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요즘....
산에 올라 나 홀로 자리잡고 책을 읽으면 참 좋겠다 싶었다.
배낭에 휴대용방석과 책, 커피를 담아 북한산 화계사를 거쳐 칼바위 방향으로 올랐다.
혹시나 몰라 갈아입을 옷 한 장도 배낭에 담았다.
30분 정도 이동하여 방해받지 않고 독서할 자리를 잡았다.
8년 전이었던 2012년 7월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를 읽었던 자리였다.
불과 30분 밖에 걷지 않았는데도 자켓 안에 걸친 티셔츠가 젖어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독서를 시작한 것이 12시 50분.
맑은 날씨였지만 바람이 세게 불어 너무 추웠다.
독서가 이렇게 힘들 수 있는가 되물으며 버티다 일찍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4월 4일이니 4시 4분까지는 버티어 보려고 했으나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산에서의 독서는 아무래도 평균 기온이 20도를 넘을 때 재도전하는 게 좋겠다.
북한산 둘레길과 화계천을 지나
계곡에서 자라난 개나리 보는 즐거움을 갖고 산에 올랐다.
화계사의 벚꽃도 보였다.
마당바위.... 당초 여기에서 책을 읽을까 했으나 토요일이라 등산객이 적지 않았다.
최초 독서 장소로 점찍었던 곳
나무가 넘어가면서 뿌리가 다 드러났다.
명당 자리는 등산객들이 다 자리를 잡았다.
마당바위에서 빠져나와 칼바위 방향으로 좀더 움직였다.
사람들이 가끔 들르지만 오래 머물지 않는 곳을 선택했다.
백운대가 보이는 곳이다.
이 아래로 내려가려 한다.
침식이 심해서 내려가기가 쉽지 않았다. 8년 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발 아래 조망은 좋다. 하지만 나는 조망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으려 한다.
기도 장소인 토굴이다.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이 안에서 책을 읽는다면 바람을 피할 수 있지만 붉은 십자가가 출입을 금하는 느낌이다.
젖은 옷을 벗고 가져간 새 옷으로 갈아 입었다.
땀에 젖은 티셔츠
이제 책을 읽어볼까나
Richard Powers의 <The Overstory>. 2019년도 풀리쳐상 수상작품이다.
<오버스토리>라는 제목으로 국내 출간되어 있다.
91쪽부터 읽어 나간다.
이 책은 2월 20일에 동대문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코로나19 사태로 도서관이 문을 닫은데다 대출연장이 되어 5월 하순에나 반납할 수 있게 되었다.
책 한 권을 석달이나 빌릴 수 있는 일은 과거에 없던 일이었다. 책 독점.
이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책은 데드라인이 읽게 해 주는 경우가 많은데 너무 여유가 생기니 아주 천천히 읽게 된다. 천천히 읽는다고 꼼꼼하게 읽는 것도 아니어서 이것은 '게으른 독서'가 아닐 수 없다.
젖은 옷이 잘 마르지도 않는다.
악착같이 읽어나가는데 점점 추워져서 집중력이 흩뜨러졌다.
1시간이 되지 않아 철수하려고 한다.
미끄러운 바위길을 올라가야 한다. 내려올 때 몹시 힘들었는데 올라가는 것은 오히려 낫다.
진달래 구경은 가끔한다.
화계사가 보였다.
집으로 돌아와 책을 읽었는데 쉽지 않았다.
<The Overstory>는 쉽게 읽히지 않아 교보문고에 들러 번역된 <오버스토리>를 슬쩍 읽어 보았는데 우리말도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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