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 106 장면
가시마 시게루 지음/ 이연식 옮김
두성북스 초판 1쇄 2017. 5. 15
5년 전 읽은 <레 미제라블>을 추억했다. 1879년부터 1882년 간행된 위그판 <레 미제라블>에 들어간 삽화 350여 점에서 180점을 골라내고 소설 내용의 요약을 덧붙인 이 책에서 19세기 전반의 프랑스 사회를 읽었다. <레 미제라블>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장 발장으로 표현되는 이상주의적 인류애에 대한 이야기이자 빈곤과 무지가 만들어낸 사회의 비참한 모습을 고발한 사회소설'(486)
19세기 프랑스 사회 및 소설을 연구하여 당시 풍속과 사람들의 삶을 세밀하게 파고 든 책을 집필한 가시마 시게루 덕분에 <레 미제라블>을 다시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책을 읽었거나 읽지 않았거나 모두에게 흡입력을 발휘할 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레 미제라블>을 다이제스트판으로 읽은 것같았다. 5백 쪽에 달하는 책이 매우 빠르게 읽힌다. 그림만 한번 훑고 어떤 사연이 담긴 내용일까 짐작해 보는 것도 또다른 책읽기의 방식이 되겠다 싶었다. 장 발장, 미리엘 주교, 팡틴, 코제트, 마리우스, 가브로슈, 자베르, 에포닌, 테나르디에, 포슐로방 등의 인물이 평소 알고 지내는 지인들처럼 가깝게 느껴졌는데 그만큼 위고가 인물을 생생하게 그려내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소설만 되새기는 것이 아니라 위고가 왜 이런 대목을 썼는지 그 뒷사연도 알아볼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러웠다. 문학을 통하여 역사를 파악하는 도정을 밟아나가는 느낌이 새로운 책이었다.
이 책에 실린 어두운 스타일의 삽화처럼 <레 미제라블>에는 어둠이 잘 어울린다. 어두운 바탕 위에서 무수한 별처럼 디테일이 빛나기 때문이다. 디테일이여! 이는 결코 쉽게 얻을 수 없다. 디테일은 수많은 주석과 언급, 갖가지 감상의 파편이다. 디테일을 경험한다는 것은 다시 읽고 보고 느끼고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시마 시게루의 이 책은 독자를 <레 미제라블>의 디테일로 끌어들인다. (번역자 이연식 495-6)
삽화와 함께..... 읽기 편한 책이다.
위고는 <레 미제라블>의 초고인 <레 미제르>를 썼을 때부터 이미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들에 대해 깊은 동정을 보였는데, 1851년 경제학자 아돌프 블랑키와 함께 공업 도시 릴의 빈민가를 시찰한 것을 계기로 국가에 의한 빈민 구제의 필요성을 통감했다. 42
비평가나 전문가의 비판이나 무시에도 이렇게 전세계에서 오래 사랑받아온 이유는 역시 사회의 약자에 대한 위고의 사랑과 공감이 진정을 담고 있고 일말의 천박함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감동적인 이야기라도 진실하지 않으면 시대를 넘어 살아남을 수 없다. 154
<레 미제르>에서 무의식 중에 드러냈던 '빈곤 계급=위험한 계급'이라는 민중관이 <레 미제라블>에서는 사라져, 민중의 모습에서 이상 사회 건설의 원동력을 보는 역사관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222
20세기의 대중적 주인공이 보여주는 힘과 기술은 모두 장 발장의 이야기에 있다. 영화나 텔레비전은 그저 장 발장에게 새로운 주인공의 이름을 덧씌웠을 뿐이다. 306
인간은 빛나는 인간과 어둠 속에 사는 인간으로 나눌 수 있고, 어둠 속에 사는 인간의 수를 줄이고 빛나는 인간의 수를 늘리는 것이 인류의 목표다. 352
'독서 애환(讀書哀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라딘 중고서점에 책을 팔다(2018/04/20) (0) | 2018.04.25 |
---|---|
로베르토 발저를 읽으며 산책하다(2018/03/24) (0) | 2018.04.03 |
지혜의 등대 작은 도서관(2018/02/21) (0) | 2018.02.26 |
알라딘 중고서점 동탄점(2017/12/20) (0) | 2017.12.25 |
교보문고에서 <전쟁과 평화> 4권을 읽다(2017/12/06) (0) | 2017.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