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빼빼로데이는 풀코스 도전이다.
동네 축구부원들에게 한 말.
-야! 니네가 왕중왕전 4강에 들면 내가 4주 연속 풀코스를 뛴다.
Oh! My Goodness!
진짜 4강에 들었다. 전국대회 8강에서 연속 세 번으로 떨어지더니....
11월 11일부터 연속 4주 풀코스 도전. 그 출발점이 11월 11일 스포츠서울마라톤이었다.
내 평생 가장 비를 많이 맞고 달린 대회가 아닐까 싶다.
11월에도 한여름만큼 비가 많이 내릴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며 달렸다.
웃도리에 스며드는 빗물을 빨래 짜듯이 짜면서 달렸다. 사타구니는 쓸렸고, 웃도리에 피도 배였다. 발은 퉁퉁 불었다.
3시간 넘게 샤워기 틀어놓고 달린 기분이랄까?
첫 8킬로미터는 보온 때문에 비닐을 걸치고 달리다 보니 체력 소비가 훨씬 컸다. 하지만 쏟아진 비를 어느 정도 막아내었던 게 사실이다.
마라톤화 바닥에 뚫린 송풍구를 통해 주로에 고인 물이 수시로 들어왔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송풍구 덕분에 들어온 물이 도로 나가기도 하니까.
내가 20킬로미터 달릴 때 23킬로미터 달리던 줄넘기 달리미 이순길씨는 32킬로미터 지점에서는 너무 지쳐 보였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 줄넘기 풀코스라니..... 그는 내게 앞자리를 내어주었다.
2주 전에 춘천마라톤을 달렸으니 후반부로 갈수록 피곤해졌다.
하루 전날 여주에서 종일 서서 촬영하고 저녁에는 과식을 해서 배탈도 났다.
풀코스를 달리다 보면 별일이 다 있으니까.
4시간 페메와 함께 달린 것은 29킬로미터 지점까지였다. 급수 때문에 앞으로 나선 다음부터는 거침없이 앞으로 치고 나갔다.
지난 6월 한강시민공원에서 달렸던 풀코스보다는 빨랐다.
풀코스의 쓸쓸함은 언제나처럼 있었다.
5킬로, 10킬로, 하프 출전자들이 대회장에 남아 있지 않아 풀코스 중후반 주자들이 골인하기 시작하면
출발하기 전 주말 대형할인마트같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다.
풀코스를 달려서 골인하는 동안 골인 지점에서 나를 응원해 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선택한 삶이지만 골인 지점에서 나만을 위하여 박수를 쳐 주는 경우가 적어도 풀코스를 골인할 때는 아무도 없었다.
저린 다리를 끌고 생수 한 병 얻어서 나오는데 아저씨 한 분이 나를 불렀다. 그 분이 내 이름을 알리는 없으니 내 번호를 불렀다.
-131번! 파이팅!
이렇게 고마울 수가.....
50여미터 쯤 걸었다. 앞에 있던 차 문이 덜커덕 열렸다.
-아니 왜 이렇게 자주 뛰세요?
100회 마라톤 클럽 소속의 김영준씨였다. 그는 내가 일주일 전에도 중앙서울마라톤을 뛰어 춘천부터 3주 연속 뛰는 줄 알았던 것이다.
그는 비타민C 하나를 주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이 분과 알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인데. 지난 5월 화천평화마라톤에 다녀오면서 뒷좌석에 앉아 대화를 나누다 보니 친해졌다.
요즘은 대회장에서 안 보이면 이상할 정도이다.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LIG 마라톤 뉴발란스 기념 티셔츠
속옷: 없음
신발: 아식스 타사게일 와이드2 마라톤화(풀코스 전용)
장갑: 없음
바지: 아식스 반바지
양말: 아디다스 중목
시계: Casio 전자시계
목도리: 없음
테이핑: 왼쪽 종아리 세 줄...../ 오른쪽 무릎 두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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