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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국제관광 서울마라톤대회(2018/09/09)-FULL 181

HoonzK 2018. 9. 17. 22:01

  국제관광 서울마라톤대회이라면 2년 전 바깥술님, 달물영희님과 3시간 59분대로 서브 4 턱걸이를 했던 대회로 기억한다. 당초 철원에서 풀코스를 달려서 5년 전 못 했던 서브 4를 달성하고 싶었지만 쌀 기념품이 아니라서 그냥 서울에서 달리기로 마음먹으면서 다시 출전하게 되었다.


 올해 10월 31일까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5호선으로 환승할 수 없게 되었다. 버스를 타고 여의도로 갔다. 여의도공원에서 스트레칭을 마치고 화장실을 이용하면 사람이 없어 여유만만이겠다 싶었다. 6시 40분 여의도공원. 의외로 붐볐다. 딱 봐도 달리기 대회에 참가한 듯한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죄다 젊은 사람들이었다. RUN on SEOUL 10킬로미터 대회가 여의도공원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화장실이 더 붐볐다. 공원 화장실 한 동은 리모델링을 하고 있어 동선을 잡아도 아주 잘못 잡은 것이었다. 결국 시간을 허비하고 체력만 낭비한 채 여의도 이벤트광장으로 와야 했다. 화장실 이용에 스트레칭에 몹시 바빠졌다.  


체중과 과식의 후유증은 오래간다. 특훈을 시작한 지 일주일 되었으나 훈련량을 늘린 까닭에 피로도 쌓였다. 달리는 동안 몇 번이고 옆구리 살을 부여잡고 개탄했다. 이래서는 안되는 거야. 살을 더 빼어야 해. 다시는 3시간 30분대로 달릴 수 없을지 몰라. 내 인생의 3시간 30분대 기록은 2018년 상반기와 함께 끝나 버린 거라고. 내 마라톤 인생의 잠깐 봄날이었군. 3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인 전구룡호 페메를 따라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했는데 달리면 달릴수록 점점 멀어졌다. 5킬로미터를 27분으로 달리는 사람이 어떻게 3시간 39분대로 들어갈 수 있겠는가? 1킬로미터는 5분 12초, 5킬로미터를 26분 04초로는 달려야 가능한 기록인데.......


 뙤약볕을 받으며 달리기 시작한 첫 1킬로미터는 5분 35초가 걸렸다. 다음 1킬로미터는 5분 30초, 그 다음 1킬로미터는 5분 25초. 점점 나아지는 기미가 보였는데 고운인선님, 의계님, 진식님, 운기님에게 추월당했다. 70대인데도 3시간 40분 페메와 동반주를 하는 남수님, 용석님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도대체 지난 해 어떻게, 무슨 수로 9월 공주에서, 또 인천에서 3시간 39분대로 달렸단 말인가, 그게 내가 아니었는가 되묻기를 거듭했다. 4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 머리 위에 양화대교가 울리는 소리가 났다. 양화대교를 RUN on SEOUL 대회에 참가한 주자들이 건너고 있었다. 이들도 8시에 출발한 모양이었다.


 6킬로미터까지 32분 32초가 걸렸는데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지금부터 5분 5초 페이스로 꾸준히 달리면 7킬로미터는 37분 37초, 8킬로미터는 42분 42초, 9킬로미터는 47분 47초, 10킬로미터는 52분 52초, 11킬로미터는 57분 57초가 된다는 사실. 그런데 5분 5초 페이스로 달릴 수가 없어 이런 기록을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안양천에 들어서면서 5분 10초 이내의 페이스는 몇 차례 나오면서 운기님을 다시 제쳤다. 운기님은 곤지암마라톤클럽 유니폼을 입고 있었는데 오늘 두 명의 회원이 풀코스 100회 완주를 하기 때문에 단체 출전하여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10킬로미터는 53분대였다. 2주 전 영동에서 55분대로 달린 것보다는 나아졌다. 10.55킬로미터 하프 반환점에서 깜짝 놀랐다. 개인 훈련을 나온 希洙형님이 스마트폰으로 나를 찍어주며 응원했다. 응원의 힘 덕분에 좀더 속도를 낼 수 있었고, 도림천 구간을 만나면서 그늘에 들어서자 달리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기둥에 표시된 거리 표시로 킬로미터당 소요 시간을 측정했다. 5분 7초가 나왔다. 3시간 39분에 달리려면 몇 분 페이스가 되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15킬로미터 남짓 달렸을 때 도림천은 자신의 나와바리라서 달리기 편하다는 Wan-sik님이 나를 제치고 나갔다. Wan-sik님 역시 곤지암마라톤클럽 소속이라 팀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Wan-sik님은 전날 술을 많이 마셔서 화장실에 자주 가야 했지만 페이스가 워낙 좋아서 꾸준히 내 앞에서 달렸다. 내가 늦게 달리는 이유가 부상 때문이냐고 묻기도 했다. 부상보다 무서운 체중 때문이라는 말은 못했다.


