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제15회 국제관광서울마라톤대회(2016/09/11)-FULL

HoonzK 2016. 9. 12. 21:19

 국제관광 마라톤, 그다지 좋은 추억이 없다. 4년 전 하프를 24.195킬로미터를 달리게 해서 중도 포기하게 만들었던 대회.

오늘은 풀코스.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벌에 쏘인 후유증이 만만치 않아서 몸에 열이 조금 있는 상태였다. 눈까지 따가웠다. 좀더 자고 싶은데 쓰린 눈을 감수하고 여의도 이벤트광장으로 갔다. 아직 7시가 되지 않았다. 대회 책자를 챙긴 뒤 왕복 1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화장실에 들렀다. 그래도 여유가 많았다. 졸리니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잠을 잘 수는 없었다. 그저 쉬고 있을 따름이었다.

 

 오늘 풀코스 달리기는 힘든데 어떡하지 하면서도 SUB-4의 꿈을 접지 않았다. 바로 앞에는 4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가 있었다. 3킬로미터 쯤 달리자 4시간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달리게 되었고, 4킬로미터를 넘어서면서 그 앞으로 나갔다. 이것은 실수였는지 모르겠다. 바깥술님, 영희님과 보조를 맞추어 달리는데 문제될 것은 없어 보였다. 8월에 비해 기온도 많이 떨어졌고 훈련량도 제법 있었으니 3시간 50분대는 무난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깥술님에게는 그늘 구간에서 자면서 달려야 겠다는 농담까지 했다. 눈이 쑤시듯이 아파오더니 눈에 백태가 낀 것처럼 앞을 바라보기 힘들어졌다. 혼탁한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면 이럴까? 눈이 빨갛게 충혈되었을 거였다. 이런 경험은 몇 번 있다. 그래도 달리면서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면서도 휴식하고 급수대에서 눈을 헹구면 나아졌던 기억을 되뇌이면서 달렸다. 다른 사람과 보조를 맞추다 보니 그런대로 10킬로미터 55분 50초가 나왔다. SUB-4 턱걸이할 때보다 50초쯤 빠르니 오버페이스 했다는 엄살도 피웠다. 12킬로미터 지점을 넘어서자 공원사랑마라톤 출발 장소가 나왔다. 여기 뭔가 없을까? 급수대가 있었다. 급수대가 기둥에 가려져 있어서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되돌아와 간식과 콜라를 먹는데 열댓명이 우루루 몰려왔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달리는 주자들이었다. 바로 뒤쪽에 있었던 것.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 이후 골인할 때까지 4시간 페메를 잡지 못하였다. 영희님이나 바깥술님으로부터도 조금씩 처졌다. 18킬로미터 지점에서 4시간 페이스메이커 풍선이 하늘로 날아갔는데 알고 보니 페메 한 분이 풍선을 끊어 버린 것이었다. 페메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지친 듯이 보였다. 이제 남은 4시간 페메는 한 분. 그 분을 따라가야 했는데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쉽지 않았다. 맞은 편에서 오며 반갑게 인사하는 Wan-sik님을 발견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더 힘을 내어야 해. 그렇게 속으로 외쳐 보지만 오버페이스도 무섭고, 몸 상태도 불편하니 지속적인 의욕상실에 시달렸다. 풀코스는 후반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법. 예상한다는 것은 너무나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예상하면서 대비하지 않을 수는 없고. 일단 달려보고..... 이런 말은 풀코스에서는 통하지 않는 듯. 


