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전마협 최강전 송년 마라톤대회가 열리는 뚝섬지구 수변무대로 갔다.
대회 참가 신청을 한 것도 아니었고, 비도 끈질기게 내리고 있었고, 감기 기운마저 있었고, 발바닥 통증까지 여전했지만 대회장에 갔다. 내가 섭취할 에너지젤과 물은 배낭에 넣어 메고 달렸다. (뻐꾸기 노릇은 하지 말아야 하니까.) 그런데 우산을 쓰고 달렸다. 21.0975킬로미터를. 우산을 쓰고 달리는 모습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도 더러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반응은 줄어들었다. 겨울비에 점점 몸이 힘들어지면서 다른 사람의 모습 따위는 살펴볼 여유가 없어진 것같았다.
내 달리기는 매우 굼떴다. 천천히 오래달리기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아스토레 윈드팬츠에 콜핑 방수 자켓, 자켓 안에는 긴팔 티셔츠 두 장, 목도리 및 마스크용 블랙야크 버프, 모자 대용 살레와 바이저 버프를 착용하고 팀버라인 배낭을 메고 달렸다. 신발은 다소 무거운 훈련용 아식스 젤카야노 22. 달리기 복장 자체가 느리게 달리기 코스프레였다.
터치팬을 갖고 오지 않았으니 사진을 찍을 때마다 장갑을 벗는 수고를 해야겠구나 싶었는데 한번도 벗을 필요가 없었다. 장갑에 배인 습기 때문에 화면 터치가 잘 되었다. 2킬로미터를 넘기 전에 화장실에 들어가 볼 일을 보면서 하프 2시간 25분 페이스로 달리게 되었다. 스마트폰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하여 비닐로 싸고, 비닐로 싸기 전에 휴지로 닦으며 용을 썼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달리기 리듬이 사정없이 깨어지기는 했다. 그래도 달리기 기록은 남겼다.
9킬로미터쯤 가서 보니 바깥술님이 이미 반환해서 오고 있었다. 3킬로미터 쯤 더 달린 것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일주일 전 저보다 빠른 페이스로 달린 것이었다. 믿어지지 않았다. 점점 뚱뚱해지고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달렸담.
하프 달리는 용왕산 Ki-soo님, 10킬로미터 달리는 상기님을 만났다. 8시 10분에 출발했다는 은수님과 만났을 때는 족저근막염 나았느냐고 물어보았고, 안동에서 오신 제비한스님으로부터는 열렬한 응원을 받았다. 특전사님은 2회전에 나섰을 때에야 뵐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만나고 싶었던 사람은 아세탈님이었다.
하프 출전 신청을 한 아세탈님은 로운리맨님이 불참하시는데다 나까지 나오지 않으면 출전을 포기할 생각을 했던 모양이었다.
출발 한 시간 전에야 동탄에서 문자를 보내 왔었다.
-오늘 대회장 오시나요?
-네 가고 있습니다.
-네 그럼 저도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제가 먼저 도착해 있겠네요.
-전 늦게 도착할 것 같습니다. 주로에서 뵙겠습니다.
-네. 뛰고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제 오시나 하면 안 오셨다. 엉뚱한 사람을 아세탈님으로 착각하기도 여러 차례. 달려야 할 거리가 점점 줄어들면서 만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암사대교 아래를 지난 후 7킬로미터가 남지 않았을 때에는 두 가지 중 한 가지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했다. 10킬로미터만 달렸거나, 아예 뛰지 않고 기다리고 있거나.
기침 가끔, 코 풀기 자주.
비는 꾸준히 내렸다. 나는 우산을 써서 바로 비를 맞지는 않았기 때문에 다른 분들 보다는 편안한 달리기를 했다. 기록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 여기저기 풍광을 카메라에 담는 재미도 있었다. 지인을 만나면 사진을 찍어주며 응원하는 즐거움도 컸다. 지난 주 풀코스를 달린 후 짧은 거리만 끊어서 달리고 밤늦게 먹어대기만 해서 몹시 몸이 무거웠는데 어느 정도 개운해진 느낌이 참 좋았다.
올림픽 대교 뒤쪽으로 잠실롯데타워가 우뚝 솟아있는데 비구름에 갇힌 느낌이 멋진 그림이었다. 대회에 참가했다면 그저 보고 달리기만 했을텐데 사진으로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2시간 25분쯤 걸려 하프를 달렸다. 아세탈님은 10킬로미터만 달렸다고 했다.