 살집이 흔들려서 제대로 못 달린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뛰었다. 21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 화장실에 다녀왔다. 반환점에는 근규님이 심판을 보고 있었다. 26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 의계님을 따라잡았다. 28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는 진식님과 용석님도 따라잡았다. 300미터 쯤 앞에서 달리던 Wan-sik님이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 무슨 일인가 했더니 화장실에 다녀왔다고 했다. 잠깐 동반주를 했다. 32.2킬로미터를 달렸을 때 2시간 53분이었다. 지금부터 킬로미터당 5분 42초씩에 달리면 3시간 49분대가 가능하다고 했더니 Wan-sik님은 그런 걸 어떻게 계산하느냐며 그냥 달리자고 했다. Wan-sik님은 이따금 나를 돌아보며 내게 어서오라고 했지만 아직은 따라잡을 수 없었다. 먼저 가세요. 나중에 1킬로미터 남기고 4분대로 달릴게요.


 안양천, 한강을 감아도는 10킬로미터 남은 구간은 죄다 뙤약볕이라 고통이 배가되었다. 새벽에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서늘하기 짝이 없었던 날씨가 어느새 여름처럼 더워진 것이다. 후반이 점점 힘들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도 지난 여름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버티었다. 6킬로미터가 남는 한강변. 이번에는 햇빛이 눈 앞에서 쏘아대었다. 4킬로미터 남짓 남기고 주차장 통제요원으로 낯익은 분이 있었다. 공원사랑마라톤에서 칩을 운용하는 분이었다. 요즘 왜 공원사랑마라톤에 통 나오지 않느냐, 어디 아프냐고 물었다.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다음 주에 나오세요라고 했다. 이런 말을 할만도 했다. 지난 7월 중순부터 8월 초순까지 거의 매주 대회에 출전했으니 나는 매주 공원사랑 마라톤에 나타나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버린 것이다.


 2킬로미터 남짓 남았을 때 마지막 만나는 급수대. 물이 따라진 컵이 하나도 없었다. 물 없어요라고 물으니 급수요원이 물 있어요 하는데 물컵을 새로 꺼내는 것부터 시간을 꽤나 잡아 먹겠다 싶었다. 그래서 투덜거리다 바로 나왔다. 물을 컵에 따라놓는 족족 산책나온 사람이나 자전거 타고 가는 사람들이 마셔 버리니 이 분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이해하려고 애썼다. 2킬로미터 남았다는 표지판이 나오고 이제 다 왔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체중이고 더위고 피로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다 왔으니까 오로지 골인 지점만 생각하며 달렸다. 그러다 보니 속도가 붙어 Wan-sik님과 매우 가까워졌다. 1킬로미터가 남았을 때 3시간 40분이 지나고 있었다. 3시간 40분대 골인에는 여유가 생겼다. 41.195킬로미터를 넘겼을 때 Wan-sik님 앞으로 나아갔다. Wan-sik님은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서 누군가 오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인지는 몰랐다며 같이 가야지 하면서 내 팔을 붙들었다. 5분 페이스로 속도를 올렸던 내가 마지막 1킬로미터는 4분 30초대로 달려서 3시간 44분대로는 골인하자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뿌리치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골인한 후에 백배사죄했다. 다음번에 복수해 주세요라고 말씀드리며.


 편의점 도시락을 먹을까 하다가 엄니식당에 가서 밥다운 밥을 먹기로 마음먹었다. 혼자서 제육볶음까지 시켜 아주 푸짐하게 먹었다. 풀코스로 체중을 빼어놓고 영양 과다섭취를 하였으니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 싶었지만 먹을 때는 아주 즐겁게 먹었다.




응원 나온 希洙형님이 찍어준 사진..... 놀랍고 반가운 이벤트를 경험했다.




90 사이즈로 신청했다.





오후가 되니 기온이 올라 더웠다.



마라톤 TV 접수 담당 여사님이 도시락을 챙겨주셨다. 바로 먹을까 하다가 엄니식당에 들르기로 마음먹었다.


이 도시락은 다음날 먹었다.




완주 후 완주메달과 간식을 받았다는 의미로 배번에 X를 표시했는데 마치 실격자를 표시한 것처럼 보인다.




대회 기록을 15분 당기기는 했지만.... 지난 해 9월 훨씬 덥고 힘든 구간에서 3시간 39분대로 달린 것을 생각하면 반성해야 한다.



엄니식당에서 혼밥하는 것은 처음인데.....



부추비빔밥에 우렁된장에 제육볶음까지.....



풀코스를 뛰어 그래도 체중을 조금 감량했을텐데 이것을 먹으면서 달리기 전 체중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인정사정없이 먹어치웠다.


부추와 잘 비비면 딱 좋다. 바로 이 맛이 그리웠다.

오랜만에 갔는데도 사장님은 나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

나올 때 현금으로 결제하니 매우 좋아하셨다.



오지 않은 사이에 식탁이 바뀌었다.



식탁에 수저통이 결합된 방식으로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