 내 몸놀림이 특별히 굼뜨거나 하지는 않았다. 4시간 페메에서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아주 쳐진 페이스를 보이는 것같지 않았다. 꾸준히 달리는 것. 그게 과제였다. 너무나 익숙한 도림천 산책로를 따라 달리고 또 달렸다. 도림천도 이제 슬슬 끝나가는 중이었다. 급수대를 지난 후 만나는 30.2킬로미터 지점의 표지판. 기록은 2시간 51분 초반이었다. 만약 30킬로미터 지점이 2시간 51분이었다면 큰 부담이 되었겠지만 30.2킬로미터였기 때문에 아직 SUB-4를 포기하기에는 일렀다. 32.2킬로미터 지점. 즉 10킬로미터가 남은 지점의 기록이 SUB-4 성취의 관건이었다. 도림천 구간이 끝나고 안양천 구간에 들어서면서 32.2킬로미터 표지판이 나왔다. 3시간 2분이 지나고 있었다. 58분의 여유가 생겼다. 56분 40초 페이스를 유지하면 SUB-4 아니던가? 그런데 문제는 남은 10킬로미터가 평소의 10킬로미터가 아니라는 데 있었다. 누적된 피로에 더워지는 날씨에 햇빛을 마주보고 달리는 구간, 어느 누구하고도 동반주하면서 힘을 얻을 수 없는 현실, 눈은 반쯤 감고 달려서 전방을 살피며 전의를 불태울 엄두도 못 낸다는 상황.

 이럴 때 방법은 없다. 그저 미련하게 발을 내디디는 수밖에. 나의 선택이 옳은 것이라 믿고. 앞에 달리는 4시간 페이스메이커는 나보다 먼저 출발했으니 그보다 늦게 들어가도 상관없다. 나는 내 식대로 맞게 SUB-4 페이스를 운용하고 있다고 믿는다. 34킬로미터쯤 달렸을까? 영희님과 바깥술님이 보였다. 내가 빨라진 것일까? 그들이 늦춘 것일까? 거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한강 구간이 시작되는 36킬로미터 지점에 들어서면 스퍼트하겠다고 초반에 떠들었던 것을 기억했다. 지금 보니 어림없는 소리였다. 한강 구간이 나왔다. 36킬로미터 지점을 넘어서면서 드디어 영희님, 바깥술님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바깥술님은 내게 스피드를 올리라고 했다.

 

-지금 이대로 가도 SUB-4가 가능한데요. 생각 좀 해 보고요.

 

 그러면서도 그들 앞으로 조금씩 나아갔다. 그리고는 달리고 싶지 않다는 유혹에 시달렸다. 어쩜 지난 5월 22일 가족의 달 마라톤과 이리도 닮았을까? 코스도 똑같은데다 점점 더워진다는 것. 다른 점이 있다면 몸 상태가 그때보다 더 나쁘다는 것. 내 생각을 일깨우는 소리. 그래도 그때와는 다르지. 지난 8월 네 차례나 풀코스를 완주한 사람인데. 그렇게 뛰어내고도 걷기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너는 그동안 헛수고를 한 거야. 분명히 이 페이스로 계속 달릴 수 있어. 일단 40킬로미터까지만 가자. 얼마 남지 않았어. 아하. 표지판을 이미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앞에서 나타났다.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사무친다. 힘들다. 아득히 멀다. SUB-4가 뭐길래? 몇 킬로미터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야. 끝내 마지막 급수대를 지났다. 콜라 두 잔 마시고 얼음물에 담겨 있는 생수 한 병을 들고 달렸다. 뜨거워진 눈가에 차가운 물병을 대고 견디었다. 네 시간 가까이 각막이 혼탁해진 것같은 증상은 뭘까? 41킬로미터를 달렸는데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왔다는 생각 때문일까? 그렇다면 5킬로미터쯤 남았다고 생각하자. 5킬로미터나 남았다고? 더 부담된다. 단체 팀 부스가 보였다. 정말 다 온 것이다. 건너편에서 오는 자전거와 부딪치지 않기 위해서 내가 달릴 방향을 알려주며 피해가라는 신호를 보내었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가 골인한다는 사회자의 멘트가 나오고 있었다. 백 미터 쯤 남았을까?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시계를 보았다. 어렴풋이 3시간 58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네 시간을 넘기지 않을 것같았다. 골인했다. 칩의 문제로 내 소중한 기록이 날아가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03:59:12.41

