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순간

포항 원룸 숙박(2018/08/16)

HoonzK 2018. 8. 22. 00:19

2018년 8월 16일과 17일 경주에 다녀왔다.

16일 밤 울산에 가서 허수아비님을 만나고 싶었다.

너무 바쁘셔서 전화 통화조차 하지 못했다. 포항으로 갔다. 포항에 갔지만 법규님도 만나지 못했다. 법규님은 광양 파견 근무중이었다.

경주에서 숙박 장소를 찾던 중 포항에 사시는 분이 자신의 지인이 원룸 10개를 갖고 있는데 그 가운데 몇 개가 그냥 비어 있으니 쓰라고 했다.

비어 있는 방을 써도 된다는 확인 전화도 받았다.

포항 남구에 있는 원룸에서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편하게 잘 수 있겠다 싶었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휴식을 취하지 못한 상태에서 많이 걷고 비도 맞아서 피곤하기도 했다.


구멍난 양말과 땀에 젖은 웃도리를 빨아 손으로 짠 뒤 욕실에 널었다. 내일 새벽까진 마르겠지.....

베개 두 개가 있었는데 너무 얇아서 두 개를 겹쳐 베고 TV를 보고 있었다. 피곤해서 그런지 까무룩 잠이 들었다.

그런데 새벽 1시....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덜커덕... 문이 열렸다. 남자와 여자가 들어왔다. 들어온 사람도 당황했고, 나도 당황했다.

알고 보니 이 원룸... 비어 있던 것이 아니었다. 왜 이 곳에 있는지 잠결에 해명해야 했다.

지인분 성함을 대니 다행히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옷과 짐을 챙기더니 베개가 필요하다며 베개 두 개를 갖고 나갔다. 나는 무얼 베라고?

무거운 트렁크는 그냥 두고 나중에 찾아가겠다고 했다.

이 분들이 어디로 가는지 알 길이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비어 있는 또다른 원룸이 5층에 있었고, 그리로 간 것이었다. 이분들은 전날 간 것으로 되어 있어 지인분이 내게 안내한 것이었다. 만약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나를 5층으로 안내했을 것이라고 했다.)


잠깐 잤지만 잠이 달아나 버려 다시 잠들기 힘들었다.

안되겠다 싶어 걸쇠를 걸었다.


이 꿈, 저 꿈.... 괴이한 꿈을 거듭해서 꾸다가 또다시 수면을 방해받았다.

새벽 5시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걸쇠가 걸려 있으니 문이 열릴리 없었다.

뛰어나가 문을 열었다. 트렁크를 찾아가려고 왔다고 했다.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와 짐만 찾아가려는 생각이었는데 나는 비밀번호 첫번째 누르는 소리에 바로 잠을 깨고 만 것이었다.

비무장지대 GP에서 잠시 잠들었다가 병사들의 발걸음 소리가 평소와 아주 조금 달라도 장전된 소총을 집어들며 바로 몸을 일으켰던 일이 떠올랐다.


편안한 휴식이 될 수 없었던 포항의 원룸 체류.


1993년 목포 여인숙에서 잠을 자다가 문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나가 보니 여인숙 주인이 내게 왜 여기 있느냐고 물었던 일이 떠올랐다.

주인 옆에는 숙박하기 위하여 온 남녀가 고개를 저으며 서 있었다.

당신이 이 방에 들어가라고 해서 돈을 내고 들어온 것 아니냐고 묻는데 고개를 갸우뚱하며 나갔던 일.....

목포 여객선 터미널에서 배편을 알아보던 내게 제주도 가는 배는 다음날 아침에 있으니 숙박하라며 나를 이끌었던 이 양반이 그새 나를 잊었단 말인가?



싱크대


안쪽 방이 매우 컸다.




에어컨이 있어 마음에 든다.






여남은 명이 자도 여유있을 공간이다.




냉장고도 있다.





원룸 입구....

내가 묵은 곳은 1층이지만 떠나지 않은 분이 있는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5층으로 갔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