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애환(讀書哀歡)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다시 읽으며(2020/03/06~ )

HoonzK 2020. 3. 7. 19:36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진자가 늘어날 때마다 몹시 불안하고 우울해진다. 완전히 바닥을 친 삶,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휘둘리면서 우리의 미래는 더 최악으로 치달릴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힌다.


 내 기억을 자극하는 소설 한편이 있었다. 5년 전 읽은 <Fever 1793>도 전염병을 다룬 이야기지만 보다 더 생생하게 다가서는 소설은 <페스트>였다. 알베르 까뮈의 이 소설을 읽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37년 전인 1983년 9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이었다. 194X년 알제리 서북부의 인구 20만이 사는 도시 오랑에 페스트가 번지면서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소설이었다. 당국은 이 도시를 봉쇄한다. 지옥같은 삶 속에서 페스트를 퇴치하기 위하여 다들 애를 쓰지만 페스트는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천형(天刑)이었다. 페스트 발병 초기에 시민들은 자기 격리를 통해 상황을 이겨내려고 애쓰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희생자가 늘어나기만 한다.  많은 사람들이 페스트를 이겨내기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 그 가운데 모든 관념적 이상이나 환상을 내던지고 단 한 명이라도 살려내기 위하여 애쓰는 의사 베르나르 류는 매우 인상적인 인물이다. 의사 류는 페스트를 퇴치한 축제의 날을 맞이하고도 결코 들뜨지 않는다. 다들 환호성을 울리는 분위기 속에서도 냉철한 태도를 보인다. 페스트는 어딘가 깊숙한 곳에 숨어 언젠가 인간에게 불행과 교훈을 갖다주기 위해 다시 찾아올 기회를 엿본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카뮈의 소설 <페스트>가 한국, 일본, 이탈리아 등 세계 곳곳에서 최근 베스트 셀러로 등극했다. 교보문고 2월 <페스트> 판매량은 전년 대비 463%나 증가했다고 한다. 민음사는 판매량이 3배 가까이 늘어 급히 증쇄를 결정했다. 프랑스에서도 전년 대비 판매량이 4배 이상 급등했고, 이탈리아에서는 판매량이 180% 증가했다고 했다.(워싱턴 포스트 보도) <페스트>에는 현재 인류가 맞닥뜨린 현실을 미리 예견한 듯한 장면이 쏟아져 나오니 사람들이 이 소설을 다시 찾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소설은 오로지 비극만을 묘사하고 마무리된 것이 아니다. 결국 전염병을 인간이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련을 극복해내는 인간의 노력과 의지를 보면서 희망을 얻을 수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다시 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설 속에서 정부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종교계는 페스트가 신의 천벌이라고 선언하며 회개만이 해결책이라고 한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뿐이다. 배급품 암거래도 비일비재하다. 인간의 노력을 비웃듯 죽음의 그림자는 걷히지 않는다. 낙인처럼 찾아오는 붉은 반점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퍼져 나간다. 지금의 현실을 내다 보는 듯한 혜안이 돋보이는 70년 전의 작품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것만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는 영원히 사라지는 것일까? 사스, 메르스 때도 경험했듯이,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바이러스들이, 더 치명적인 바이러스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페스트 균은 결코 소멸되지 않고 되돌아 온다는 소설의 경고처럼 코로나19는 페스트 균에서 이름을 바꾸어 찾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묵시록같은 소설을 다시 읽으며 고통받는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까지 지치지 않고 밀고 나간다. 어떻게든 이겨내는 인간의 모습을 다시 만나고 싶은 강렬한 열망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중이다. 



독서 노트가 아직 책꽂이에 남아 있었다.



독후감을 빼어놓지 않고 썼던 학창 시절이었다.


카뮈의 다른 소설 <이방인>도 읽었고....


<무기여 잘있거라>도 37년전에 읽었다.


<오딧세이아>와 <일리아드>도 1983년에 읽었다. 도대체 그 해에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책을 많이 읽었던가?

대부분 삼중당 문고, 세로쓰기본이었다.




이건 무슨 기록일까? 유명 소설과 동화에.... 내가 중학교 때 쓴 습작 소설도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Fever 1793>에 대한 소개...... (2015년 5월 원서로 읽었음)


During the summer of 1793, Mattie Cook lives above the family coffee shop with her widowed mother and grandfather. Mattie spends her days avoiding chores and making plans to turn the family business into the finest Philadelphia has ever seen. But then the fever breaks out.


Disease sweeps the streets, destroying everything in its path and turning Mattie's world upside down. At her feverish mother's insistence, Mattie flees the city with her grandfather. But she soon discovers that the sickness is everywhere, and Mattie must learn quickly how to survive in a city turned frantic with disease.





※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공공도서관이 문을 닫아 e-book 미리 읽기로 책을 읽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