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1킬로미터는 5분 54초.
나보다 뒤에서 출발한 2시간 페이스메이커가 나를 추월하는 건 당연했다.
두목 삼양 사화
이렇게 기억하며 달렸다.
두목 2킬로미터 지점 목동교
삼양 3킬로미터 지점 양평교
사화 4킬로미터 지점 양화교
2킬로미터 지점에는 목동 마라톤 클럽의 응원 부대가 끝까지 자리하며 달림이들을 독려했다.
양화교를 지나면서 보니 4킬로미터 기록이 33분대 초반이었다. 나보다 늦게 출발한 2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가는데도 2시간 이내 완주 턱걸이 4킬로미터 기록 34분에 걸리지 않았다. 서두를 필요가 없어 보였다. 5킬로미터 직전 한강을 바라보며 좌회전했다.
5킬로미터 27분 57초. 2주 전 하프보다 조금 빠른 편이었다. 5킬로미터를 채 넘기도 전에 포기하고 싶었던 2주 전과는 달리 견딜만 했다. 아무래도 그때보다는 날씨가 덜 더웠고, 출발 시각도 40분 쯤 이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판단이 들었다. 혹시 살이 빠져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아직도 옆구리살이 두툼했다.
급수대를 거르지 않고 수분 보충을 열심히 하는데 생수에 파워에이드, 콜라까지 잘 챙겨 마셨다. 지나치게 많이 마시는 것 같았지만 완주할 때까지 화장실 갈 필요는 없었다. 완주한 후 1시간이 넘어서야 화장실에 들렀다.
지난 해 안양천을 감아돌며 달리며 협소한 주로 때문에 애먹었던 것과 달리 다소 여유가 생겼다.
여의도 이벤트 광장에서 출발할 때보다는 반환 지점이 1킬로미터 쯤 더 나아가게 되는데 크게 욕심을 내지 않아서 59분이 다 되어 반환하게 되었다. 그 페이스만 지켜도 1시간 58분이 되기 전에 골인할 수 있어 보였다. 5분 30초이던 페이스가 5분 20초 초반으로 진입하면서 주변의 달림이들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잦아졌다. 달리다가 수시로 뒤를 돌아보게 되는데 그 횟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뒤에서 자전거가 오고 있는지 확인한 후 추월하는 패턴을 유지했다.
5분 15초 전후까지 좋아지는 페이스. 그렇다고 더 힘든 것도 없었다. 거리 표지판이 나타나는 터울이 매우 짧다고 느껴졌다. 16.1킬로미터를 달렸을 때 1시간 28분 10초가 지났다. 이때로부터 25분 24초가 지나면 골인하게 된다. 5분 5초 페이스가 된 것인데 출발할 때 28분이 걸렸던 구간을 25분대로 달릴 수 있게 된 것은 16킬로미터 이상 뛰어 단련되었기 때문일까 싶었다. 안양천변에 들어서면서 내 귓전에 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빨리 달릴 때만 생기는 현상이었다. 남자 아이돌 그룹 ONF의 'Bye, My Monster'가 쉴새없이 울리는데 여자 아이돌 노래가 아닌 남자 아이돌 노래가 들리다니 이건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음악방송 프로그램 보다가 남자 아이돌이 나오면 볼륨을 끄고 책을 읽던 내가 유일하게 몰입해서 들었던 노래가 멤버 전원이 군필자인 ONF의 'Bye, My Monster'. (일본인 멤버 한 명 빼고). 멤버 이름은 한명도 모르지만 음악 방송에 나올 때마다 열심히 들었던 노래 'Bye, My Monster'였다. 여기에 목동마라톤클럽의 북과 꽹과리가 들리니 힘이 더 났다.
몇 백 미터를 남기고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고함치는 젊은이를 응원하며 박수도 쳐 주었다.
내 기록은 1시간 53분 34초 85였다. 2주 전 하프보다 덜 힘들었는데 아직 체중이 그대로인 것을 감안하면 기온이 낮은 덕분인 것 같았다.
199번의 하프를 완주했으니 이제 200번째 하프가 기다린다. 5월 25일 바다의 날 마라톤 대회에서.... 20년만에 200번의 하프를 달성하게 된다. 200번 모두 2시간 이내의 완주가 가능하기를.
희수형님은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를 집요하게 따라붙어 1시간 43분대로 골인하는 기염을 토했다. 4년 전 기록으로 되돌아가다니 이건 회춘이었다. 이유는 꾸준한 훈련 덕분이었다. 형님의 훈련량에 비하면 나는 거의 노는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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