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제21회 새벽강변 국제 마라톤 대회(2024/06/02)-HALF 201

HoonzK 2024. 7. 9. 17:43

 이 대회가 처음 열렸던 2004년 10킬로미터 종목에 참가했었고, 이후 풀코스까지 참가했는데 이제는 하프 참가 패턴으로 굳혀졌다. 지난 해 1시간 57분 50초에 달렸던 대회인데 민원 때문인지 대회 장소가 월드컵 공원으로 바뀌었고, 하늘공원, 노을공원을 감아도는 코스는 힘들기 때문에 기록이 더 나빠질 수도 있었다. 몇 달 동안 대회장에서 볼 수 없었던 로운리맨님을 불러낸 대회이기도 했다. 출발 전에는 로운리맨님을 만날 수 없었다. 대회장에 오기는 한 걸까? 희수형님에게는 드디어 로운리맨님을 마라톤 대회에 다시 불러내었다고 자랑스럽게 떠들었는데......
 
 두리번거리다가 출발했다. 도대체 어디 있을까? 지난 7개월 동안 대회 주로에서 만나지 못했던 것처럼 오늘도 그런 날이 되고 마는가? 로운리맨님 닮은 사람도 없었다. 2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가지 못해 전전긍긍하며 사람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1킬로미터가 6분이 넘어갔다. 다음 1킬로미터는 조금 당겼지만 2킬로미터 기록은 11분 35초, 오르막이 시작되는 구간에서 페이스가 떨어져 3킬로미터는 18분, 4킬로미터는 23분이 넘었다. 흙길 구간에서는 지난 바다의 날 마라톤 대회에서처럼 여지없이 먼지가 일어났다. 로운리맨님은 지난 4월 15일 대회 신청하면서 운동을 못한 만큼 2시간 15분 완주를 목표로 하겠다고 했으니 나보다 뒤에 있을 것 같았다. 바다의 날 마라톤 대회에 비해 참가 인원이 적어 보였는데 10킬로미터, 5킬로미터 종목 참가자는 처음부터 한강쪽으로 나가서 달리기 때문에  하프 주자와 뒤섞일 일이 없었다. 주로에 한결 여유가 있어 사람들 얼굴 알아보기가 수월해 보였다. 로운리맨님이 출전했다면 찾기 쉽겠다는 생각을 했다. 1차 반환한 주자들이 돌아오고 있었다. 1시간 30분 페이스메이커가 5위권이었기 때문에 오늘은 고수들이 별로 없어 보였다. 1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를 만난 후 오늘도 맹렬한 스피드로 앞서 달리는 희수형님이 지나가고, 1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 2시간 페이스메이커도 지나갔다. 2시간 페메를 도대체 어떻게 따라잡는담? 지난 주까지 200번의 하프를 모두 2시간 이내 완주하면서 이제는 그보다 늦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데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건달님!!! 로운리맨님이었다. 로운리맨님은 2시간 페메를 바짝 따라가고 있었다. 역시 달리기 능력이 좋은 분이라 6개월 이상 운동을 안 해도 저렇게 달리는구나 싶었다. 이 분을 만나고서 무기력했던 몸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1차 반환점을 33분 37초에 돈 후 조금씩 페이스를 끌어 올려 6.6킬로미터부터 7.6킬로미터까지는 5분 30초 언저리로 끊었다. 그 이후에도 조금씩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아득하게 멀었던 2시간 페이스메이커의 노랑 풍선이 보이면서 그 뒤쪽의 로운리맨님도 보였다. 메타세콰이어 흙길이 끝나고 포장 오르막길이 시작되었을 때는 로운리맨님에게 거의 따라붙었다. 5분 10초대까지 나왔다. 10킬로미터를 넘기면서 로운리맨님 옆에 갈 수 있었다. 그동안 운동하고 뛰는 거냐고 묻자 운동 한번 안 하고 나왔다고 했다. 로운리맨님은 10킬로미터만 뛰고 말 거라고 했다. 추월하면서 그러면 안 된다고 외치며 앞으로 치고 나갔다. 이제는 2시간 페이스메이커 따라붙는 일에 신경을 쓰기로 했다.

한강시민공원으로 이어지는 브릿지를 통과할 즈음에는 이미 11킬로미터를 넘게 달려 속도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10킬로미터, 5킬로미터 참가자가 반대편에서 오고 있어 일렬로 달려야 했다. 내리막이지만 내리막 혜택을 받지 못했다. 
 