 

 아마도 SUB-4로 골인한 풀코스 가운데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29도까지 올라가는 날씨에 SUB-4를 한 일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기록이 더운 날씨에서 세운 개인 최고 기록일 수도 있었다. 완주메달과 간식을 주는 분이 오랜만에 오셨네요라고 하는데 누구인지를 알 수 없었다. 스트레칭을 짧게 하였다. 빈 벤치를 찾을 수 없어 물품을 쌌던 보관용 봉투에 앉았다. 축 늘어져 있었다. 여건만 된다면 길게 드러누워 몇 시간이고 자고 싶었다. 10여 분쯤 지났을까?

 

-이 더운 날씨에 풀코스를 다 뛴단 말이요?

 

 자전거를 탄 사람이 내게 물었다. 형체만 구분할 수 있게 된 눈으로 간신히 알아 볼 수 있었다. 希洙 형님이었다. 자전거 타기 행사장에 들렀다가 자전거를 빌려 이곳까지 응원하러 나왔다고 했다. 지친 나를 위하여 기록증까지 받아와 주셨다. 잠깐 숨을 더 돌린 후 옷을 갈아입고 CU편의점으로 갔다. 백종원의 한판도시락을 두 개 사서 즐거운 점심 시간을 가졌다.

 

 이 이후 돌아오는 행보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거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겨우겨우 움직였다. 지하철에서 눈을 감고 있으면 회복이 될까? 집에 와서 샤워한 후 쉬고 있어도 각막 혼탁은 호전되지 않았다. 잠이라도 한숨 자면 나을까 싶었지만 나아지는 게 없었다. 백내장, 실명. 혹시 내일 아침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면 어떡하지? 거울에 언뜻 보이는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혹시 눈병에 걸린 것일까?

 

 저녁에 약국에 다녀왔다. 생전 쓰지 않는 선글라스를 쓰고 이동했다. 약국에서는 피로 때문이라고 했다. 스트레스와 과로가 눈으로 올 경우 그런 일이 생긴다고 진단해 주었다. 안약만 넣으면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는데 항 염증성 효소제에 항산화제까지 처방해 주었다. 만 원이 넘었다. [이 약국은 감기약을 사도 항상 두 개 이상 주는 곳이라 피하는 곳인데 일요일이라 따로 열린 데가 없어 어쩔 수 없었다.] 집에 돌아와 약을 먹고 안약을 넣고 기다려 보아도 좋아지지는 않았다. 벌에 쏘인 후 몸이 열받고,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풀코스를 달리면서 몸에 과부하가 걸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열 때문이라고 하니 얼음으로 찜질하고 눈을 내내 감고 있었다. 다음날 자고 일어나도 세상이 희뿌옇게 보인다면 어떻게 산단 말인가? 저녁을 먹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바로 잠을 청했다. 새벽에 깨어 휴대폰을 열어 보았다. 휴대폰 글자가 번져서 보이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여전히 번져 보였다. 오래도록 누워 자고 또 잤다. 휴식만이 살 길이다. 아침에 눈을 살며시 뜨면서 앞이 맑아졌기를 바랬다. 다행히도 왼쪽 눈으로 들어오는 세상은 밝았다. 개안의 기쁨이 이럴까? 일단 왼쪽 눈의 충혈이 사라지면서 왼쪽 눈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오른쪽 눈은 여전히 쓰리고 아팠다. 글씨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정보를 얻는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신문은커녕 간단한 인터넷서핑도 하지 못하니......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이렇게 완주기를 올릴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왼쪽 눈은 거의 다 나았고 오른쪽 눈은 불편했지만 허옇게 먼지가 끼인 듯한 증상은 사라졌으니......]

 

※바깥술님은 3시간 59분 53초, 영희님은 3시간 59분 54초.... 대단한 SUB-4이다. 영희님은 여자부 3위로 울릉도승선상품권을 받기까지.

