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애환(讀書哀歡)

로베르토 발저를 읽으며 산책하다(2018/03/24)

HoonzK 2018. 4. 3. 21:19

스위스의 작가, 로베르트 발저(Robert Walser, 1878~1956)
 로베르토 발저의 책을 읽으며 산책했다. 산책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죽은 작가인데..... 살아 생전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지 못하고 죽었지만 1970년대부터 재조명이 이루어졌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W.G. 제발트, 페터 한트케, 마르틴 발저 등은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작가로 로베르트 발저를 꼽았다.
 지난 해 로베르토 발저의 책 <산책>, <산책자>를 연달아 읽었다. <산책자>는 소설가 배수아씨가 번역한 작품이었다.

 

 이번에 서울대학교 독문과 임홍배 교수가 번역한 산문, 단편 선집 <세상의 끝>이 새로 출간되었다. Das Ende der Welt. 완결판처럼 책이 두꺼워 벽돌책이라 할만 하다. 하지만 짧은 단편과 산문이 실려 있어 아무 데나 펼쳐서 읽어도 상관이 없다. 지난 해 빌려서 읽었던 <산책>, <산책자>의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수월하게 읽혔다. 집에서 강북문화정보도서관을 오가며 읽었다. 왕복 7킬로미터의 산책을 했다. 오패산을 넘으며 벤치를 만나면 단편 하나를 읽고 다음 구간으로 이동하는 방식을 택했다. 로베르토 발저처럼 산책을 한 것이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다. 소장해 놓고 두고 두고 읽고 싶은 책이긴 한데..... 좀 비싸다. 도서관을 개인 서가로 생각하고 수시로 빌려 읽는 게 좋겠다.

 

아직 다 읽지 못했으니 일단 교보문고의 책 소개를 여기에 올려둔다.


발저의 산문과 단편의 특징


 발저는 서른 살 전후에 세 편의 장편소설-『타너 가의 남매들』(1906), 『조수』(1908), 『야콥 폰 군텐』(1909)-을 발표한 것 말고는 주로 산문과 단편소설을 썼다. 작가적 이력을 회고한 글 『나의 노력』(1928/29)에서 그는 장편소설을 포기한 이유를 ‘장황한 서사의 얼개를 짜는 일이 짜증나서’라고 밝히고 있다. 나날의 생계를 걱정하느라 긴 호흡으로 장편에 매달릴 여유가 없었던 것도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발저의 산문은 주로 취리히, 베른, 베를린, 뮌헨, 프랑크푸르트, 프라하의 신문과 잡지에 발표되었다. 특히 프라하에서는 카프카의 친구 막스 브로트(죽기 전에 남긴 유언에서 자신의 미발표 원고를 모두 불태워 없애라고 했는데, 그 유언을 어기고 카프카 사후에 그의 원고를 보존하여 출판한 장본인이 바로 막스 브로트다.)가 발저를 위해 지속적으로 지면을 할애해주었다. 다른 생계수단이 없었던 1910년대 중반 이후로는 짧은 산문과 단편 원고료가 유일한 수입원이었는데, 1926년에는 무려 60여 편을 발표하여 거의 매주 1편씩을 썼던 셈이다. 그렇게 생시에 발표한 산문과 단편이 모두 1천여 편에 이르며, 유고로 남은 미발표 원고도 5백 편이 넘는다.

 

 발저의 산문은 대개 화자가 전면에 등장하는 짧은 이야기의 형식을 취하지만, 전통적인 이야기 장르의 근간이 되는 특이한 사건이나 플롯은 최소한으로 축소된다. 발저의 산문은 대부분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둔 자전적 성격과 허구적 요소가 결합된 양상을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산문은 ‘자전적 허구’(Autofiction)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발저의 산문은 시각적 특성이 강하다. 산과 호수의 나라 스위스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매일 그 풍경 속을 거닐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라이펜 호수』, 『은둔자의 오두막』, 『저녁 산책』 같은 글을 보면 발저에겐 자연이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었음을 실감할 수 있다. 그가 처음 발표한 산문 『그라이펜 호수』는 발저의 산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연묘사의 원형을 보여준다. 하늘과 태양이 호수에 비쳐 호수와 하나가 된 풍경 속에서 오리 한 마리가 헤엄치고 있고, 화자인 ‘나’도 호수에 풍덩 뛰어들어 오리처럼 헤엄친다. 화자가 자연의 일부로 변신하는 과정, 그리고 그 온몸의 느낌을 서술하는 이 텍스트가 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나’ 자신이 곧 텍스트와 한 몸이 되는 것이다. “그런즉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내가 처음부터 다시 말하더라도 지금과 똑같이 말할 것이다.” 더 이상 언어로 형용될 수 없는 언어도단의 유일무이한 체험이 곧 자연과 하나가 되고 내 몸이 텍스트로 탄생하는 과정이다.

 

 발저가 ‘언어 속에 잠재하는 미지의 생기’를 드러내는 서술기법 중 하나는 서로 무관하거나 대비되거나 대립되는 사물이나 이미지를 하나의 장면으로 병치시키는 방식이다. 예컨대 『세상의 끝』에서 무작정 ‘세상의 끝’에 다다르기 위해 16년 동안이나 방랑하는 소녀는 ‘세상의 끝’을 이렇게 상상한다.

