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에 간 것은 오로지 새우젓 기념품 때문이었다. 홍주종합경기장까지 어떻게 갈 것인가 고민했는데 알아보니 당일치기도 가능했다.
5시 35분 용산역 출발(무궁화호)
7시 44분 홍성역 도착
08시 00분 대회 셔틀버스 탑승
좀 빠듯하긴 하지만 9시 하프코스 출발하는 것이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다.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 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이 연장전까지 가는 바람에 잠이 달아나고 허기까지 져서 몇 시간을 자지 못했고, 밤늦게 먹기까지 해서 몸이 부었다. 새우젓이 목적이니 뛰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다음 주 풀코스에 출전하니까.
홍성역에 도착하여 기차에서 내릴 때 남수님과 은기님을 만났다. 대뜸 은기님이 물었다. 아니, 선수가 이런 대회에도 나와? 전 하프 대회도 가끔 나와요. 하프도 160번 넘게 뛰었는 걸요. 이 대회는 새우젓 때문에 온 것이지만.
홍주종합운동장에 도착하니 달려도 그만, 안 달려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바뀌었다. 단체 참가한 용왕산마라톤클럽 부스에 가서 希洙형님을 만나 인사드리고 난 뒤 달릴 준비를 했다. 힘들게 화장실 이용을 마치고 주로에 섰다. 이봉주의 응원을 받으며 출발을 준비하는데 햇빛이 매우 따가웠다. 검정색 티셔츠가 열을 잔뜩 흡수해서 벌써 땀이 났다. 希洙형님과 함께 출발했다. 꽤 무거울텐데 형님은 갤럭시 노트9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힘들 때 노래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첫 1킬로미터는 5분 15초가 걸렸고, 다음 1킬로미터는 4분 55초가 걸렸다. 예비장인과 예비사위가 나란히 달리는 모습을 보며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끄집어내어 떠들 때만 해도 반환하기 전까지는 주로 내리막을 달리게 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가 가까이 있으니 그냥 따라 뛰었다. 고단했지만 달리기 시작하자 피로를 잊었다. 아직 여름이라고 할 만큼 더웠지만 지난 7월, 8월 달렸을 때의 기온과 비교하면 이것은 더위 축에도 못 끼었다. 폭염경보가 내렸을 때 악착같이 뛴 보상을 이렇게 받는구나 싶었다.
4킬로미터를 달렸을 때 19분 50초라 오랜만에 5분 이내의 페이스로 달리고 있었다. 그게 다 내리막의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임을 여전히 모르고 있었다. 세 명의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 틈새에서 레이스를 이어나가는데 8킬로미터를 넘어서면서 그들 앞으로 나아갔다. 52분이 걸려 반환했다. 돌아갈 때 스피드를 조금 올리면 1시간 39분대는 못 들어가도 1시간 41분대나 42분대가 예상되었다. 지난 해 김대중평화마라톤에서 52분 후반대로 반환한 후 후반을 46분대로 달려서 1시간 39분 21초에 골인한 일이 있지만 올해 내 몸으로 보아 이번에는 그렇게 달릴 수 없어 보였다. 그런데 반환한 이후 상황은 훨씬 나빠졌다. 햇빛은 앞쪽에서 쏘아대고 있었고, 눈에 띄게 긴 오르막이 쭉 이어졌다. 반환하기 전까지 편안하게 내리막을 달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거였다. 돌아올 때 내리막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내리막이 짧아 숨을 고르기 힘든데다 큰 오르막 말고도 작은 오르막이 반복해서 나타나 힘을 빼어 놓으니 달리면 달릴수록 힘든 코스였다. 풀코스 일주일 전 대비 훈련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견디어내었다. 많은 주자들이 걷고 있었다. 하프 대회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걷는 것은 처음이었다. 내 나름대로 매우 스피드를 올리며 질주를 거듭하고 있는 것같은데 그냥 페이스는 5분에 근접한 페이스로 변화가 없었다. 도대체 언제쯤 오르막이 끝나나 싶었다. 그래도 주로 탓을 하기 보다는 나 자신의 문제가 크다고 판단했다. 옆구리의 두툼한 살집을 몇 번이고 잡아 당기며 나 자신을 꾸짖었다. 이럴 줄 알았어. 이렇게 살면 안되는 거야. 한심한 뚱땡이 같으니.
