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마라톤협회(전마협)가 마련한 이벤트 행사가 있었다. 코로나19로 마라톤 대회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어 전국 곳곳에서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는 전마협은 경제적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었을텐데 달림이들을 위하여 이벤트를 열어주었다. 짐도 맡아 주고 급수도 해 주고 기록증까지 제공했다. 다만 훈련이다 보니 배번이 없고, 자전거도로가 아닌 산책로를 달려야 했다. 150명은 넘고 200명은 안 되는 인원이 행사에 참가했다. 마라톤으로 이렇게 많은 인원을 만나 본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었다. 거의 1여년만에 장영기 회장도 보니 반가웠다. 나는 이 훈련에서 22킬로미터를 이동한 후 10킬로미터 기록증을 받았다. 풀코스를 달리려고 훈련 마라톤에 참가했지만 애당초 짧게 달리기로 마음먹었고 그 마저도 허벅지 통증 때문에 마지막 5킬로미터는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뛰는 게 힘들었다. 아무리 7시에 출발했지만 불볕 더위라 다들 힘들어 하고 있었다. 풀코스 완주 기록증을 받은 사람은 13명이었지만 사실 풀코스를 계획하고 나왔던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다. 대부분의 달림이들이 더운 날씨 속에서 거리를 줄여 뛰었다. 더위에 상관없이 2시간 43분대로 달린 진석님, 서브 3를 달성한 용민님을 빼면 융통성을 발휘한 주자들이 꽤 많았다. 32킬로미터를 뛴 사람이 3명, 31킬로미터를 뛴 사람이 1명, 하프 완주자는 49명이었다. 15킬로미터 완주자도 2명이 있었다. 하프 완주자 가운데에는 22킬로미터를 뛴 분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 풀코스를 달리기로 했다가 거리를 줄였기 때문이었다. 잠실청소년광장과 천호대교 사이를 왕복하면 10킬로미터가 되는데 2회전하는 하프는 1.1킬로미터, 4회전하는 풀코스는 2.2킬로미터가 부족하기 마련이었다. 그 부족한 거리를 처음에 매꾸었다. 하프 주자는 처음 출발해서 지정된 코스의 반대 방향으로 500미터 남짓, 풀코스 주자는 1킬로미터 남짓 갔다가 돌아오는 것으로 정확한 거리를 만들었다. 21.0975킬로미터의 1.0975킬로미터, 42.195킬로미터의 2.195킬로미터를 일단 달리고 10의 배수로 딱 떨어지는 남은 거리를 달리게 되었다.
달리는 동안 거리 표지판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킬로미터당 페이스를 체크할 수는 없었다. 잠실청소년광장 앞의 급수대와 천호대교 아래의 급수대를 기준으로 5킬로미터 페이스만 파악할 수 있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비를 맞으며 31킬로미터, 풀코스를 달려서 피로감이 적지 않았다. 이틀 전에는 달리러 나갔다가 걷고 만 일도 있었다. 햄스트링 통증 재발을 막으려고 약을 먹고 테이핑한 상태에서 움직이는 것도 부담이었다.
코로나19 정국으로 마라톤 대회가 6개월 가까이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어서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분들이 많았다. 노래상기님, 인천고 기옥형님, 춘효형님, 길석님, 우리동네 버스기사 학선님, 축구스타킹 강환님, 칠마남수님, 인천윤동님, 希洙형님...... 공원사랑마라톤대회에서 자주 뵙는 인천고석도님, 팔순재연님, 칠마범재님, 홍근형님, 인천연형님도 한강에서 만나니 참 반가웠다.
한강에서 마라톤을 하다 보면 자전거 부대의 투덜거림에는 익숙해지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처음 150여명이 출발할 때를 제외하고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불평을 들을 일이 없었다. 자전거도로는 거의 밟아 보지 못하고 산책로만 따라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산책로를 따라 달리며 걷는 사람들을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는 와중에 속도는 떨어졌다. 12킬로미터만 달려도 성공이라는 생각을 한 나로서는 속도가 더 떨어지고 있었다. 초반이니 겨우 서브 4 페이스를 지키는 정도였다. (나중에 10킬로미터 기록증에 56분 40초를 찍은 이유가 여기 있었다.)