 

 세상의 끝이 처음에는 높은 성벽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가 하면 어떤 때는 깊은 낭떠러지, 때로는 아름다운 푸른 초원, 때로는 호수, 때로는 반점이 수놓인 수건, 때로는 냄비 에 가득 담은 걸쭉한 죽, 때로는 맑은 허공, 때로는 온통 하얗게 펼쳐진 설원, 때로는 출렁이는 바다처럼 마냥 자신을 내맡길 수 있는 황홀경, 때로는 우중충한 잿빛의 길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때로는 아무것도 아닌 것 또는 안타깝게도 하느님도 모르는 그 무엇일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세상의 끝’을 ‘높은 성벽’이나 ‘깊은 낭떠러지’로 이해하면 그것은 엄청난 장애나 절체절명의 위기가 된다. 반대로 ‘세상의 끝‘을 ‘아름다운 푸른 초원’이나 ‘바다처럼 출렁이는 황홀경’으로 떠올리면 ‘세상의 끝’은 궁극의 안식처와 통하는 어떤 상태일 것이다. 그런데 이 대극적 이미지가 어떻게 동시에 ‘세상의 끝’을 가리킬 수 있을까? 우리의 인생에서 그 둘은 상극으로 경험되지만, 발저는 양자가 공존할 가능성은 없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나아가서, 의미가 선명한 이런 이미지들과 ‘반점이 수놓인 수건’이나 ‘냄비에 가득 담은 걸쭉한 죽’은 대체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이 ‘수건’이나 ‘죽’은 ‘하느님도 모르는 그 무엇’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누구도 쉽게 답하기 어려운 이러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발저는 우리의 타성적 사고와 지각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삶의 진경과 세상의 이치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아주 두꺼운 책이다.

 

 

 

오패산을 걸으며 읽었다.

 

 

책과 함께 산책한 것이다.

 

 

벤치를 만나면 벤치에 앉아 단편 한 편을 읽고 이동했다.

 

 

 

담배를 피우고 간 흔적이 남아 있다.

 

 

내지에 소개된 로베르토 발저

 

 

목차를 보고 선택해서 읽었다. 처음에는 짧은 것부터....

 

 

 

 

울타리 위에 책을 세워 보기도 하고....

 

 

벤치에 올려 보기도 하고....

 

 

삽화를 보며 숨을 돌리기도 하고....

 

 

운동 기구 위에 올리기도 하고....

 

 

 

한적한 길을 따라 나아갔다.

 

 

나뭇가지 위에 올려 보기도 하고....

 

 

평행봉 위에 올려 보기도 하고....(떨어질까봐 조금 긴장했다.)

 

 

데크의 울타리 위에 올리기도 하고....

 

 

이 내리막길을 따라 가면 강북문화정보도서관이 나온다. 2002년부터 책 1천권을 넘게 빌렸던 나의 도서관.......

 

 

 

 

오른편으로는 수풀이 있다.

 

 

데크를 따라 내려가면 도서관이 나온다.

 

 

 

도서관에 들렀다 미아역 방향으로 빠져나와 맥도날드 미아점에 들렀다.

 

 

불고기 버거세트를 먹으며 책을 읽었다.

다음날이 인천국제하프마라톤 대회일인데 햄버거는 좀......

 

 

 

지난 해 5월 빌려서 읽었던 <산책>과 <산책자>

 

 

 

 

아래는 <세상의 끝>의 목차이다.

 

 

I. 자연·가족·자화상
그라이펜 호수ㆍ15
은둔자의 오두막ㆍ21
몽상가ㆍ23
저녁 산책ㆍ26
자연ㆍ30
어머니의 무덤ㆍ36
아버지가 아들에게 쓰는 편지ㆍ38
아버지의 초상ㆍ42
여섯 개의 작은 이야기ㆍ69
어느 시인이 어느 신사에게 쓰는 편지ㆍ79
어느 화가가 어느 시인에게 쓴 편지ㆍ84
어떤 시인ㆍ88
타자기ㆍ95
나의 노력ㆍ99

 

II. 사랑과 고독
지몬ㆍ109
메타ㆍ119
빌케 부인ㆍ123
크리스마스 이야기ㆍ132
어떤 추억ㆍ140
크누헬 양ㆍ142
파르치발이 여자 친구에게 쓰는 편지ㆍ145
어린아이ㆍ149
꿈이 아니었어ㆍ157
올리비오 여행기ㆍ165
꿈ㆍ174
마리ㆍ178

 

III. 세상의 이치
두 개의 이야기ㆍ209
네 개의 이미지ㆍ216
이상한 도시ㆍ231
환상ㆍ235
재, 바늘, 연필 그리고 성냥개비ㆍ238
난로에게 말 걸기ㆍ241
날쌘돌이와 게으름뱅이ㆍ244
혈거 인간ㆍ246
천사ㆍ255
원숭이ㆍ257
단순한 이야기ㆍ264
자유에 대하여ㆍ267
철가면ㆍ271
올가의 이야기ㆍ277

 

IV. 삶과 노동
세상의 끝 ㆍ289
나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ㆍ293
노동자ㆍ297
일자리를 구합니다 ㆍ307
사무원ㆍ310
오전 근무ㆍ334
뷔블리ㆍ345
게르머ㆍ354
헬블링의 이야기ㆍ363
귀부인ㆍ386
주인과 피고용인ㆍ391
계급투쟁과 봄날의 꿈ㆍ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