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소외계층돕기 제11회 행복한가게 마라톤대회(2024/04/14)-HALF 198

HoonzK 2024. 4. 16. 17:31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다닙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랬다. 그런데 4월 중순 기온이 30도까지 치솟았다.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슬슬 더워지는구나, 하는 적응 과정도 없이 바로 여름이 되어 버렸다. 겨울에 달리고 불과 한 달 여만에 여름에 달리는 것이다. 이 더위에 뚱뚱한 사람이 뛴다는 것은 더 힘든 일이다. 대회 전날 오랜만에 만난 동생이 내 배가 나왔다며 경악했다. 평생 오빠 배가 나온 것은 처음 봤다는 반응이었다. 대회 이틀 전 12.35킬로미터, 사흘 전 8.14킬로미터, 닷새 전 400미터 인터벌 12회 포함하여 12.34킬로미터, 엿새 전 책 다섯 권 들쳐메고 6.66킬로미터, 일주일 전 11.11킬로미터, 여드레 전 21.21킬로미터를 달린 내가? 그 앞 주에는 80킬로미터나 달렸던 내가 뚱뚱하다고? 누가 말해주지 않으니 미처 몰랐던 사실이었다. 뱃살이 적지 않았다. 그나마 운동을 열심히 하여 살이 빠졌다고 믿었는데도 비만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간만에 달리는 하프에서는 몸 사리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올해 달린 두 번의 하프보다 빨리 달릴 수도 없을테니 욕심을 내지는 말아야 했다. 다만 2시간 이내로는 골인하기로 마음먹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데 주최측은 9시 10분이 넘어서야 출발시켰다. 하프 참가자가 7백 명이 되지 않았지만 1시간 50분 이내 예상 골인 주자와 1시간 50분 이후 예상 골인 주자 그룹을 나누어 출발시키기까지 했다. 1시간 50분 이후 예상 골인 주자 그룹에 있다가 출발할까 하다가 단 몇 분이라도 더워지기 전에 출발하는 게 낫겠다 싶어 앞쪽으로 나아갔다. 
 
 여의도 공원을 빠져나가 한강변에 닿기가 무섭게 1킬로미터 표지판을 만났다. 5분 42초였다. 1시간 59분대 골인이 처음부터 가능해진 것인데 점점 더워질 것이니 방심할 순 없었다. 후반에 더위에 시달리며 악전고투할 것을 대비하여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 놓아야 했다. 2킬로미터가 11분 20초, 3킬로미터가 17분이 넘지 않기를 기대했다. 
 
 3킬로미터: 17분
 5킬로미터: 28분 20초
 6킬로미터: 34분
 9킬로미터: 51분
10킬로미터: 56분 40초
 
 이 기준에 뒤쳐지지 않기를.
2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뛸 수 있다면 참 편하겠구나 싶었지만 1시간 50분 이후 예상 골인자 그룹에 있는 2시간 페메를 찾는 것은 이미 물건너 간 것이었다.
 
 평소 스피드 훈련을 해도 이 페이스로 달리는 게 쉽지 않아서 그런지 3킬로미터를 넘기가 무섭게 아킬레스건 통증이 생겼다. 웃도리는 흠뻑 젖어버렸다. 흐르는 땀이 눈을 쓰리게 하는 일은 끝까지 이어졌다. 시간을 제법 벌어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5킬로미터 통과 기록이 28분 05초였다. 킬로미터마다 고작 3초씩밖에 벌어 놓지 못했으니 불안했다. 5킬로미터를 넘기도 전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5월 25일 200번째 하프를 달리는 데 초점을 맞추었으니 이 대회 기권하고 다른 대회를 찾아봐도 되겠다 싶었다. 마음을 살살 달래면서 나아가는데 2.5킬로미터, 5킬로미터 급수대가 달리는 왼편에 있었다. 길을 가로질러 수분을 섭취하지 못하면 유난히 더운 날씨에 7.5킬로미터, 심하면 10킬로미터까지도 물을 마시지 못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자전거를 조심하면서 길을 건너가 물을 마셨다. 
 
  (자정이 훌쩍 넘어 잠들었지만 새벽 1시 45분, 3시 30분, 5시 정각 잠을 깨었다. 5시 39분에는 일어나 아침을 먹었고 6시 30분이 조금 지나 집을 나섰다. 대회장에서 가까운 여의도역이 아닌 여의나루역에서 내려 1.5킬로미터 남짓 걸었다. 가는 도중 화장실에도 들르고 스트레칭도 마쳤다.)  
 
