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2017 서울하프마라톤(2017/04/30)-HALF 155

HoonzK 2017. 5. 1. 20:53

 지난 해 달렸으니 올해는 쉬어갈까 하다가 출전하였다. 당초 보성에서 풀코스를 달릴 생각이었지만 요즘 멀리 갈 수 없으니 서울에서 하프를 달리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출전하게 되니 기록 경신 도전 과제가 생겼다. 지난 해 3시간 35분 26초로 춘천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기에 기록 경신으로 인정받고 추가 선물을 받으려면 이번 대회 하프를 1시간 43분 19초에 달려야 했다.

 

 광화문 광장에 도착한 것이 6시 45분경.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하프마라톤 참가자 5,741명, 10킬로미터 참가자 4,409명으로 참가자는 총 10,150명이라고 했으니. 110 사이즈 필라 기념 티셔츠를 105 사이즈로 바꾸고 달릴 준비를 하였다. 가까운 곳에 希洙형님이 계셨다. 希洙형님과 함께 롯데택배 배송 차량에 짐을 맡겼다. 귀중품 있으세요라는 질문에 希洙형님은 '없어요. 내 몸이 귀중품이요.'라고 답했다. 출발하기까지 50분 가까이 남아 希洙형님이 근무하는 서울시의회에 가서 홍삼드링크과 견과류를 얻어먹고 대회장으로 돌아왔다. 한동안 대회장을 떠나 있다 보니 아는 사람을 만날 수가 없었다. B그룹에 있을 로운리맨님이나 C그룹에 있을 아세탈님도 찾을 수 없었다. 10킬로미터 종목에는 젊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개중에는 모델같은 외모를 한 여성도 적지 않았다.

 

 C그룹에서 함께 출발하게 될 希洙형님은 킬로미터당 5분 10초 페이스로 가서 1시간 49분대로 골인하는 게 목표라고 하였다. 2주 전 1시간 51분으로 아깝게 1시간 40분대에 들지 못했던 빚을 갚아주겠다고 하였다. 8시 직전 전방 조선일보 사옥 대형 모니터에서 카운트다운 영상이 송출되었다. A그룹과 B그룹이 함께 출발하였다. 자신의 그룹 출발을 어길 경우 기록이 제공되지 않는다고 했으니 C그룹 출발 신호가 울릴 때까지 5분을 기다려야 했다. 希洙형님은 1시간 43분 19초가 목표인 내게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출발하라고 했지만 2시간 페이스메이커 옆에서 출발하였다. 광화문광장을 빽빽하게 채운 주자들 사이에서 발걸음을 옮겨 놓는데 빨리 달릴 수 없었다. 종이 가루를 맞으며 굼뜨게 움직였다. 앞이 막혀 있기도 했지만 내 몸도 무거웠다. 전날 콜라 라지사이즈를 마시며 햄버거를 먹은데다 편의점을 만날 때마다 이것저것 사먹었더니 체중이 분 것같았다. 잘 자다가 새벽 2시 50분쯤 잠을 깨고는 이후 2시간 동안 토막잠으로 버틴 것도 영향이 있었다. 500미터쯤 달리니 希洙형님이 오히려 내 앞에 있었다. 나보다 먼저 출발한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는 순식간에 몇 백 미터 앞으로 달아나 버렸다. 저 1:45 페메만 따라잡을 수 있다면 1시간 43분대 초반은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과연 따라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굼뱅이처럼 움직이는 나 자신이 한심했다. 첫 1킬로미터가 5분 20초가 나왔다. 요즘은 어찌해도 첫 1킬로미터는 5분 20초였다. 보름 전 하프에서도 그랬다.


 서소문 고가를 오르는 구간이 오르막이지만 다음 1킬로미터는 5분이 걸렸다. 사뿐사뿐 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2킬로미터 지점 주노가가 외롭게 기타를 치고 있었다. 서울하프마라톤은 어쿠스틱 밴드, 힙합, 기타, 풍물패, 오케스트라가 주로 곳곳에 배치되어 주자들의 흥을 돋우는 대회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다음 구간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면서 가라앉아 있던 몸이 조금 풀렸다. 3킬로미터 지점까지는 앞에 있는 주자들 사이사이를 지그재그로 오가며 달렸는데 충정로 구간은 내리막이다 보니 구간 기록이 4분 3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페이스가 올라갔다. 중국 악기 얼후를 연주하는 아란을 보았다. 앞으로 어떤 음악인들을 만날 수 있을까?