도로에는 로드킬이 있었다. 목이 잘려 나간 노루 시체에 파리 떼 천지였다. 고약한 냄새를 이기기 위하여 서둘러 지났다. 생태육교가 있는데도 노루는 도로를 가로지를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었다. 옥암생태육교까지는 어차피 오르막이니 견디어 내려고 애썼다. 17킬로미터를 넘어 잠시 내려갔다 평지를 달렸는데 18킬로미터 이후 또다시 오르막이었다. 페이스를 보니 지금부터 악착같이 달려야 1시간 44분대가 가능해 보였다. 그렇다면 나보다 먼저 출발한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는 이제부터라도 내 앞으로 나와야 했다. 끝까지 1시간 45분 페메는 앞으로 나오지 못했다. 가장 잘 달린 페메가 1시간 45분 36초 088, 한 분은 1시간 46분 56초 775, 다른 한 분은 1시간 49분 26초 112로 골인했다. 달리기 여건이 그만큼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 역시 악전고투했다. 풀코스 후반의 부담에 맞먹는 하프를 경험했다. 홍성마라톤 코스는 후반에 매우 잘 뛰어야 초반 페이스를 지킬 수 있는 대회였다. 19.9킬로미터 표지판이 있었다. 1.2킬로미터를 남기고 1시간 4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1킬로미터를 남기고 1시간 40분이라면 1시간 44분대로 달릴 수 있겠지만 1.2킬로미터를 남겼으니 큰 부담이었다. 이를 악물고 달렸다. 폭풍의 질주를 했다. 운동장 트랙에 들어선 후에는 100미터 달리기하듯이 달렸다.
1:44:28.357
마지막 1.2킬로미터는 4분 30초가 걸리지 않았다. 18킬로미터 지점에서 나와 배틀을 벌였던 주ㅇㄷ님은 나보다 3분 이상 늦게 골인했다. 그런데.... 옆구리가 쓰렸다. 옷을 들어보니 무엇에 할킨 것같은 상처가 있었다. 어디에 걸린 기억이 없는데..... 너무 빨리 뛰면서 튀어나온 옆구리가 옷에 쓸렸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뚱뚱해진 벌을 받은 것이다. 1시간 49분을 목표로 했던 希洙형님은 1시간 52분대로 들어왔다. 올해 하프 최고 기록인데 다른 대회였다면 목표했던 기록은 무난히 달성했을 것이다.
아이스박스를 들고 가는 달해아름다워님을 만났다. 손에 여자 하프 2위라는 표찰이 있었다. 아이스박스에 들어 있는 캔 맥주를 꺼내 주며 '신도림 빚은 이걸로 갚은 거예요.'라고 했다. (지난 8월 5일 신도림 공원사랑마라톤 풀코스 동반주에 대한 감사 표현) 그 옆을 지나가던 설아님은 4위를 했다고 했다. 달해아름다워님은 1시간 34분 52초, 설아님은 1시간 36분 05초. 설아님은 지난 4월 두 번의 하프에서 내가 모두 추월했던 분이기 때문에 내가 그동안 얼마나 몸을 망쳤는지 알 수 있었다.
더운 날 풀코스를 달렸을 때처럼 생수 두 병을 한번에 비웠다. 새우젓과 김 기념품을 잘 챙겼다. 탈의실은 너무 혼잡하여 화장실에 가서 옷을 갈아 입었다. 휴식에 시간을 너무 쓰면서 간식을 급히 먹고 나서 셔틀버스를 타야 했다. 홍성역에 도착했을 때는 열차 출발까지 1시간이 넘게 남아 있어 롯데마트에 들렀다 왔다. 롯데마트에 롯데리아가 없었다. 롯데마트 매장에서 콜라와 계란과자를 사서 나왔다. 열차 안에서는 콜라를 마시며 꾸벅꾸벅 졸았다. 열차는 연착되어 평소보다 10분 쯤 더 걸렸다.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첫 차가 떠나기 전에 도착했다.
홍성역... 8시도 되지 않았는데 햇볕이 작렬했다.
완주 후 받은 김과 새우젓
먹거리코너....
햇빛을 가리는 차장막을 설치해 놓았다.
소고기국밥
물냉면.... 조금씩 맛을 보고 나왔다.
하프 여자부 시상이 있었다. 달해아름다워님과 설아님이 보인다.
대회 파장의 느낌.....
홍성역에서 내려다 본 논
기와집 형태의 홍성역 역사
롯데마트에서 쇼핑을 마치고.... 사실 이 박스를 채운 것은 김과 갈아입은 옷이다. 구입한 것은 계란과자 밖에 없다.
연착된 무궁화호를 기다리며......
지난 4월 29일 서울에서 하프를 달리고 참으로 오랜만에 하프 대회에 출전했다.
지난 해에는 덥든 피곤하든 무조건 1시간 30분대로 달렸는데 올해는 아니다.
새우젓 중량이 조금 적은 편.... 이 정도로 적은 줄 알았다면 홍성마라톤에 가지 않았을 수도.....
달해아름다워님이 준 맥주 캔
고저도를 미리 파악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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