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한 지 길게는 30년, 짧아도 25년은 된 책을 왜 보관하고 있었던가?
다시 읽을 거라고?
펼쳐 보면 읽기가 힘들 만큼 활자가 작은데.....
과감하게 처분하기로 했다.
도서관에서 빌려볼 수 있는 책이라면 더욱 더.....
한 때 열광했던 책들 가운데 마르크스 서적, 헤겔, 칸트 철학서만 남기고 버렸다.
다시 읽을 수 있는 시전집이나 영어 원서는 내버려 두었다.
70권 정도가 마당으로 쫓겨 났다.
절대 버리지 않을 것 같은 책을 내어 놓다니 내 생각이 바뀐 것일까?
첫번째 칸의 책들 가운데 대부분이 서가에서 빠지게 되었다.
카뮈의 <최초의 인간>,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 등은 최근에 나온 판형으로 소장하고 있기 때문에 없애기로 했다.
에드가 스노우의 <중국의 붉은별>은 신판이 최근에 출간되어 도서관에서 빌려서 다시 읽은 적이 있어 뽑아내었다.
이 가운데 시집은 남겼다.
이쪽 책들은 버릴 수 없었다.
내가 쓴 글이 처음으로 인쇄되어 책으로 나왔던 <나의 대학 합격 수기>는 버릴 수 없었다.
※ 현상공모로 입선되어 다른 대학생들과의 수기와 더불어 책으로 만들어졌는데 그 때 받은 돈이 기억난다. 2만원이었다.
대학교재로 쓰였던 책들은 거의 다 뽑았다.
철학 서적은 버리는 책을 선별할 때 좀더 신경썼다.
영어 원서는 버릴 수 없었다. 요즘 읽어도 불편함이 없는 판형이라......
비평 서적이라도 버려야 한다면 버리는 리스트에 들어갔다.
바둑 서적도 만만치 않게 많았다.
책을 덜어내고 난 뒤 빈 칸에는 아버지의 다이어리와 야구관련 서적을 꽂았다. (아버지는 야구광이시다. 메이저리그는 지난 25년간 일일이 기록하면서 시청한 이력의 소유자이시다.)
펼쳐보면 읽기가 좀 힘든 활자가 적지 않았다.
글자가 작은 책을 굳이 소장할 이유가 있는가?
끈으로 묶기 좋게 평상 위에 올려 놓은 뒤
끈으로 꽁꽁 동여 매었다.
이제 이 책들의 가치는 고물상에서 무게로만 평가된다.
<봉건사회>를 버리다니......
<노동의 역사>나 <혁명의 역사> 등은 아끼던 책이었는데......
일찌감치 집에서 나갔어야 하는 책이었는데.....
대학 재학, 졸업 후에도 즐겨 읽었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도 폐기된다.
이렇게 묶고 나니 70권 정도는 되어 보인다.
더 시간이 흐르면 서가에서 이번에 살아남은 책 가운데 또 여러 권이 사라지겠지.
나에게서 책만 모두 덜어내어도 드넓은 공간에서 생활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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