 

 페이스가 오르긴 했어도 거대한 녹색 풍선은 아직도 200미터 이상 떨어져 있었다. 저 페이스메이커 풍선만 잡는다면 기록 도전은 완수되리라. 마포대교 넘기 전 급수대에서 물을 마셨다. 노이즈보이즈 힙합그룹이 신명나게 랩을 쏟아내고 있었다. 좋아, 좋아. 5킬로미터 지점을 지나는데 24분 30초가 걸리지 않았다. 1시간 44분대는 무난하고 좀더 치고 나간다면 1시간 43분이 가능했다. 서울 하프는 마포대교와 양화대교를 건너는 대회라고 할 수 있는데 드디어 마포대교가 나왔다. 서울과학기술대 오케스트라 SNUTO의 연주를 들으며 힘을 내었다. 오전 9시도 되지 않은 날씨이지만 땀으로 흠뻑 젖었다. 오늘 컨디션은 그다지 좋지 않은 거야. 10킬로미터 선두 주자들이 맹렬한 스피드로 하프 주자들 앞으로 나아갔다. C그룹보다 늦게 출발한 D그룹 주자들 가운데 고수의 향취를 풍기는 주자들이 내 앞으로 달려나갔다. 누군가 추월해도 동요하지 않았다. 여의도공원을 감아도는 7킬로미터 지점에서 1:45 페메는 100미터 이내로 가까워졌다. 십여 명의 주자들이 그와 함께 동반주하는 모습이 보였다. 8킬로미터 지점 장덕철 밴드가 신명나게 연주하고 있었다. 꾸물꾸물대던 내 모습이 성큼성큼으로 바뀌고 있었다. 10킬로미터 주자들이 여의도공원쪽으로 꺽는 모습이 보였다. 지난 해에는 10킬로미터 주자들이 그렇게 부러웠는데 올해는 그런 마음은 들지 않았다. 버스킹 스타 정선호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9킬로미터 지점을 넘어서면서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 옆에 붙었다. 이제는 페메와 함께 달려도 1시간 43분 19초는 무난했다. 하지만 일부러 속도를 늦추지는 않았다. 다시 목표를 바꾸어 1시간 39분대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1:45 페메와의 동반주는 단 1초. 거침없이 치고 나갔다.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을 오른편에 놓고 급수대에서 바나나와 게토레이 담긴 컵을 집어들어 영양을 보충하였다. 곧 10킬로미터. 48분이 조금 넘어갔다. 곱하기 2하면 96 더하기 1.1킬로미터. 달려온 만큼 앞으로 달려간다면 잘해야 1시간 40분대 후반이나 1시간 41분대 초반이었다. 1시간 39분대는 힘들었다. 노력은 해봐야지. 터널이 나왔다. 나이트클럽이 되어버린 터널. 내가 기다렸던 장소였다. 현란한 조명이 돌아가며 트와이스의 '치어업'이 나왔다. 강한 빛이 내 눈으로 들어와 눈이 부셨지만 마음은 즐거웠다. 뙤약볕을 달리다 잠시나마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시원한 구간을 달릴 수 있다는 것은 최상의 혜택이었다. 나이트클럽 터널을 빠져나와 땀을 뚝뚝 떨구며 양화대교를 향하여 달려갔다. 오르막 때문에 잠시 버겁기는 했지만 양화대교 위에서는 속도를 올렸다. 양화대교 위에서 왼편을 돌아보고 골인한 지점을 살폈다. 미세먼지 때문에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 희뿌옇게 보였다. 풍물패의 흥겨운 공연이 있었다. 한양대 풍물패 '애국한양 풍물연합'이 한없이 흥을 돋우었다. 양화대교가 끝나고 합정역을 만나면서 14킬로미터 표지판이 보였다. 망원역의 15킬로미터 지점. 1시간 11분대. 나보다 5분 이상 빨리 출발한 B그룹의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가 보였다. 저 페메를 잡는다면 1시간 39분대 진입은 무난할 것이고, 잘하면 SUB 144로 뛰겠다고 공언한 로운리맨님을 만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목표는 17킬로미터 지점을 1시간 20분대에 통과하는 것. 이훈주가 건반을 두드리고 있었다. 외로워 보였지만 연주는 강렬했다. 생각이 많았다. 17킬로미터 지점을 1시간 20분대에 지나긴 했으나 초반이 아니라 후반에 지났다. 남은 4.1킬로미터를 19분으로 달릴 수 있을까? 월드컵 경기장쪽으로 가는데 오르막이 범상치 않았다. 스피드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오르막이 끝난 후 월드컵 경기장을 왼편에 놓고 질주했다. TV조선 차량에서 카메라가 차 문밖으로 불쑥 나오더니 한동안 나를 찍었다. 추월에 추월을 거듭하는 나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 B그룹 1:45 페메가 매우 가까워졌다. 로운리맨님과도 만날 수 있을까? 아니다. 달리다 보면 사정없이 치고 나갔을 수도 있지. 팔을 들어 나를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로운리맨님이었다. 이렇게 빨리 올 수 있는가? 전날 술을 마셔서 힘들다고 했는데.(꽐라가 되었다는 표현까지 쓰셨는데) 19킬로미터를 넘기 전에 반환했다. B그룹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를 제쳤다. C그룹 1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를 제친 것이나 다름없었다. 20킬로미터 지점에서 물 한 잔을 마시며 시간을 체크하였다. 1시간 34분 초반이었다. 1시간 39분대가 아니라 1시간 38분대 골인도 가능해졌다. 지난 해처럼 막판에 여러 명을 제쳤지만 재추월하기 위하여 따라오는 사람은 없었다. 월드컵 공원쪽으로 두 번 꺽어서 골인 아치가 보였다. 백 여 미터밖에 남지 않았는데 로운리맨님이 달려오며 생수 한 통을 건네주었다. 이것은? 지난 2월 5일 공원사랑마라톤에서 로운리맨님이 골인하기 직전 물을 건네었다가 거절당했던 기억이 났다. 그때 너무 벌쭘했던 나 자신. 찰라에 많은 생각을 했다. 받아야 해. 일부러 응원하며 준비해 주셨는데...... 물은 전혀 필요없었지만 감사하며 받았다. '마시고 통은 버리세요' 로운리맨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물을 마셨지만 물통은 버리지 않고 그대로 들고 골인했다. 

