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2023 썸머 나이트 런(2023/08/12)-10KM 138

HoonzK 2023. 8. 23. 16:54

  김채원 보러 르세라핌 콘서트 가지 않고 마라톤 대회에 갔다.

야간에 달리는데 치킨과 맥주를 제공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푸짐한 치킨 한 마리(치킨집에서 사오는 그런 분량), 맥주는 맥주 트럭에서 수시로 리필해준다. 그런 것을 상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10킬로미터 참가비가  4만 5천원이나 되니 합당한 상상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이건 상상일 뿐이다. 대회 요강에는 치킨이나 맥주의 양에 대하여 밝힌 바 없기 때문에 뒷소리를 할 것도 없다. 종이컵보다 조금 큰, 한 200그램 사이즈나 되려나? 그 안에 닭강정 몇 개가 들어 있다. 포크가 붙어 있지만 포크를 쓰지 않고 한입에 털어넣을 수도 있는 양이다. 맥주는 손석구가 광고하는 켈리로 캔 355밀리였다. 두 번 받을 수 없게 배번에 맥주를 받았다는 표시를 한다. 

 아는 사람이 없었다. 로운리맨님이 이 대회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찾을 길이 없었다. 대회가 끝나고 나서 빠져나오다 본 상기님이 유일한 지인이었다. 참 열심히도 찾았던 로운리맨님이었다.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며 살피고 또 살피고, 달리다가도 빨리 달리는 사람이 있으면 혹시나 하고 눈에 쌍심지를 돋우고 찾고 또 찾았다. 

 그나저나 대회장은 너무 붐볐다. 10킬로미터, 5킬로미터 단 두 종목밖에 없는 대회인데 대회장은 발디딜 틈도 없었다. 가까운 화장실은 소변 줄도 길어서 300미터 이상 떨어진 화장실로 가야 했다. 사람이 많으면 주변을 살피고 움직여야 하는데 한 여자가 돌발 행동을 해서 발을 밟혔다. 경황이 없어서  군말없이 자리를 떴다. 생각해 보니 그 여자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비명만 질렀다. 비명이 사과일 수는 없는데..... 발을 밟힌 나는 급히 발을 빼느라 옆 사람을 건드리기까지 했다. 요즘 발을 밟고 사과하지 않아도 용서받을 수 있는 여자는 김채원밖에 없을텐데...... unforgiven이다. 

 힘들었지만 목표로 했던 1시간 이내로 10킬로미터를 완주하고 물품 보관소에서 짐을 찾은 뒤 스마트폰부터 꺼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로운리맨님이었다. 오늘 나오지도 않으셨는데 어찌 전화를? 나와서 달렸다고 했다. 48분대로 완주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나보다 출발선을 21초나 늦게 통과했다. 내가 첫 1킬로미터를 5분 40초로 뛰었고, 로운리맨님은 5분 이내로 뛰었을 것이니 1킬로미터를 채 달리기도 전에 나를 추월해 나간 것이었다. 그런데 서로 보지 못하다니..... 그만큼 주로가 붐볐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검정색 옷을 입고 있었고, 나는 바이저버프가 아닌 캡을 쓰고 있었다. 로운리맨님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던 옷을 입고 달리고 있었다. 
 
 
 평소 훈련할 때도 보이지 않았던 속도를 내면서 달리긴 해도 1킬로미터 구간이 너무 길게 느껴져서 첫 1킬로미터가 7분 가까이 걸리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5분 40초였다. 풀코스 3시간 59분대의 페이스에 부합했다. 다음 1킬로미터는 5분 30초가 걸렸다. 1시간 이내 완주에 여유가 생기자 페이스가 떨어졌다. 2~3킬로미터 구간에서 오르막이 있긴 했지만 5분 50초가 넘었다. 2.5킬로미터 급수대에는 물이 없었다. 급수대 탁자에 물컵이 몇 개 놓여 있었지만 가까이 가면 어느새 없어져 버렸다. 물을 찾는 주자들이 많아 뒷 주자들은 물을 마시기 힘들었다. 급수 담당자는 손이 보이지 않을 만큼 부지런히 물을 따랐지만 한계가 있었다. 물병을 가져와 직접 컵에 따라 마시면 되겠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물이 너무 없다, 라고 말하자 키큰 아가씨 한 사람이 그렇지요,라고 맞장구를 쳐주었다. 

 만약 이 대회가 일주일 전 열렸다면 너무 더워 초죽음 상태가 되었을 수도 있다. 대회 직전까지 사흘이 넘도록 비가 내려 기온이 떨어졌다. 습도가 높아 옷 입고 샤워한 것처럼 젖어 버리는 것만 빼면 더위는 견딜만 했다. 대회를 앞두고 연일 비가 내려 훈련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대회 이틀 전 오후 운동을 하지 않을 수 없어 우산을 쓰고 달렸다. 바람이 너무 세서 우산이 젖혀지는 바람에 그 이후부터는 우산을 접고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겨울 자켓을 입고 있어 보온은 되었다. 폭우로 우이천 산책로가 통제되어 조병옥 박사묘 가는 오르막길을 열 번 치고 오르는 것으로 훈련을 대신했다. 산길 도로는 바람이 떨어뜨린 밤송이와 나뭇가지가 수두룩했고 달리는 동안에도 떨어지고 있어서 조심해야 했다. 힘들고 위험해도 이렇게 훈련하면 대회 당일 힘들었던 훈련을 떠올리며 버틸 수 있으리라 믿으며 오르막 질주 10번을 채웠다.