동호회 가운데에는 일건달에서 많이 나와 있었다. 일요일 건강 달리기의 줄임말이었다. 강건달이라 그 명칭이 매우 친숙하게 느껴졌다. 강건달=강훈식의 건강 달리기.
훈련에 참가한 분들 가운데에 그 예쁜 여성 한 분이 나를 뒤에 두고 과감하게 방귀를 끼었다. 어찌나 소리가 큰지 당황스러웠다. 재빨리 앞으로 튀어나가 냄새는 피했다. 10킬로미터 참가자는 일찌감치 반환해서 오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 반환을 해야 하나 싶으면 풀코스 참가자인 인천연형님이나 希洙형님을 보면 되었다. 인상을 쓰며 더위를 이겨내는 인천연형님과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도 가볍게 뛰는 希洙형님. 이 동갑내기 두 분의 형님이 나타나야 반환을 기대할 수 있었다. 천호대교 아래에서 라바 콘을 돈 후 물 한 컵을 마셨다. 이제 7.2킬로미터를 달렸다. 피곤했다. 땀으로 웃도리가 흠뻑 젖었다. 어쨌든 출발점으로 돌아가야 하니 5킬로미터만 더 뛰고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기록증은? 12.2킬로미터 기록증을 받는 것은 좀 그렇고.... 훈련마라톤인데 꼭 기록증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마음을 먹으면서 평탄한 코스를 마다하고 일부러 오르막 코스에 올라붙기도 했다. 과거 마라톤 대회 때 달렸던 기억이 있어서 그리로 간 것인데 자전거 전용도로라 당황스러웠다. 자전거타고 가는 사람들이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미안했다. 자전거에 부딪칠까봐 두렵기도 했다.
청소년광장으로 돌아왔을 때 12킬로미터 남짓 달렸지만 풀코스를 달린 것처럼 힘들었다. 뙤약볕 아래 달리면서도 선크림을 바르지 않아 새까맣게 타고 있었다. 안 그래도 탄 얼굴인데 더 까매질 수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이제 훈련은 충분히 한 것이라는 만족감도 드는데 욕심이 생겼다. 이왕이면 22킬로미터를 달려 살을 좀더 빼는 게 좋지 않을까? 풀코스를 달릴 希洙형님을 기다리기엔 너무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도 했다. 춘효형님과 만나 천호대교까지 함께 달렸다. 12킬로미터에서 17킬로미터까지 동반주를 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두런두런 대화도 나누면서 내가 좋아하는 잡담주를 했다. 허벅지 통증이 조금 생겼지만 견딜만했다. 천호대교 아래에서 포카리스웨트를 마시고 난 후 다시 동반주를 하려는데 허벅지가 매우 아팠다. 걷는 것도 쉽지 않을 정도였다. 스프레이를 뿌려 보았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훈련마라톤에 나와 내가 달린 거리는 17킬로미터로 끝났다. 돌아가는 5킬로미터는 내내 걸었는데 걷는 것도 쉽지 않았다. 허벅지를 마구 두드려주고, 운동기구에 다리를 올려 스트레칭도 해 주는데 통증은 이어졌다. 쥐가 난 것과는 좀 달랐다. 햄스트링 통증을 막기 위해 그쪽에 테이핑을 하면서 통증이 뒤쪽에서 앞쪽으로 옮겨온 것은 아닌가 싶었다. 잠실대교도 멀고 잠실종합운동장도 너무 멀어졌다. 걸어서 가니 체감 거리가 너무 늘어났다. 몸도 아프거니와 답답해서 못 견딜 정도였다.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었다 썼다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그러다가 지겨움을 달래줄 상대를 만났다. 허리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안 된 길석님이 뒤에서 나타나서 함께 대화하며 걸었다. 하프만 달리겠다고 마음먹은 길석님은 하프도 이렇게 힘들지 미처 몰랐다고 했다. 몇 주 전 공원사랑마라톤대회에 나가 하프를 가볍게 뛰었기에 오늘의 상황은 더 난감하다고 했다. 나는 근육 통증이 잦아들면 언제라도 달리려고 했지만 도저히 뛸 수 없었다. 결국 골인점까지 걸었다. 그것도 힘들게. 몸이 좋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러 나온 훈련마라톤이 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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