 

1시간 38분 32초.

 

 0-5킬로미터: 24분 23초
5-10킬로미터: 23분 42초
10-15킬로미터: 23분 21초
15-20킬로미터: 22분 40초
20-21.0975킬로미터: 4분 29초

 

 구간 기록을 보니 달리면 달릴수록 빨라졌다. 4월에 달린 하프 가운데 1시간 38분대에 들어간 것은 내 생애 단 세 차례 있었다. 세 차례 가운데 두 차례를 올해 4월 기록하였다.

 

 배번에 FINISHER 도장을 받고 봉투 한 꾸러미를 받았다. 완주메달, 간식, 추가 기념품(가방) 등이 들어 있었다. 운영 요원 한 분이 바나나를 몇 개 더 주셨는데 안면이 있어서 더 준다고 하였다.

 

 1시간 49분대를 노리겠다고 한 希洙형님은 목표를 달성하셨다. 로운리맨님의 후배는 생애 첫 하프를 2시간 이내에 완주했다고 했다. 아세탈님은 마지막 2킬로미터 정도를 뛰지 않고 중도 포기했다고 하였다. 너무 아까워서 다시 갔다 오시면 안 되나요라는 말까지 했지만 2시간 이내에 완주가 힘들어지자 전의를 상실했다고 하시니 더 드릴 말씀이 없었다.

 

 홍진영의 공연을 잠깐 보고 홈플러스 푸드카페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장을 보았다.

 

 

 

 

지난 해 춘천마라톤에서 선전한 결과 이번 하프에서는 좀 빨리 달려야 했다.

 

 

 

 

110 사이즈가 커서 105 사이즈로 바꾸어야 했다. 살이 빠져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완주 후 받아든 봉투.

 

 

이것저것 주는 게 많았다. 다양한 음료수에 빵류, 간이 쌕까지......

 

 

 

배번이 5209가 되었으면 어땠을까? 내 전화번호 뒷번호와 일치할 뻔 했다. 멀리서 보면 5209로 보이기도 했겠다.

 

 

 

 

완주 도장이 찍힌 배번.....

 

 

110 사이즈를 105 사이즈로 바꾸었다. 아식스는 무조건 105, 아디다스와 필라는 110이었는데 이제 필라도 105가 맞나 보다.

 

완주 지급품을 담당하는 요원이 안면이 있다고 바나나를 몇 개 더 주었다.

 

 

안티푸라민 홍보팀을 찾아 원반 돌리기를 했는데 늘 물티슈 걸리던 게 이번에는 스프레이 두 개가 걸렸다.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홍진영을 직접 보고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사랑의 밧데리, 엄지척.....

 

 

사람들이 말했다. 완전히 인형이네, 인형.

 

 

출발 전 서울시 의회에서 스트레칭을 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인왕산을 배경으로. 출발 전.....

 

 

 

출발선을 배경으로......

 

 

 

 

로운리맨님이 주신 물병을 그대로 들고 골인하는 장면이 찍혔다.

 

 

상의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

 

 

 

양화대교 위에서.... 사진사에게 손을 흔들며 찍어달라고 했다.

 

 

엄지척했다.

 

 

양화대교에서 내가 추월한 분보다 6분 빨리 들어왔으니 막판에 내가 스퍼트를 하긴 했나 보다.

 

 

 

올해 하프를 다섯 차례 달렸다. 풀코스 달린 바로 다음날 뛴 하프에서 1:45한 것 빼고는 나머지 모두 1시간 30분대에 진입했다.

이런 일은 생애 처음이다.

 

 

지지부진했던 스피드가 달리면 달릴수록 좋아졌다.

마지막 1.1킬로미터를 4분 40여초에 달렸던 지난 해 보다 막판 스퍼트가 십여 초 정도 빨라졌다.

 

 

 

 

홈플러스 푸드카페에서 라면 도시락을 먹었다. 5천원. 밥의 양이 너무 적었다.

 

 

찬거리 위주로 장을 보았다. 일부러 홈플러스 포인트카드를 챙겨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