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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바다의 날 마라톤 대회(2024/05/25)-HALF 200

HoonzK 2024. 7. 8. 18:12

 이 대회는 생애 200번째 하프였다. 2004년 5월 26일 생애 첫 하프를 달린 후 20년만에 하프를 200번 완주하게 되었다. 
날짜를 정확히 5월 26일로 맞추어 보고 싶었지만 일요일인 다음 날에는 하프 대회가 없었다. 아쉬운대로 하루 차이로 20년간 200번의 하프를 자축하였다. 
 
이 대회에서 추후 기억날 내용은 세 가지 정도가 되겠다. 쉽지 않은 코스. 불친절한 코스 안내. 아세탈님 찾기.

 
 이 대회에서 만나기로 했던 아세탈님을 찾느라 눈이 빠지는 줄 알았다. 10킬로미터 참가자들 틈에서 아세탈님을 찾느라 페이스를 신경쓸 수 없었다. 200번의 하프를 모두 2시간 이내로 완주해 내겠다는 각오는 다지고 있었지만 살피는 일을 멈출 수는 없었다. 첫 1킬로미터는 5분 20초였지만 3킬로미터 표지판은 17분 35초로 지나게 된다. 예상 완주 기록이 2시간을 넘고 있어도 동요하지 않기로 했다. 4킬로미터 지점을 지나도 나아지는 게 없었다. 그러다가 5킬로미터 지점 기록이 대뜸 27분 15초가 되어 버렸다. 별안간 찾아온 2시간 이내 완주의 여유였다. 하프 주자들은 10킬로미터 주자와 달리 1킬로미터를 더 나아가 반환해야 했다. 흙길 구간이 늘어난 것인데 2주 전 젖은 흙길을 달릴 때와는 판이했다. 오고가는 주자들이 일으키는 흙먼지가 뿌옇게 일어났다. 영화 <매드맥스>를 보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7킬로미터 쯤 달리고 나자 10킬로미터 주자들과 뒤섞여 주로는 사정없이 비좁아졌다. 접촉이 적지 않았다. 갑자기 주로를 바꾸는 사람들 때문에 달리기 리듬이 깨어지기도 했다. 페이스를 내려 놓고 아세탈님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데 아세탈님을 찾을 길이 없었다. 하프 주자들만 남은 한강변에서야 아세탈님 찾기를 접고 달리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는데 아세탈님은 미리 내게 메시지를 보내어 놓은 상태였다. 메시지를 보냈을 때는 이미 짐을 맡긴 후라 확인할 수가 없었다. 
 
 
 오늘 하프 200회 완주하는 날인데 미리 축하드립니다.
저도 오늘 대회 참가하려고 했는데 컨디션이 안 좋아 걷는 것도 힘들 것 같아 불참합니다. 
운동 좀 해서 다음 대회 때 좋은 컨디션으로 뵙겠습니다. 
 
 이 메시지 아래 200회 축하 선물까지 보낸 상태였다. 요즘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데 아쉬움이 컸다. 
 
 1차 반환 후 돌아가는 길은 하프 주자에 10킬로미터 주자뿐만 아니라 대부분 걷는 5킬로미터 주자까지 뒤섞여 달리기가 쉽지 않았다. 급수대 찾기도 어려웠다. 나는 반대편에 놓인 물을 집어 들었는데 그렇지 못한 하프 주자들은 5킬로미터 이후 7킬로미터나 더 달린 후에야 급수대를 만날 수 있었다. 오랜만에 급수대가 나오면서 물마시려는 주자들이 대거 몰려서 시장통을 방불케 하는 일도 있었다. 가끔 파스 냄새가 진득하게 배인 물을 마시는 바람에 뱉어내기도 했다. 급수대에 스프레이 파스를 비치하는 경우 종종 발생하는 일이었다. 
 
