 체력을 만들어야 했고, 먼 대회장에 오고가는 스트레스를 견디어낼 줄도 알아야 했다.
다 해냈으니 행복한가? 행복한 것은 내가 풀코스를 그렇게 달리겠다고 서슴지 않고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는 것. 준비할 수 있었다는 것이 행복하였다.
서울에서 목포를 돌아 부산까지 걸어갔을 때 행복했는가? 그때도 생각했다. 그렇게 걸어갈 계획을 수립하고 준비할 수 있었다는 게 걸어낸 것보다 더 행복했다는 것을.
풀코스를 달리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야? 나는 한번이라도 풀코스를 달려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게 엊그제같은데 29번의 풀코스 대회에 참가하여 완주하였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한번의 풀코스를 더 달려서 30회를 채우고자 한다.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2005년 납세자마라톤 기념 티셔츠
속옷: 2004년 제1회 119마라톤 기념 티셔츠
신발: 아식스 타사게일 와이드2 마라톤화(풀코스 전용)
장갑: 지하철에서 구입한 코리아 장갑(천원짜리)
바지: 아식스 반바지+아디다스 검정색 츄리닝
양말: 아디다스 중목
목도리: 시장표 버프
테이핑: 오른쪽 무릎 두 줄 (선물받은 것)
대회제목 : "결식아동돕기" 제8회 국민건강마라톤 대회
대회일시 : 2012년 12월 1일(토) 오전 9시 출발 (하프,10km,5km는 오전 10시 출발)
대회장소 : 한강시민공원 여의도지구 이벤트광장 (여의나루역 2번출구)
참가부문 : Full, Half, 10km, 5km
참가인원 : 선착순 5,000명
참가금액 : 일 반 부 문 Full, Half, 10km, 5km 전종목 40,000원
=>동계용 파워스트레치 상,하의 + 익스트림 파워롱셔츠 지급
매니아부문 Full, Half, 10km, 5km 전종목 23,000원
=>폴라플리스 모자 + 폴라플리스 장갑 + 동계용 넥워머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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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기간 :
* 1차: 2012년 8월 1일 ~ 10월 31일 ( 배번호,기록칩,기념품 => 11월17일경 발송 )
* 2차: 2012년 11월 1일 ~ 11월 20일 ( 배번호,기록칩,기념품 => 11월24일경 발송 )
* 3차: 2012년 11월21일 ~ 11월 27일 ( 배번호, 기록칩 => 당일현장지급 / 기념품 =>대회 종료 후 12월 12일경 발송 )
*접수기간은 입금일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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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품목 : 참가자기념품, 번호표, 완주메달, 기록증, 기록칩
시상안내 : 각 종목 남·녀 1위 ~ 5위
대회주최 : 국민건강달리기연합회
대회주관 : 국민건강달리기연합회
대회후원 : 어린이재단, 신신제약 ,삼진식품, 퍼스트플러스, 스마트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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