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순간

금요일 물금 당일치기(2020/01/17)

HoonzK 2020. 1. 21. 16:09

양산시 유소년 축구 페스티벌이 열리는 물금디자인구장으로 갔다.

새벽 3시 39분 일어나 151번 버스 첫 차를 탔다. 만원이었다. 앉을 수도 없었거니와 서 있을 공간을 확보하기도 힘들었다.

5시 5분 서울발 포항행 KTX-산천 495를 타고 동대구역에서 6시 45분에 내렸다. (14호차 9C)

동대구에서 물금행 무궁화호 1343호를 탔다. (2호차 61)

밀양 삼랑진을 지나는데 이곳은 27년 전 도보여행할 때 지났던 구간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지난 해에는 부산까지 심야버스를 타고 가서 물금으로 이동했는데 당일 출발해서 8시 15분이 되기 전 물금에 도착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은 운이 좋았다.


물금에서 내려 물금디자인축구장까지 걸어가고 있을 때 집안일이 생겼다.

심각했다. 바로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오전만 머무르고 서울행을 서둘렀다.

13시 09분 물금발 동대구행 열차는 바로 끊었는데 동대구에서 서울역 가는 열차표를 구하기가 이만저만 힘들지 않았다.

금요일 오후라는 사실을 깜박했던 것이다. 토요일 오후만 되었어도 이러지는 않았을텐데......

갑자기 귀경 계획이 생기면서 애를 태우게 되었다.

매여서 꼼짝 못하는 신세.....

3년 내리 밥하고 음식하고 빨래하고....... 거기에 두 분의 병수발까지.....


물금에 도착하자마자 빗발친 문자 (철자 틀린 것은 그대로 기록함)


-진짜 못 았겠다 오늘 퇴원하자

-오늘 저는 병원에 못 간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아냐 대판 싸웟 내 복. 나가레

-뭣 때문에 싸우셨어요? 누구와. 간병인? 환자? 간호사?

-일번

-일단 간병인업체 책임자와 통화했어요. 간병인이 문제라니

-삼층에 있으니 나 지갑 카드 등 보내줘

-오늘은 안 됩니다. 제가 서울에 없어요

-그러면 내가 죽을까


석 달은 재활을 해야 할 분이 무조건 퇴원하겠다고 했다.

물금 체류는 아주 잠시가 되어 버렸다.

전날 들은 말을 기억했는데.....


-내일은 안 와도 돼. 필요한 것도 없으니.....


지난 11월 28일부터 거의 매일같이 병원에 뛰어갔던 나인데 단 하루 못 간다고 하여 천하의 불효자식이 되고 있었다.

어렵게 귀경하여 병원으로 갔다. 재활이 더 필요하니 바로 퇴원해서는 안된다는 말씀을 드리기가 무섭게 불호통이 돌아왔다.

퇴원할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고 나와 카페에 자리잡으신 분은 내게 컵까지 집어던지며 빨리 결제 카드를 내어놓으라고 고함을 질렀다.

카페 손님들이 일제히 우리를 쳐다보았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게 되고 참을성도 없어지는 것일까?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서운함은 더 커지고, 무슨 일에도 짜증을 내고......

간병인은 환자를 내내 불편하게 했고, 지적하면 사사건건 나이 탓을 하며 따졌고, 때리기까지 했다는데...... (이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됨)


병원에서는 병실을 바꾸어 주겠다고 했지만 어떤 이야기도 통하지 않았다. 병원에 ㅂ자만 꺼내어도 불같이 화를 내시니.....

아무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퇴원이 이루어졌고, 그 이후 나는 꼼짝없이 붙들려 간병인 노릇을 해야 했다.

두 분이 다 아프시니 앞으로는 어디 멀리 갈 수도 없게 되었다.

부산 근처 양산까지는 갔다올 수 있다고 믿은 나는 큰 오판을 했던 것이다.


2020년의 물금행은 아주 잠깐 동안의 머무름으로 기억되겠다.



무궁화호를 타고 물금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태양이 떠오르는 방향을 향하여 달려가는 듯.



물금역 도착


부산까지 가는 무궁화호를 보내고


물금역 철로


물금역 앞에 나가면......


버거킹에서 아침을 먹을까 했으나 아직 오픈한 것이 아니었다.



30층 아파트가 즐비한 양산


양산에서는 폴 포츠 공연도 있었다. 이틀 후.


 양산 물금디자인 축구장



물금에서 동대구로 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동대구에서 서울 오는 열차는 죄다 매진이었다. 시간이 없는 나로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운좋게 14시 50분 서울행 열차표를 구할 수 있었다. 마주보는 좌석이라 덩치큰 사내와 무릎이 자주 닿아 불편하기는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