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지역 신문의 날 기념 구독런 마라톤대회
왜 이리 고단한가? 완주가 가능하려나? 아킬레스건은 완치된 것이 아니었다. 테이핑을 하고 달렸어야 했다. 아무 도움없이 20킬로미터 넘게 달리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지난 해 6월 26일 일요일을 기억한다. 오늘만큼 더웠다. 요즘 1시간 30분대로 달리는 분이 그때 2시간 10분을 넘기고 말았던 그 날. 나는 요즘 1시간 50분대 후반이니 2시간 30분 쯤으로 골인할 수도. 애를 쓴 것 같은데 첫 1킬로미터는 6분이었다. 4분 30초에서 40초 사이로 질주하는 로운리맨님과 5분으로 밀고 나가는 희수형님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오늘 목표인 1시간 59분대로 골인하기 위해서는 5분 40초 페이스를 회복해야 하고, 초반에 넘겨 버린 시간은 나중에라도 그보다 빠른 5분 30초, 5분 20초 페이스로 달려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1킬로미터에서 2킬로미터까지는 5분 40초 페이스, 2킬로미터에서 3킬로미터까지는 5분 30초가 걸렸다. 4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 마침내 2시간 이내의 페이스를 회복했다. 이때 뒤에서 주자 한 분이 말을 걸었다. 이 대회에는 페이스메이커가 없네요. 그는 2시간 페이스메이커가 될만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 제가 지금 1시간 58분에서 59분 페이스로 달리고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밝히면서 이 분은 골인할 때까지 나와 보조를 맞추게 되었다. 내 골인 기록은 1시간 57분 21초였고, 그 분의 기록은 1시간 57분 23초였다. 페이스는 똑같은 킬로미터당 5분 33초. 그 누구라도 2시간 가까이 함께 달리다 보면 친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19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 걷고 싶었는데 내가 있어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완주 후 서로 주먹을 마주치기까지 했다. 역시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맞아요,라고 말하며. 이 분은 내게 아미노 바이탈까지 선물했다. 자신이 긴팔에 긴바지까지 입은 이유를 살이 타는 게 싫어서라고 하며 대회장에는 자가용을 몰고 왔다고 했다.
충주에서 왔다는 이 분은 출발했을 때부터 내 뒤를 따라왔다고 했다. 나는 17킬로미터를 함께 달렸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21킬로미터를 함께 달린 것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가민 시계에 킬로미터당 5분 40초 페이스를 설정해 놓고 달리고 있었다고 했다. 조금 늦으면 늦습니다, 빠르면 빠릅니다라고 알려주는 가민 시계의 알림에 귀기울이며. 함께 달리더라도 후반이 되면 뒤로 쳐지거나, 앞으로 치고 나가 버릴텐데 82kg의 동반 주자는 그러지 않았다. 후반에 여유를 보이며 속도를 늦추면 점점 페이스가 떨어지고 있어요, 1시간 59분대에 딱 맞추시려고 하시나 봐요, 라는 말까지 했다.
9킬로미터를 조금 넘었을 때 희수형님이 힘든 모습으로 나무 그늘 아래 서 있었다. 내 사진을 찍어주려고 기다린 것이었다. 전날 새벽 10킬로미터 넘게 달리고 오전 오후 축구 활동을 연달아 하면서 다리에 무리가 간 상태라고 했다. 천천히 오세요, 라고 했는데 전혀 뛸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파서 일주일 가까이 훈련을 못했던 로운리맨님은 돌아오지 않았다. 10킬로미터만 달리고 일찍 귀가할 수도 있다고 한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로운리맨님이 참가해서 나도 참가신청하고, 내가 참가해서 희수형님도 참가신청한 것인데 주로에는 나만 남았다. 완주한 후 외롭게 돌아갈 내 모습이 그려졌다. 시간이 갈수록 무지막지하게 더웠다. 땀에 젖은 옷이 무거워 힘들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지난 20년간 달린 하프 가운데 이 보다 힘든 하프가 틀림없이 있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견딜만 했다. 그런 생각을 최소 10번은 했다. 공원사랑마라톤대회가 열리지 않아 짧은 거리라도 뛰려고 나온 의계님, 긴팔병준님 등이 보였다. 응원하면서 없던 힘까지 끌어내었다. 성하형도 보았는데 대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던 7시 20분경 만났다. 성하형은 구독런대회에는 참가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풀코스를 달리러 나온 것이었는데 너무 더워 36킬로미터만 달리고 말았다고 했다.
