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Open Race.
지난 해에도 출전했었다. 지난해 하프 참가 완주자는 282명이었지만 올해는 866명으로 대폭 늘었다. 10킬로미터 부문도 1496명에서 2598명으로 늘어났다.
하프와 10킬로미터 출발 시간이 달랐기 때문에 출발선이 3월 1일처럼 붐비지는 않을 줄 알았지만 8백명이 넘는 인원이 감당하기에도 이 출발지는 너무 비좁았다. 오늘은 킬로미터당 5분 40초 페이스는 지켜야 하기 때문에 치고 나갈 수 없어 처음부터 스트레스를 받았다. 주로를 벗어나 경계석을 밟으며 치고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주로가 정리될 때까지 조금 더 참아 보기로 했다. 1킬로미터까지 어느 정도 페이스가 나오는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체중은 8일 전 풀코스와 비슷했지만 컨디션은 한결 좋아져서 5분 44초가 나왔다. 일주일 전에는 7분이 넘었고, 3주 전 하프에서도 6분 20초나 걸렸던 첫 1킬로미터였는데.....
다행히 컨디션이 괜찮아져서 살이 빠지지 않았는데도 스피드는 나오고 있습니다.
전날 아세탈님에게 보냈던 문자가 현실화되고 있었다. 10킬로미터에 참가하기로 했던 아세탈님은 심한 감기 몸살로 이 대회에는 아예 나오지 못했다.
2킬로미터를 달리고 나니 11분 15초가 지나 있었다. 5분 30초 페이스가 된 것이었다. 2시간 20분, 2시간 10분 페이스메이커를 제치게 되었다. 바로 앞에 있는 2시간 페이스메이커를 제치는 것도 시간 문제였다. 여전히 추운 날씨임에는 틀림없었다. 체감온도는 영하 5도까지 떨어진 새벽이었다. 출발할 때도 영하 3도 정도였다. 맨살을 드러낸 반바지, 티셔츠 한 장만 입고 달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긴팔 티셔츠 두 장을 입기도 했지만, 지난 3월 1일 추위에 고생하면서 풀코스를 달린 게 학습이 되어 오늘 추위는 추위라고 느껴지지 않아서 한 장만 입었다. 찬 바람은 훈풍 수준이었다. 올림픽대교를 지나고 난 뒤 4킬로미터 지점이 가까워지자 2시간 페이스메이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페메 풍선에 머리를 한 대 맞고 난 후에는 앞으로 치고 나갔다. 5킬로미터 통과 기록이 27분 18초라 2시간 이내 완주에 4분 정도 여유가 생겼다. 반환을 56분 51초에 하면서 현상 유지만 하면 1시간 55분대 후반 기록으로 골인할 수 있어 보였다. 실제로는 1시간 51분 59초 39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3주 전 하프 기록이 1시간 51분 59초 76이니 1초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여의도 코스는 평탄하고, 뚝섬 코스는 오르막이 잦은데 이런 일이..... 그때는 후반에 화장실에 다녀왔고, 이번에는 화장실 갈 일이 없었는데..... 866명 중 208등의 기록이었다.
3월 1일에는 7킬로미터를 지나기가 무섭게 선두 주자를 만났지만 이번에는 구리암사대교 8킬로미터 표지판을 지난 뒤에야 만났다. 1시간 20분대 주자가 20명 쯤 지나가고 난 뒤 아는 사람을 만났다. 맹렬한 속도로 치고 나와서 나와 아는 체 할 겨를도 없어 보였다. 우영님이었다. 1시간 32분 05초로 골인하게 되는. 6년 전 풀코스 시상식에서 내가 6등할 때 7등했던 분. 그 일이 실제로 있었을까 싶은 게 요즘 내 상태인데..... 출발 15분 전쯤 우영님은 내게 다가와 반갑게 인사했다. 형님, 저 기억하세요? 우영이예요. 5년만에 보는데도 단번에 기억이 났다. 경기도 축구심판으로 활동하기도 했기 때문에 더 잘 기억을 하고 있었다. 우영님은 3월 1일 마라톤 뛰지 않았느냐고 물으며 자신도 그때 뛰었다고 했다. 아세탈님이 나오지 못하면서 우영님은 이번 대회에서 만난 유일한 지인이 되었다.
5킬로미터 이후 자그마한 체구의 50대 여성이 내 앞으로 치고 나가 줄곧 달리고 있었다. 2시간 페이스메이커는 제쳤고, 1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는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이 여성은 내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주고 있었다. 몸집이 작아 남성 주자들 사이에 섞이면 못 찾는 일도 더러 있었지만 곧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이 여성을 내내 따라가다가 21킬로미터 가까이 달리고 난 뒤에야 제쳤다. 이분보다 내 기록이 12초 빨랐다. 배낭을 메고 달리며 나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던 남자는 20킬로미터를 넘기 전에 제쳤다.
11.0975킬로미터, 즉 10킬로미터 남았을 때 1시간이 되기 직전이었다. 남은 10킬로미터를 5분 페이스로 간다면 1시간 49분대도 가능해 보였지만 체중이 그만한 스피드를 감당하기에는 아직 무리였다. 3주 전보다 46초 빨리 반환했고 화장실에도 가지 않았지만 맞바람이 있었고, 2.5킬로미터마다 설치된 급수대는 한번도 빠뜨리지 않아서 시간을 조금 더 썼다. 갑자기 속도를 올렸다가 숨이 너무 가쁜 나머지 견디기 힘든 순간도 있었다. 자제 모드를 발동했다. 츄리닝과 타이즈를 입은 사람보다는 홀가분한 복장이니 좀더 빨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욕심을 부린 것이 문제일 수 있었다. 이번 레이스에서 힘들었던 순간은 마지막 1킬로미터였다. 전체 평균 페이스가 5분 18초였지만 마지막 1킬로미터는 4분 20초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마지막 스퍼트를 하면서도 혹시나 아세탈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했기에 더 속도를 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골인한 후 다리를 절게 된 건 불미스러운 마무리였다. 과체중에 과속을 하니 왼쪽 발목 아킬레스건 통증이 재발한 것이었다. 체중 감량을 하지 않는 한 이런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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