 

 

 

접수기간  : 2016년 6월 15일 ~ 8월 31일까지
신청방법 :

① 인터넷 접수 : 홈페이지(www.seoulmarathon.co.kr)

※ 접수는 인터넷 홈페이지 혹은 팩스로만 가능합니다.(전화 유선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 민원은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잦은 전화 및 통화가 길어질 경우 다른 접수자의
    민원을 처리하기가 어렵습니다.

종   목 :
종목 참가인원 출발시간 완주제한시간 참가대상
풀코스 200명 08:00 5시간 신체 건강한 남,녀
하프코스 200명 08:00 3시간
10km 400명 08:00 2시간
5km 200명 08:00 2시간

풀코스, 하프.10km.5km(전종목) 오전 07시30분 까지 집결
총참가자 인원 : 총 1,000명 (주최측의 사정에 따라 출발시각은 조정될 수 있습니다.)
참가기념품 :   바람막이
지 급 품 :   배번호, 완주메달, 기록증(현장배부/ 5km제외)
입금계좌 :
종목 참가비 기념품
풀코스 35,000원 티셔츠
하프코스 35,000원
10km 35,000원
5km 30,000원
종목 은행 계좌번호 예금주
전종목 농협 067-01-259172 (주)한국마라톤여행

은행 계좌로 입금바랍니다.
참가자 본인 명의로 입금해 주시기 바랍니다.(타인 명의로 입금시, 미입금 처리될 수 있습니다)
단체(2인 이상)는 단체명으로 입금해주십시오.
접수마감 후 종목변경을 할 수 없습니다.
제한인원이 초과될 경우 참가신청을 하실 수 없습니다.
납부 마감일까지 입금되지 않으면 참가신청 자동으로 취소됩니다.
순위결정 :

건타임으로 측정(단, 대한육상연맹에 등록된 선수는 시상에서 제외 / 건타임 측정시 기록증 순위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참가비 환불규정
   

주최측은 참가자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가 불가능한 경우에 아래와 같이 환불합니다.

1) 환불 신청기간 : 8월 31일까지

2) 환불요청은 신청 기간 중 게시판을 통해서만 접수 가능
   - 참가 취소시 본인 인적사항(성명, 연락처)과 참가자 명의 통장내역을 적어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3) 환불액 지급기간 : 대회종료후 1-2일 소요

4) 환불금액(제반 비용(10%) 을 제외한 나머지 환불)

5) 접수 마감 후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환불이 불가능 합니다. 단, 기념품은 지급합니다.

 

 

 

 

 

 

종목 순위 구분 시상내역
풀코스 1위 남/녀 상장,트로피, 울릉도여행상품권(승선권+숙박)
2위 남/녀 상장,트로피, 울릉도여행상품권(승선권+숙박)
3위 남/녀 상장,트로피, 울릉도여행상품권(승선권+숙박)
하프 1위 남/녀 상장,트로피, 울릉도여행상품권(승선권+숙박)
2위 남/녀 상장,트로피, 울릉도여행(승선권)
3위 남/녀 상장,트로피, 울릉도여행(승선권)
10km 1위 남/녀 상장,트로피,트레이닝복 & 운동화 (프로월드컵)
2위 남/녀 상장,트로피,트레이닝복 (프로월드컵)
3위 남/녀 상장,트로피,운동화(프로월드컵)
* 종목별 남/녀 15인 이하 시 시상없음(5km 시상제외)


 

 

 

 

 

 

 

 

 

 

 

 

이를 악물고 골인하고 있네. 그래도 카메라를 발견하고 V자를 날릴 준비를 한다.

 

오른쪽 눈은 거의 감겨 있다. 오른손에는 물병이 들려 있다.

양 무릎에는 테이핑이 붙어 있는데 전날 은근 슬쩍 통증이 있어서 그랬다.

 

일그러진 표정. 참 힘들었던 순간이 그대로 포착되었다.

 

 

 

 

 

약으로 버틴 이틀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