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공원사랑 마라톤(2016/08/07)-FULL

HoonzK 2016. 8. 23. 17:15

 출발할 때가 27도를 넘어가고 있으니 SUB-4는 아예 포기했다. 을지로입구역 김밥집은 일요일이라 닫혀 있어서 김밥을 사지 못했다. 허기진 상태에서 대회장에 도착했다. 6시가 살짝 넘은 시각. 도림천 산책로에는 이미 달리고 있는 주자들이 있었다. 이건 뭐지? 자체 출발인가? 날씨가 더우니 6시, 7시 두 차례 출발하는 방식을 채택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달릴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왔다갔다 했더니 주최측에서 사발면이라도 먹겠느냐고 물었다. 출발 30분도 남지 않았는데요? 다들 일찍 오셔서 드시고들 출발하셨어요. 그럼 그럴까요. 사발면을 먹었다. 그때 로운리맨님이 오셨다. 풀코스를 달려야 할 사람이 이러고 있습니다. 반갑게 인사하고 준비하시는 동안 사발면을 먹고 도림교 아래로 먼저 내려갔다. 음식물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속이 더부룩했다. 적어도 나흘 전에는 출발하기 전에 땀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이미 몸 전체가 땀으로 젖어들기 시작했다. 테이핑이 다리쪽에 잘 붙지 않아 땀을 닦아내면서 붙여야 했다. 혹시 몰라 바지 주머니 안에 테이핑 여분을 준비했다. 테이프가 땀으로 떨어지면서 너덜거리기 시작하면 달리기를 멈추고 새로 붙이리라 마음먹었다.


 로운리맨님은 점심 식사라도 하자고 하였다. 문제는 내가 너무 늦을 것같아 걱정이라고 하니 부담갖지 말고 달리셔도 된다고 하셨다. 자기 때문에 오버페이스하지는 말라는 말씀.


 출발부터 아주 굼뜨게 달렸다. 새벽에 수시로 깨어 올림픽 중계를 보았으니 수면 부족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 로운리맨님은 빠르게 치고 나가셨다. 나는 나흘 전 11분 20초 걸렸던 2킬로미터를 12분에 통과했다. 7939 주자분께서 인사하셨다. 오랜만에 나오셨네요. 네. 제가 자주 나오는 게 아니라서요. 하지만 나는 이 분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하겠다. 앞으로 외워야지. 5킬로미터 지점은 30분. 아주 6분 페이스로 달렸다. 건너편에서 용탁님, 바깥술님, 은기님, 영희님 등이 오고 계셨다. 이분들이 7시에 출발하셨다면 좋은 동반 주자가 될 수 있었는데...... 하나도 힘들지 않은 것처럼 파이팅을 외쳤다. 징검다리 건너서 몇 킬로미터 진행했을 때는 함께 출발한 주자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로운리맨님이 오셨다. 잘 달리고 계셨다. 격려를 주고 받고. 1차 반환점. 1시간을 훌쩍 넘겨 버렸다. 4시간 20분도 좋고 4시간 30분도 좋다는 마음으로 움직였다. 물이 나오면 물을 마시고, 콜라가 있으면 콜라를 마시고, 쵸코파이가 눈에 띠면 쵸코파이를 먹고.....


 18킬로미터 정도 달렸을 때 뙤약볕이 만만치 않았다. 쓰러져 죽지는 말자. 추운 날이라고 착각 좀 해 보자. 건너편 골인 지점이 보이는 곳. 이제 2킬로미터 남짓 가면 반환하겠지. 하프만 달리고 말자는 마음이 틀림없이 생길거야. 출발점으로 되돌아가면 오래 머물지는 말자. 간단하게 에너지 보충하고 2회전을 시작해야 해. 가차없이. 그나저나 로운리맨님이 안 보이시네. 지금쯤 오셔야 하는 페이스인데. 혹시 내가 놓친 것인가? 출발점으로 가니 로운리맨님이 계셨다. 오늘 하프만 달리기로 했다고 하셨다. 당초 계획했던 점심을 함께 하기는 힘들게 되었다. 2시간 8분이 넘어가고 있었으니 후반에 더 더워지고 지쳐서 늦을 것을 고려하면 네 골인 예상 기록은 4시간 20분에서 30분 언저리가 될 것이었다. 잘못했다가는 재작년처럼 4시간 59분대에 골인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거의 머무르지 않고 2회전을 나아갔다. 또 한번의 21.0975킬로미터를 달려낸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었지만 오늘은 무조건 풀코스를 달리기로 했으니 다른 것을 생각할 게 없었다. 아하. 그런데 이건 뭐지? 1회전 때보다 부담이 덜했다. 나보다 한 시간 먼저 출발한 주자들과 인사하고 나아갔다. 징검다리를 건너가다 보니 자전거 타고 오던 운영 요원 한 분이 아이스크림(뽕따)을 건네주셨다. 아주 꽁꽁 얼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꽁꽁 얼어 있었던 아이스크림도 손에 쥐고 몇 킬로미터를 달리고 나니 물컹물컹해졌다. 3차 반환점(31.6킬로미터쯤)에서 수박을 먹었다. 머리에 물을 부어줄까 하는 권유는 거절했다. 내 앞에서 달리시는 분은 급수대가 나올 때마다 머리를 적시고 계셨다. 나흘 전 걷는 것도 뛰는 것도 아닌 것처럼 되어 버린 스타일은 면했다. 더딘 페이스지만 꾸준히 달리고 있었다. 30도를 훌쩍 넘는 날씨에서 애당초 SUB-4에 대한 욕심을 버린 게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이었다.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은 35킬로미터를 넘기 전에 다 먹었다. 징검다리 건너고 급수대를 만나 콜라를 마시고 난 뒤 부터는 스피드를 올렸다. 스피드를 올린다는 일이 두렵기는 했지만 주저하지 않았다. 3킬로미터쯤 남았을 때는 사정없이 달려 버렸다. 4시간 30분 정도를 예상했던 내가 4시간 16분 09초에 골인했다. 2.5킬로미터쯤 남기고 내게 추월당한 분은 나보다 1분 37초 늦게 들어오셔서는 후반 스퍼트가 참 좋다고 칭찬해주셨다.


 하프를 1시간 57분대에 달렸을 때는 4시간 20분을 넘어가더니, 하프를 2시간 8분대에 달렸을 때는 4시간 16분에 들어오다니...... 나흘 전에는 완주 후 죽을 맛이었지만 오늘은 오히려 개운한 느낌이었다. 나흘 전 내 신발은 땀으로 질퍽질퍽했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전체 참가자 가운데 나는 5등이었다. 단 두 분만이 SUB-4를 하셨다. 1등 하신 분은 70대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단할 따름이다. 달리기를 마치고 도림교 위에서 여전히 달리고 계신 분에게 응원을 보내었는데 어찌나 힘드신지 고개를 전혀 들지 않으시고 손만 살짝 들었다 내린 후 꾸준히 달렸다. 홈플러스 신도림점에 들어가 덤핑 행사중인 초밥 12개와 우유를 사서 나왔다. 지하철 타기 전에 재빨리 먹었다. 이제 3주 가까이 마라톤 대회에는 출전할 수 없다. 지방 생활을 버티어야지.




115번째 풀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