 자꾸만 숙여지는 고개를 들어 앞을 보며 혹시나 아는 사람이 있나 살폈는데 하프 여자부 2위에 입상하게 되는 설아님말고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설아님마저도 늦게 알아보아 응원도 보내지 못했다. 대회장에 나올리 없는 로운리맨님이 혹시나 보이지 않을까, 아세탈님이 운동 삼아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이렇게 아는 사람이 없을 지경이면 희수형님이 출전한 김포한강마라톤에 갈 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달리기가 뒤뚱거리는 수준이라지만 반환은 58분 08초에 했다. 1시간 56분대 골인 페이스로 나아가고 있어도 긴장은 늦추지 않았다. 반환하자마자 햇빛이 정면으로 떨어졌다. 전반과 후반의 기온은 천양지차였다. 초여름과 한여름. 더 부지런히 발을 놀려야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옷에 허벅지가 쓸려 아픈 것도 참아야 했고, 아킬레스건 통증이 심해질 것 같으면 주법을 바꾸어 슬슬 밀면서 달려야 했다. 11킬로미터를 넘겼다. 뒤에서 밀고 나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아예 웃통을 벗고 달리는 사람도 있었다. 추월해 가는 사람들을 보며 승부를 보자는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다. 화장실에 갈까말까 하는 생각만 수도 없이 했다. 땀을 이렇게 많이 흘리는데 굳이 화장실을 왜? 화장실이 떠오른다는 것은 화장실에 가야 한다는 뜻이야. 참고 달리면 끝까지 화장실 생각이 나서 달리기에 집중하지 못할 걸. 결국 16킬로미터 쯤 달리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굳이 가야 했나 하는 의문이 드는 화장실행이었지만. 화장실에 다녀오고도 시간을 별로 잃지 않아 6분 페이스로 달려도 2시간 이내 완주가 가능해 보였다. 더 이상 추월당하지 않고, 가끔 앞 주자들을 추월하는 것을 보면 더위와 과체중에도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었다. 2킬로미터 남기고는 7분 페이스, 1킬로미터 남기고는 9분 30초 페이스로 가도 1시간 59분대 골인에 여유가 있었다. 여의도공원쪽으로 우회전하기 직전 안내 유도요원과 하이파이브하는 즐거움도 누렸다. 
 
 최종 기록은 1시간 55분 39초 30이었다. 전반과 후반이 거의 일정한 페이스였다. 화장실에 다녀오고도 후반이 조금 빠르긴 했다. 첫 1킬로미터와 마지막 1킬로미터를 비교하면 30초 차이가 있었다. 647명의 하프 완주자 가운데 133등이었다. 
 
 

5분 18초 페이스가 5분 28초 페이스로 떨어졌다. 하지만 요즘 스피드훈련을 해도 이 선을 넘지 못하기 때문에 욕심을 낼 수는 없었다.

 
 
 

탈의실에 가는데 10킬로미터 완주자 한 분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사진을 찍어주었더니 그 답례로 내 사진도 찍어 주었다.

 
 
 

 
 

출발점이 여의도이벤트광장이 아닌 여의도공원이라 거리 파악이 조금 어려웠지만 표지판이 잘 설치되어 있어 레이스 운용에 도움이 되었다.

 
 
 

이 대회가 KBS 뉴스에 나온 줄은 뒤늦게 알았다.

 
 
 

여의도 물놀이장에서 스트레칭을 마쳤다. 7시 56분경이라 출발하기까지 1시간 여유가 있었다.

 
 

거리표지판을 설치하러 가는 차량이 보였다.

 

여의도공원 가는 길. 오르막인데 1킬로미터 남기고 조금 힘들 수는 있어 보였다.

 

대회 운영 도우미들이 주로로 향하고 있었다. 7시 59분경

 
 

여의도공원... 출발 50분 전이지만 꽤 사람이 많았다.

 

행운쿠폰을 확인도 하지 않고 돌아왔는데 어차피 '다음 기회에'였다.

 

흰색 티셔츠가 아니었으면 좋았겠는데......

 
 

이렇게 열심히 뛰기도 했는데 체중은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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