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文化生活)

할인권 이용-'박열' 관람(2017/06/30)

HoonzK 2017. 7. 8. 00:37

 온라인 알라딘 사이트에서 플래티넘 회원에게 제공하는 CGV 영화 6월 할인 쿠폰의 혜택이 날아가기 직전이었다.

6월에는 서울극장에서 주중 무료관람권을 네 장이나 확보했고, 대한극장에서 제공하는 6월 VIP 무료관람권도 있었기 때문에 영화를 부지런히 챙겨 보지 않으면 안되었다. 하지만 내 여건은 영화를 볼 시간을 내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대립군(6월 2일), 미이라(7일), 악녀(11일), 하루(22일)...... 악착같이 시간내어 6월 29일 '리얼'을 보았고, 6월 마지막 날 '박열'도 보았다.

 

'박열'이라는 영화가 실화라는 사실에 놀랐다. 철저히 고증하여 가상의 인물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물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생생하다. 박열 주변의 사람들, 박열의 심문을 맡은 검사, 박열의 변호사, 감옥의 교도관, 일본의 내무대신까지 한 사람 한 사람이 놀라울 정도로 개성이 넘친다. 디테일이 꼼꼼하면 꼼꼼할수록 영화가 흥미로울 수 있다는 판단이 든다. 일본 관동대지진과 조선인 대학살사건 속에서 일본 제국주의와 천황제의 허상을 서슴지 않고 비판했던 한국인 박열과 그의 동지이며 연인이었던 가네코 후미코의 이야기.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90년간 영화 소재로 다루어지지 않았는지 믿을 수가 없었다. 자유분방하고 당당하기 이를 데 없는 박열과 일본여성 가네코 후미코의 통렬한 의식과 사랑에 감탄했다. 심각한 주제 속에서도 유머가 살아 있었다. 심각함과 코믹함이 어우러져 한껏 감정의 진폭을 실컷 만끽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였다. 쉴새없이 쏟아지는 일본어 대사 속에서도 집중력을 한 순간도 잃지 않았다.

 

 가네코 후미코 역을 맡은 최희서는 놀랍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연기력이 뛰어나고 일본어가 능통해야 한다는 이준익 감독이 내세운 세 가지 조건에 모두 부합했다. 영화 <동주>를 보러 갔다가 윤동주뿐만 아니라 송몽규를 발견한 것처럼, <박열>을 보러갔다가 박열 뿐만 아니라 가네코 후미코도 발견하게 된다. 최희서는 영화 <동주>에서도 일본 여성으로 출연했다.

 

'나는 개새끼로소이다'라는 글로 강렬하게 등장하는 박열.

그러한 박열에게 동지로서 동거를 제안하는 가네코 후미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쥬고엔 고지센(십오엔 십오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면 바로 자경단의 죽창에 찔리는 조선인들.

스스로 감옥에 들어가 갇히고, 일본 천황제의 허상을 폭로하며 조선 관복을 입고 일본 법정을 우롱하는 박열.

'과실 결점을 넘어 그를 사랑한다. 혼자 죽게 하지 않겠다. 산다는 건 그저 움직이는 걸 뜻하지 않는다.'라고 강렬한 멘트를 남기고 죽은 뒤 박열의 고향 문경에 묻힌 가네코 후미코.

사형 선고를 받고 22년간 수감 생활을 했던 박열은 1989년 대한민국 건국훈장을 받았다. 박열을 변호했던 일본인도 2004년 건국훈장을 받았다.

 

 당초 5억을 들여 제작하려다가 26억까지 들이게 된 영화. 그래도 손익분기점인 150만명을 가볍게 넘었다.

이준익 감독의 최근 두자 짜리 제목 영화 <사도>, <동주>, <박열> 모두 갇히는 장면이 나온다. 뒤주에 갇히거나 감옥에 갇히거나.

한번 더 보고 싶은 영화다.

 

 

 

 

5천원으로 영화를 보았다. 4천원 CGV 할인쿠폰 이용 만료 몇 시간 전.

 

 

 

 

CGV 미아에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