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3:23.58
지난 해보다 10분 가량 빨라졌다.
km당 6분, 즉 10킬로미터를 1시간에 맞추어 뛰면 풀코스 기록은 4시간 13분 23초가 된다. 딱 그렇게 되었다. 지난 해에는 4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가 있었지만 올해는 풀코스 페메가 아예 없었다. 내 나름대로 페이스를 조절하는 수밖에 없었다. 후반에 만난 남수 형님은 내가 너무 느리다며 꾸짖었다.
-서브4 해야지. 뭐하는 거야?
-아직은 안 됩니다.
-안 되긴 뭐가 안돼?
몸무게 때문에 3시간 59분대 완주는 아득해 보였다. 그런 사실을 직시하고 달리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기온이 낮아졌다는 것이었다. 5킬로미터 남짓 달리자 지난 해처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후줄근하게 쏟아지고 가는 비가 아니라 끈끈하게 내내 이어지는 비였다. 물웅덩이가 생기는 구간도 있었지만 지난 해만큼 심하지는 않았다.
미세먼지가 좋지 않다고 하지만 마스크는 아예 배낭에 넣어 버렸다. 어떻게든 팔뚝에 걸고 달렸던 몇 년 간의 루틴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서브 4에 욕심을 낸다면 레이스 운용이 달라졌겠지만 지난 50일 동안 꾸준히 훈련하고도 체중 감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서브 4를 포기하고 달리니 마음이 편했다. 1킬로미터까지 6분. 이게 결과적으로 내 페이스가 되었다. 1~2킬로미터 6분 10초, 2~3킬로미터 6분 20초, 3~4킬로미터 5분 47초. 구간마다 변화는 있었지만 내 페이스는 6분이 될 것이었다. 풀코스를 달린 게 50일 전이니 몸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아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그동안 길게 뛰어 봐야 22킬로미터였으니 후반이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1회전을 마쳤을 때 2시간 8분이 걸렸다. 하지만 2회전 때는 3분 가량 빨라졌다. 후반에 빨라진 것은 26.2라고 목덜미에 새겨진 민트색 티셔츠를 입고 달리는 세 명의 러너에게 8킬로미터 직전 추월당했지만 그로부터 30킬로미터 이상 더 달린 38킬로미터 지점에서 그들을 추월했던 것만으로도 판단할 수 있었다. 26.2. 풀코스를 왜 마일로 바꾸어 기록했는지 매우 궁금했는데 물어볼만한 시간을 잡지는 못했다.민트색 삼총사 중 한 사람은 몇 백 미터 쯤 내 뒤를 따라왔지만 내 발걸음에 자꾸 속도가 붙고 있어서 그의 발걸음 소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점점 빨라지니 인천고 춘효형님도 1.5킬로미터 남기고 제치게 되었다.
기옥형님을 비롯한 인천고 마라톤 동호회, 노원마라톤클럽의 희규형님, 우리 동네 은수형님 등을 만났는데 지난 해 가을 보고 몇 달만에 만나는 CH님을 보니 매우 반가웠다. CH님은 마라톤 참가비가 비싸서 출전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데 꾸준히 훈련은 해왔던 모양이었다. 올해도 지난 해처럼 3시간 32분대로 달렸다.
여성 풀코스 선두주자들의 삼파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달해아름다워님을 내내 응원했는데 35킬로미터 이후 2위로 내려가 있었다. 과거 일인자인 정숙님은 4위권으로 달리고 있었다. 달해아름다워님은 3시간 4분대로 골인했는데도 아쉽게 2위를 했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따라잡으라고 소리쳤지만 달해아름다워님은 대답할 여유가 없어 보였다.
인천고 길석님은 중도 기권했고, 서브 4 여유가 있어 보였던 기옥 형님은 4시간을 살짝 넘겼다. 다음날 삼척에서 풀코스를 달릴 은수형님은 4시간 싱글 기록으로 골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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