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일찍 일어나 대원사 고물상을 향하여 걸었다.
그동안 이용했던 루인자원이 없어지면서 왕복 200미터를 더 이동해야 했다.
수레를 빌릴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빨리 움직인 분들이 다 빌려갔다면 허탕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여유분이 있었다.
수레를 터덜터덜 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모아놓은 파지를 차곡차곡 실은 뒤 조심스럽게 수레를 밀었다.
수레에 파지를 실어 팔러간 것은 무려 8개월만이었다. 봄을 지나 여름, 가을 다 보낸 뒤 겨울이 되어서야 움직인 것이었다.
수레 무게 54킬로그램을 빼고 파지 무게는 98킬로그램이었다.
파지의 무게는 역대 최저 가격인 킬로그램당 50원. 수령액은 100원을 보태어 5천원.
집에서 파지를 정리하고 리어카를 빌려오고 실어서 가져온 시간과 노동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가격.
늘 집이 정리된다는 기분으로 수고를 아끼지 않았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다.
한 때 패트병을 더 이상 모으지 않기로 한 것처럼 파지는 더 이상 모으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루미늄 캔 가격을 물으니 600원이라고 했다. 800원이었던 가격이 꽤 떨어져 있었다.
돌아와서 허리에 통증을 느꼈다.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데다 갑자기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해서 그런 것일 수도......
이러니 파지를 수집하겠다는 마음이 사라지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왜 이렇게 박스가 많을까? 롯데마트를 비롯하여 여기저기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올 때 포장해 오면서 생긴 것이다.
8개월이나 모으니 이렇게 쌓였다. 그동안 요리한 식재료가 어마어마한 양이었으니......
수레에 실어가기 좋게 크기별로 묶었다.
구석에 일단 모아 놓았다.
수레를 빌려오기 전에 마당 한켠에 정렬시켰다.
54킬로그램 수레를 빌렸다.
몰고 오던 중
아득하게 멀게 느껴졌던 1.2킬로미터의 거리
잘 실었다.
수레를 밀고 내려가던 중
잠시 기다려야 했다.
고물상 저울에 올려 놓으니 152킬로그램이었다.
파지 무게만 98킬로그램이었다.
1천원권 5장을 받았다. 이것이 노동의 댓가인가?
8개월 동안 파지로 집안을 채우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충분히 풀고도 남는 돈이었을까?
회의감이 들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같은 무게로 1만원을 넘게 받았을텐데......
마당에 정리할 품목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낡은 가방은 어떻게 처리하는가?
집안에 생긴 우환으로 1년 동안 쓸 돈을 보름만에 쓰고 말았는데........ 점점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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