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2024 시즌마감 마라톤대회(2024/12/14)-HALF 210

HoonzK 2024. 12. 30. 16:44

 지난 해 풀코스를 달렸던 대회인데 올해는 풀코스 종목이 폐지되었다. 풀코스 릴레이로도 유명한 대회였는데 무슨 일인가? 한강에서 풀코스를 달리는 일은 이제 아주 힘든 일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아예 참가 신청도 하지 않으려다 추가 신청 기간에 운동이라도 할까 해서 참가신청했다. 하프에 참가하면서 5만원이나 지불하는 게 맞을까 하면서도. 일주일 동안 두 번의 과로로 발생한 두 번의 감기 몸살을 겪을 때는 지난 2월 25일처럼 참가를 포기해 버릴까 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주최사 대회를 연속 포기하게 되는 이력을 쌓겠지만. 

 감기를 겨우 극복하고 대회장에 나갔다. 열흘 전 철대문에 세게 부딪친 무릎 상태가 걱정이었고, 동상 기미가 선명한 손등도 문제였는데 발뒤꿈치까지 갈라져 애를 먹고 있었다. 그나마 다른 대회보다 30분 늦게 출발하는 것은 컨디션 조절에  도움이 되었다. 영하 4도 날씨에 체감온도는 영하 7도였는데 다리 맨살을 드러내고 반바지를 입었다. 대형 탈의실에 들어가 준비하면서 추운 줄 모르고 선택한 복장이었다. 짐을 맡기러 가는 사이 긴바지를 다시 입을까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출발 전 왕복 10분 거리의 여의도공원 화장실에 다녀왔다. 하지만 달리는 도중 화장실에 한번 더 가게 되었다. 직전 대회 때 들른 그 화장실이었다. 지난번에는 9킬로미터를 달리기 직전 들렀지만 이번에는 8킬로미터를 달리고 들르게 된다는 점이 달랐다. 대회장이  성산대교 방향으로 8백미터 쯤 이동했기 때문이지만 이용한 화장실은 동일했다. 

 나처럼 반바지를 입은 주자는 3백 명 중 1명꼴이었다. 반팔까지 착용한 주자는 5백 명 중 1명꼴이었다. 하프 주자가 1,328명이나 되니 주로가 비좁게 느껴졌다. 코로나 시국에 달릴 때처럼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맞바람을 막기 위한 용도였다. 1킬로미터를 달릴 때까지는 마스크를 내렸다 올렸다를 반복하며 찬바람을 막았다. 마스크를 내리면 입이 너무 시려워 견딜 수 없었다. 두꺼운 장갑을 끼고도 손이 시렸으니 바람이 꽤 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첫 1킬로미터는 5분 30초라 일찌감치 2시간 이내 완주가 가능해졌지만 살짝 욕심이 나긴 했다. 웬만하면 1시간 40분대로 달렸으면 했다. 이 대회는 1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가 있으니 따라잡기만 하면 1시간 49분에 골인할 수 있었다. 10킬로미터를 넘기가 무섭게 1시간 50분 페메 그룹을 만났다. 무려 1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58분 30초에 반환하게 되는데 올 때보다 갈 때 7분이나 빨리 달려야 1시간 49분대 주자가 될 수 있었다. 우선 1시간 50분 페메를 따라잡으려면 킬로미터당 30초씩 빨리 달린다고 해도 무려 10킬로미터가 필요했다. 즉 골인 지점에 닿아서야 페메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가능한 일인가? 11킬로미터에서 12킬로미터까지 페이스를 확인해 보니 5분 10초였다. 맞바람이 뒷바람으로 바뀌어 득을 볼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싶었다. 12킬로미터에서 13킬로미터까지 또 한번 페이스를 측정했다. 4분 45초였다. 그렇다면 1시간 49분대가 아주 요원한 목표는 아니었다. 대통령 탄핵 문구를 부착하고 달리는 주자들, 크리스마스 코스프레를 한 주자들, 활기넘치는 젊은 주자들을 조금씩 따라잡으며 일단 15킬로미터 지점까지 나아갔다. 15킬로미터 지점에 가면 이것저것 따질 것도 없이 4분 30초에서 4분 40초 사이로 질주하기로 마음먹었다. 가까이만 보다가 멀리 바라보며 달리니 스피드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18킬로미터를 넘기고 나니 마침내 1:50 페메가 보였다. 250미터 앞에 있었다. 앞의 주자들이 밀물처럼 몰려왔고 나는 그 사이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19킬로미터를 넘었을 때 나를 제치고 나오는 주자가 있었다. 딱 봐도 4분 20초 이내로 달리고 있었다. 그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지만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20킬로미터를 달리고 나니 페메는 50미터 이내에 있었다. 골인 아치를 2백 미터 쯤 남겨두고 드디어 페메 앞으로 치고 나갔다. 덕분에 이렇게 뛴다는 감사 인사는 잊지 않았다. 

01:49:21.13

일주일 동안의 컨디션이나 대회 당일 여건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도 1시간 40분대로 들어가니 성취감이 남달랐다. 올해 하프를 15번 달렸고, 일주일 뒤 다시 한번 달리니 지난해처럼 하프를 16번 완주하게 되었다. 
 

 

여의도이벤트광장 행사 관계로 대회장이 변경되었다.

 
 

춥지만 햇빛이 좋아 도움이 되었다.

 
 

여의도이벤트광장은 시설물 설치 관계로 대회장으로 이용할 수 없었다.

 

왕복 1.6킬로미터를 오가는 게 조금 성가셨다.
지난해 기념품도 후드티였는데 색깔이 검정색이었고 끈이 너무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