함께 나주곰탕을 먹은 뒤 카페베네에서 바닐라라테를 마셨다.
헤어질 때 아세탈님은 선물 한꾸러미를 안기셨다. (별도 포스팅 예정)
이렇게 우산을 쓰고 달렸다. (아세탈님이 찍어주심)
오른손으로 우산을 들고.....
출발할 때는 이 아치를 통과하지 않고 옆쪽 길을 이용하였다.
조깅나온 사람인 셈이니 기록증 같은 것은 없다.
아세탈님이 선물한 토스터기로 식빵을 구워서....
포도잼을 발라 먹었다.
발바닥에는 맨소래담 로션을 바른 후 테이핑을 하였다.
짐이 많았다. 달릴 때는 필요없지만 달린 후에는 매우 필요한 짐을 뚝섬유원지역 물품보관함에 넣었다.
7번 보관함 이용. 1400원을 캐시비로 결제했다. (물품 찾을 때)
뚝섬유원지역을 내려서기 전에 바깥을 보니 집에서 나올 때보다 빗줄기가 굵어졌다.
눈이 내렸으면 대회가 아예 열리지도 못할 뻔 했다.
풀코스 하프코스 동시 출발이다.
출발한다. 비닐로 비를 피하고 바람도 막으려고 애쓴 복장이 눈에 띈다.
1킬로미터 지점
잠시 화장실에 들렀다.
5킬로미터 급수대
이 물을 마시는 주자들은 빗물을 반은 마신다고 봐야겠다.
10킬로미터 주자들이 반환하고 있다.
잠시 갈등했지만 요즘 운동량이 부족하니 하프는 뛰어야한다고 각오하고 당초 계획대로 밀고 나갔다.
구리에 들어서기 직전이다.
뒤를 돌아다 보니 내 뒤쪽에서 오는 주자들이 별로 없다.
9킬로미터를 넘기도 전에 바깥술님이 3시간 20분대 페이스로 질주해 오고 있었다.
쏜살같이 지나가 버리네....
겨울비 맞으며 열심히 뛰고들 있다. 우산을 씌워 드리고 싶을 정도.....
10킬로미터 지점 벤치. 아에드와 배낭
이 우산을 쓰고 달렸다.
풀코스 반환점은 하프코스 반환점과 같다. 풀코스는 2회 왕복할 뿐이다.
강동대교가 보인다.
이제 돌아가야지. 꼼짝없이 오늘은 21.0975킬로미터를 달리게 생겼다.
구리암사대교 아래쪽에서 잠시.....
후미 주자들이 지나간다.
어느새 남은 거리는 5킬로미터. 주로에서 아세탈님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접었다.
올림픽대교가 보인다.
3시간 28분대의 페이스로 바깥술님이 달려오고 있었다. 4주 연속 SUB 330에 성공했다.
지난 주에도 함께 달렸던 삼척시청 MS님이 옆에 계시네.
아에젤을 먹고....(아세탈님이 주신 에너지젤)
3시간 30분대로 달리시는 특전사님 사진도 찍어드렸다. 기록에 연연하지 않으니 이런 촬영도 가능하다.
버드나무는 축 늘어져......
올림픽대교 뒤쪽으로 잠실롯데타워가 보인다. 신기루처럼.....
아! 어느덧 19.1킬로미터 달렸네. 우산 쓰고 이렇게 오래 달린 적이 없는 것같은데....
초반에 들렀던 화장실 반갑고요.
한강 건너 잠실종합운동장이 보인다.
배수가 잘 되지 않나보다. 물이 역류한다.
잠실롯데타워를 돌아본다.
여유만만 달리기.... 지속
아세탈님과 함께 한 나주곰탕.
4년 전 상혁이네 부모님이 사주신 나주곰탕이 생각났다.
카페베네 디지털상품권을 드디어 사용했다. 아무 매장에서나 되는 것이 아니라서 건대입구역까지 걸어야 했다.
아세탈님은 맨발이었다. 나는 마른 양말이 있었지만 여분의 신발이 없어 젖은 양말을 그대로 신고 있었다.
아세탈님과 함께 바닐라라테. 5천원이니 1만원권 이용이 딱 떨어졌다.
처음부터 달달했다. 카페라테보다 훨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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