 2023 썸머 나이트 런 10킬로미터 종목은 외곽 주로를 한 바퀴 돌아 5킬로미터를 채우고 안쪽 주로인 경정장 한 바퀴를 돌아 5킬로미터를 보태는 코스였다. 경정장을 한 바퀴만 돌면 되는 5킬로미터 종목이 오후 7시 정각에 먼저 출발하고 5분 후에 10킬로미터 종목이 출발하게 되어 있었다. 참가자가 워낙 많아 10킬로미터 종목은 7시 7분이 넘어서 출발했고, 10킬로미터 선두 주자가 출발한 지 1분 40초나 지나서야 나는 출발 아치를 지날 수 있었다. 출발했을 때는 각기 페이스가 다른 주자들이 뒤섞여 있어서 추월하고 추월당하는 와중에 부딪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게 없었다. 이미 주로 정리가 된 듯한 느낌을 받으며 달렸다. 비슷한 페이스를 가진 사람들이 처음부터 내 주변에 있었다. 5킬로미터는 28분 15초 걸렸다. 56분 30초가 예상되었다. 5킬로미터 지점 급수대에서는 물 두 컵을 마셨다. 2.5킬로미터 급수대에서 마시지 못한 물까지. 5킬로미터에서 6킬로미터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을 때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다. 하남시의 건물 지대와 낮게 깔린 먹구름 사이에 붉은 빛이 채색되어 있었다. 먹구름 아래로 노을이 지면서 하남을 어루만지는 풍경이었다.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하고 노을을 바라보며 달렸다. 이런 노을을 바라보며 달릴 수 있는 대회가 몇 개나 되겠는가? 7킬로미터를 넘어가자 깜깜해졌다. 아주 미약한 조명을 받으며 달리는데 시야가 제한되니 귀가 열렸다. 주변의 젊은 주자들 숨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고함치는 소리도 몇 차례 들었다. 나도 소리를 냈는데 거리 표지판을 만나면 꼭 입을 열고 있었다. 6킬로미터다, 7킬로미터 달렸네. 이제 마지막 1킬로미터 남았다, 이런 식으로. 

 
 나는 후반에도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했다. 어둡기도 했고 자신도 없었다. 
 
 56:02.75
 
 초반보다 후반에 몇십 초 빨라졌을 뿐이었다. 
 이 날 10킬로미터 참가 완주자는 3,079명이었고 나는 940등이었다. 나보다 잘 달린 여성은 135명이나 있었다. 
 평균 페이스는 킬로미터당 5분 36초였는데, 이 페이스로 지속주를 해 본 게 한 달 반 전이라 달리는 도중 너무 힘들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결국 아킬레스건 통증이 생겼다. 몇 일 동안 절뚝이며 걸어 다녀야 했다. 80킬로그램이 넘는 체중으로 5분 30초대의 페이스로 달린 것 자체가 무리였던 것이다. 
 
 로운리맨님과 함께 미사리 경정장 일대의 식당을 찾아 다니며 저녁을 먹으려고 애썼지만 파장 분위기라 결국 천호역까지 와야 했다. 닭갈비집에 들어가서 부지런히 먹었다. 순살닭갈비, 모짜렐라치즈, 떡, 소세지, 제육이 들어간 독특한 메뉴였다. 밥은 볶지 않고 공기밥을 먹었다. 로운리맨님 덕분에 맛있는 식사를 했다. 이제는 달리기 계획을 잘 짜봐야 할텐데...... 올해 풀코스를 뛸 날이 오기는 하려나?
 
 

지난 3월 12일 전마협 대회에서 비를 맞고 하프를 달린 후 정확히 5개월만에 왔다. 비가 그쳐서 다행이었다.

 

출발 한 시간 전의 대회장.... 아직은 한산한 느낌이다.

 

 
 

3킬로미터를 지나 5킬로미터 직전, 앞서 달리는 주자들을 볼 수 있는 구간이 있다. 이 때 열심히 로운리맨님을 찾았는데 실패했다. 비 내린 후라 주로 바닥도 살펴야 해서 다소 산만한 느낌이었다.

 

데상트 티셔츠 기념품은 괜찮아 보였다.

 

처음에는 이 메달도 받지 못했다. 간식 봉투에 메달이 함께 들어 있다고 했는데 내 봉투에는 없었다.

 

190밀리 망고 쥬스와 비교해도 그다지 크지 않은 치킨이다.

 

등판의 로고가 괜찮아 보인다.

 

완주 후 1.5리터 에비앙 생수를 준다는 것은 참 좋았다.

 

켈리 맥주 355밀리 캔.... 사진을 찍은 뒤 로운리맨님 드렸다.

 

로운리맨님이 준 코카콜라.

 

주신 콜라는 5일 후 더울 때 얼음에 부어 마셨다. 로운리맨님이 춘천마라톤 참가 신청 완료했다고 알려준 날(2023/08/17)..... 나는 9월 초까지 기다려 보고 그때도 춘천마라톤 참가 신청이 가능하면 운명으로 생각하고 참가하기로 마음먹었다.

 

천호역 천호닭갈비집으로 갔다. 21시 50분경이다.

 
 

제육, 순살닭갈비, 떡, 소세지, 납작당면, 모짜렐라치즈의 콜라보.

 

정말 맛있었다. 계속 생각난다.
밥은 로운리맨님 양에서 일부를 덜어 고봉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