 몇 일 전 새벽에 넘어져 허리를 조금 다쳐서 걱정했지만 달리는 동안에는 허리가 아픈 일은 없었다. 햄스트링이고 아킬레스건이고 아픈 데가 없으니 고마운 일인데 이렇게 아프지 않은 것이 예전과 달리 너무 늦게 뛰어서, 아니, 너무 늦게 뛸 수밖에 없는 몸 상태라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12.1킬로미터부터 본격적으로 페이스 체크를 시작하는데 어이없는 일이 연달아 벌어졌다. 12.1킬로미터부터 13.1킬로미터까지 4분이 걸렸고, 13.1킬로미터부터 14.1킬로미터는 3분 5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요즘 내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거리 표지가 잘못 되었던 것이다.
 
 
2시간 페이스메이커들이 앞에 있는데 이 분들은 페이스를 어떻게 조절하는지 알 수 없었다. 
 
처음 출발할 때는 구름이 잔뜩 끼어 선선한 느낌마저 들었지만 달린 거리가 늘어날수록 뙤약볕으로 바뀌었다. 아직 과체중인 나로서는 더워지자 버거웠다. 지난 4월 30도의 날씨에 달렸던 것에 비하면 그리 힘든 것도 아니지, 하면서 마음을 추스리는데 달리면 달릴수록 속도는 붙어서 2시간 페메 그룹이 점점 가까워졌다. 17킬로미터쯤 달리고 나니 자연스럽게 2시간 페메보다 앞에 있게 되었다. 기다리고 있을 아세탈님을 떠올리며 조금이라도 발걸음을 빨리 하려 애썼다. 화장실에 한번쯤 들를까 했는데 기온이 오르고 땀도 많이 나니 가지 않아도 되었다.
  
어려움이 한번 더 있었다. 
한강시민공원에서 월드컵공원을 이어주는 레인은 너무 가파랐다. 제법 끌어올린 페이스가 도로 떨어지는 구간이었다. 그래도 2시간 이내로는 충분히 골인할 수 있을 것 같아 좀 여유가 생겼다. 
 
1:55:55
 
 올해 달린 하프 기록 가운데 가장 나빴지만 2시간 이내 완주에는 성공했다. 지난 해 여의도에서 평지를 달릴 때 보다 기록이 좋아진 것은 의외였다. 
생애 첫 하프 기록인 1시간 44분대에서 10분 이상 늦어졌고, 100번째 하프인 1시간 43분보다 11분이 늦어졌다. 힘든 코스와 세월의 무게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때와 비교하면 너무 뚱뚱하기 때문에 어차피 좋은 기록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마라톤을 시작한 이후 가장 무거운 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할 수 없는 일이긴 했다. 
 
 골인한 후 옆에 나타나는 아세탈님을 기대했는데 보이지 않았다. 짐을 찾아 스마트폰을 열어 보니 불참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카톡 메시지를 몇 차례 주고 받으면서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었다. 
 
사진 서비스가 없는 대회라 하프 200회 기념 사진이 없다. 사진을 자주 찍어주시는 희수형님도 오늘은 사진을 찍어 주지 못했다. 하프 100회 완주 기념으로 제작한 티셔츠를 입은 모습을 기록에 남겼으면 좋았겠지만. 대회를 마치고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모듬회만 사서 돌아왔다. 지난번 10킬로미터를 달린 것을 기억하는 가게 사장님은 오늘도 10킬로미터 뛰었느냐고 물었다. 하프를 뛰었다고 했지만 200번째 하프였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하프를 200번 뛴 것이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 있으니...
 

 
 

 
 
 

경품권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현장에서 제공되는 멸치 기념품이 트레이드 마크인 대회이기도 하다.

 

허수아비님 드릴 모자가 또 한 개 생겼다.

 

이 티셔츠는 훈련할 때 자주 입게 되었다. 지난 해에는 너무 사이즈가 큰 것으로 잘못 배송되었는데 뒤늦게 확인하는 바람에 교환하지 못했다. 덩치큰 지인에게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