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2024년 마지막 달이 오고 말았다.
여름, 가을 지나고 처음으로 장갑을 끼고 참가했다. 여의도 이벤트광장에서 가양대교까지 갔다 오는 코스는 10개월만이니 한강은 이제 겨울에 익숙해진 장소가 되었다. 찬바람이 부는데 햇빛까지 구름에 가려 더 춥게 느껴지는 일요일이었다.
맨살 드러내고 달리기엔 너무 추운 날씨라 반바지 입기가 꺼려졌지만 결국엔 다리를 드러내었다. 희수형님은 찬바람을 막기 위해 신발에 테이프까지 붙이고 있었다.
올 겨울 긴바지 입고 대회에 참가하는 일은 없기를. 겨울이면 추운 날씨를 피할 순 없겠지만 마라톤 참가하는 날만이라도 따뜻하기를......
첫 1킬로미터가 5분 30초가 걸렸다. 1킬로미터를 넘기 전 나보다 6초 늦게 출발한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가 나를 제친 데 이어, 20초 늦게 출발한 희수형님, 25초 늦게 출발한 로운리맨님이 줄줄이 나를 제치고 나갔다.
정확한 페이스를 가늠할 수는 없었지만 1킬로미터 이후에는 5분 10초에서 20초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것 같았다. 날씨가 춥고 컨디션도 그리 좋지 않아 달리면 달릴수록 화장실이 급해졌다. 평지에 있는 화장실은 4킬로미터 쯤 달리고 나면 다 사라졌다. 시간을 절약하려면 주로변에서 노상방뇨라도 해야 하나 했지만 참았다. 9킬로미터 쯤 지나 계단을 밟고 올라야 하는 화장실에 다녀왔다. 거기서 1분 30초 쯤 날렸다. 반환을 54분 39초에 하게 되었지만 이 페이스라면 일주일 전과 비슷한 1시간 49분대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반환한 후에는 조금 미친 속도로 달렸다. 12킬로미터 지점에서 로운리맨님을 제치고 나가는데 1시간 45분 이내로 들어가라는 응원을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실현 불가능한 기록이었다. 일단 15킬로미터 지점까지는 속도 올리기를 자제하면서도 가끔 가속을 붙였다. 맞바람이 만만치 않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250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지만 달리는 거리가 늘어날수록 페메와의 간격이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5킬로미터 남았을 때는 올해 최고의 달리기를 했다. 마지막 5킬로미터는 22분 37초만에 주파하면서 1시간 43분대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01:43:55.89
10개월 전 동일한 코스에서 달렸을 때보다 8분 가량 빨라졌다. 그동안 열심히 훈련한 보람이 있었다.
1:45 페메는 1.5킬로미터 남기고, 희수형님은 1킬로미터 남기고 추월했다.
반환 전 10.55킬로미터는 54분 39초가 걸렸지만, 반환 후 10.55킬로미터는 49분 16초가 걸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0킬로미터 단일종목에서 51분 가까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어이없는 스피드처럼 느껴지긴 한다. 1287명의 하프 완주자 가운데 200등을 했다. 주중 첫눈이 많이 내려 걱정을 했지만 눈녹은 물이 조금 있었을 뿐 빙판은 없었다.
급수대는 거의 빠뜨리지 않았는데 5킬로미터 급수대가 왼편에 있어 가까이 가지 못했다. 10킬로미터 선두 주자들과 충돌할 우려가 있었다. 7.5킬로미터 급수대도 왼편에 있었지만 일부러 건너가 파워에이드를 마셨다. 반환 전 접근하지 못했던 5킬로미터 급수대는 돌아갈 때 이용했다. 마지막 급수대는 굳이 들를 필요 없었지만 갈증이 조금 느껴져 물컵을 집어 들었다.
6개월만에 희수형님, 로운리맨님과 엄니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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