 묘하게도 하프 거리 표지판은 13.64, 14.64와 같은 방식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축구장을 지날 때 담배 냄새를 진탕 맡았다. 축구 경기를 하다 휴식하는 사람들이 주로쪽 망에 등을 기대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투덜투덜. 그 사람들에게 무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늘 그렇듯이 불만을 터뜨리는 자전거 부대는 이 대회에도 있었다. 주로 안내하는 사람을 붙들고 이런 식으로 대회를 하면 어떡하느냐고 따지고 있었다. 결국 이 대회가 늘 대회가 열리던 여의도에서 상암동으로 대회장소를 바꿀 수밖에 없었던 것도 자전거 부대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까닭일 것이다. 
 
 조금 늦게 달리는 여성 주자 가운데 자전거들이 속도를 내어 지나가면 속도 안 늦추냐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사람이 있었다. 이 여성은 자전거가 조금 빠르게 지나간다 싶으면 한껏 목소리를 높여 천천히 가라고 외치고 또 외쳤다. 마라톤 대회에 7백 번 가까이 출전했지만 이런 분은 처음이었다. 사고라도 날까봐 주의를 시킨다고 볼 수 있는데 대회 운영자가 아닌 참가자가 이러는 것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나보다 10분 이상 빠른 페이스로 희수형님이 지나가고 난 뒤 한참 더 달려 15.64킬로미터에서 반환했다. 페메와의 거리를 야금야금 줄여가던 나는 반환하기가 무섭게 2시간 페메 무리에 섞였는데 삼십 명이 넘는 주자들이 함께 있어 몸이 자주 부딪쳤다. 대열에서 빠져나왔다. 5분 20초 이내 페이스로 속도가 올라붙고 있었다. 16킬로미터 가까이 달렸는데 오전 9시가 되지 않았다. 다른 대회가 출발하는 시각에 대회를 거의 마무리하기 직전이 된 것이었다. 돌아가는 동안 로운리맨님을 만나지 못했다. 정말 10킬로미터만 뛰고 만 것인가? 나중에 들으니 한강으로 나오긴 했는데 조금 달리다 뒤돌아 뛰었기 때문에 15킬로미터 정도를 달렸다고 했다. 
 
  달해아름다워님이 레이스패트롤을 하고 있었다. 레이스를 펼칠 때와 달리 인사를 잘 받아주었다. 
 
18.64킬로미터를 뛰었을 때 10킬로미터 종목 남은 거리가 2킬로미터라는 표식이 있었다. 골인지점까지만 가면 20.64밖에 안되는데 설마 그것만 뛰는 것은 아니겠지 싶었다. 하프 종목은 모자란 450여 미터를 채워 달리게 하는 것 아닐까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후반에 파이팅했지만 초반에 너무 지지부진이라 올해 하프 최악의 기록이 나오리라 계산했는데 1시간 52분대가 나와 버렸다. 희수형님은 1시간 45분 턱걸이에 집중했는데 1시간 39분대가 나와 버렸다고 했다. 
 
 잘 달리다가 속도를 제어하는 월드컵 공원 연결 브릿지. 종반에 만나는 오르막. 더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이 오르막에서 밟을 수 있나? 밟을 수, 수, 수퍼노바. 다들 걷는 길에서 나 홀로 달려 월드컵공원으로 들어섰는데 골인 지점이 너무 가까워져 버렸다. 
 
01:52:41.45
 
 거리를 더 줄여서 달린 로운리맨님은 마포농수산물시장 외벽에 기대어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담배 피면서. 점심은 고등어조림으로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어느새 단골이 된 상점에서 모듬회 한 팩을 사서 로운리맨님에게 선물했다. 월드컵경기장역이 아닌 마포구청역으로 와서 전철을 탔다. 로운리맨님과는 일주일 뒤 광명에서 또 만나기로 했다. 
 
 
 
 
 
 
 

 
 
 

새벽 4시 24분경 집근처 버스 정류장

 

수유시장 버스정류장에서 710번 버스를 기다린다.

 

이때가 5시 8분이다. 30분 가까이 기다리는데도 버스가 오지 않아 난감했다. 결국 710번 버스를 포기하고 다른 버스 두 대를 연계하여 대회장으로 갔다.

 

월드컵공원이라는데 이쪽으로 처음 와봐서 너무 생소하다.

 

지난 바다의 날 마라톤 대회에 달렸던 길이다. 새벽강변 마라톤에서는 이쪽으로 올 일이 없다. 달릴 때와 걸어갈 때가 너무 다르다는 데 놀랐다.

 

구름다리가 보인다.

 

구름다리를 건너자 10.6킬로미터 표지판이 있었다.

 

로운리맨님과 함꼐 한 점심 식사. 고등어 조림.

 

모듬회. 콜라는 로운리맨님이 사 주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