달리기는 안양천변에서만 이루어졌다. 자전거도로로는 전혀 가지 않고 산책로만 따라 달렸다. 산책로에는 바리케이드가 있어 지그재그 달리기를 여러 차례 했다. 지난 주 바리케이드 제거가 얼마나 달리는 데 도움이 되었는지 절실하게 느꼈다. 한강을 코 앞에 두고 돌아와 이대목동병원이 보이는 희망교를 건너야 했다. 안양천을 왼편에 끼고 달리다 신정잠수교를 건넌 후 좌회전해서 오목교 방향으로 달리다 반환하여 왔던 순서를 되밟아오는 코스가 되었는데 꼼꼼하게 살피지 않으면 엉뚱한 데로 빠질 수 있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었다. 4년 전 무심코 앞사람을 따라갔다가 몇 킬로미터 더 달린 적이 있은 후로는 코스를 꼼꼼하게 살피게 되었다. 코스가 복잡해진 것은 안양천 이용 협조에 한강 이용 협조까지 얻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 대회는 사실 여의도이벤트광장을 출발하여 마곡대교 방향으로 갔다가 오는 코스였다. 대회를 앞두고 코스가 변경된 것이었다.
물과 스포츠음료만 마시다가 5킬로미터 남기고 간식을 먹기로 했다. 지난 주 초코파이 손가락 범벅 에피소드도 있어 이번에는 바나나를 집었다. 달리면서 껍질을 잘 벗겼는데 알맹이가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돌아가 새 바나나를 받아오기에는 너무 멀리 와 있었다. 허기가 진 것도 아니니 입맛만 다시며 그냥 달리기로 했다.
날씨가 더운데다 몸도 무겁고 아킬레스건도 신경쓰이지만 티내지 않고 5분 35초 페이스를 유지했다. 오목교를 지나기가 무섭게 1킬로미터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였다. 다 왔다. 동반자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골인점을 향해 나아갔다. 골인 아치가 바로 보이지만 옆을 지나쳐 운동장 트랙 한 바퀴를 돌아야 했다. 이건 큰 부담이었다.
1:57:21
지난 주와 비슷했다. 처음에는 남자부 23등 기록이었는데 현장접수 참가자, 여성 참가자를 다 합해 보니 27등을 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30등 이내라 매우 잘 달린 줄 알았는데 하프코스 참가자가 101명이니 너무 적었다.
동반주했던 분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데 카톡 문자 하나가 떴다. 희수형님에게서 온 문자였다.
지금 합수부, 5키로 남음
희수형님은 DNF한 것이 아니었다. 다리 통증을 추스리며 대회장 근처 축구 시합을 보고 있다가 후미 주자들의 선전을 보며 다시 뛰고 싶은 마음이 들어 주로로 돌아왔다고 했다. 형님을 기다렸다가 지난 주에도 갔던 식당에서 뼈다귀해장국을 먹었다. 형님은 후미 주자로 달리면서 후미 주자들의 고충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뒤에 달리는 사람들은 물이 부족해서 애를 먹는다는 것.
※장소 변경 공지※
작성자 : 사무국 (2023-06-15 15:28)
안녕하세요! 지역신문의 날 기념 구독런마라톤대회 조직위원회입니다.
구독런마라톤대회를 기다려주신 마라톤참가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합니다.
마라톤대회 조직위원회는 구독런마라톤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관계 기관과 함께 많은 노력을 펼쳐왔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회 장소 승인이 최종적으로 취소가 되었고, 구독런마라톤대회를 기다려주신 참가자분들 위해 대회 장소를 찾아보았고, 불가피하게 대회 장소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대회 장소변경으로 인해 참가자분들에게 심려끼쳐 드리게 된 점 너무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지역신문의 날 기념 구독런마라톤대회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드리며,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더 열심히 준비하여 대회날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장소변경
(변경 전) -> 여의도 이벤트 광장 -> (변경 후) 안양천 신정교 하부광장 육상트랙구장 (2호선 도림천역 도보 7분거리)
6월25일 지역신문의 날 기념 구독런마라톤대회 대회장소는 안양천 신정교 하부광장 육상트랙구장으로 변경 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참가를 그대로 하실 경우 장소변경으로 인한 혼란을 드렸기에 기념품 티셔츠포함 추가 기념품을 지급해 드릴 예정입니다.
환불기간 - 6월 18일 24시까지
환불신청하실 참가자분들께서는 ‘커뮤니티 – 환불게시판’에 비밀글로 환불신청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환불게시판 신청하실때에는 '성함, 연락처, 은행명, 계좌번호'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참가비는 전액 환불해드릴 예정입니다.
·이 기간내에 신청을 안하시는 경우는 환불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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