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당일 마라톤 출발은 정오였다.
새벽이었다면 나가지 못했을 마라톤 대회를 12시에 하니 잠을 설치지 않고 여유있게 아침까지 먹고 나갔다.
부담은 없었다. 풀코스가 아닌 하프였으니. 같은 돈을 내고 하프만 달리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하프 마라톤을 달리는 도중에 인터벌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게 부담이라면 부담이었다.
용구님, 한구님, 준한님 등과 함께 출발했다. 이 분들은 추석 연휴 5연풀에 도전중이었다.
Wan-sik님과 바깥술님은 이미 달리는 중이라고 했다.
하프 출전은 단 두 명. 다들 풀코스를 달리는데 반칙이라도 저지르는 기분이었다.
꼴찌를 해도 2등, 한 명만 제치면 1등......
한구님과 보조를 맞추어 달렸다. 하프이니 빨리 나가라고 하셨지만 처음부터 발동 걸 생각은 없다고 내 의사를 밝혔다.
뒤에서 바람 소리가 나더니 앞으로 치고 나가는 분이 있었다. 전날 3시간 20분대에 완주했다는 특전사님이었다.
2킬로미터 지점에서 시간을 체크했더니 11분 40초나 걸렸다. 이래서는 2시간 이내 완주가 어렵지만 강박 관념을 갖지는 않았다. 어차피 몸이 풀리면 자연스럽게 빨라질 것이고, 후반에 인터벌 훈련하는 구간이 있으니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변수가 있긴 있었다. 덥다는 게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오늘도 29도 전후까지 오른다는데 긴장을 해 두는 게 현명했다. 하프 주자 한 사람이 내 앞으로 나아갔다. 특전사님, 다른 하프 주자, 나..... 이런 순으로 달리고 있었다.
땀이 조금씩 났다. 5킬로미터 지점은 왜 이렇게 안 나오나 하는데 5킬로미터 지점이 나왔다. 기둥에 아예 5킬로미터 지점이라고 스티커를 붙여 놓아 페이스를 체크하기 좋았다. 7.5킬로미터 지점과 10킬로미터 지점에도 스티커가 붙어 있으니 앞으로 공원사랑마라톤에서 시간 체크는 용이해졌다. 5킬로미터는 28분 20초가 걸렸다. 정확히 SUB-4(나는 하프이니 SUB-2)를 유지하게 되었다. 이전의 142번의 하프와 마찬가지로 2시간 이내 완주를 하겠다는 생각을 줄곧 하였다. 크게 앞서지는 못했지만 이미 하프 선두 주자로 나섰다. (10미터 정도 차이로 1등을 유지하는 중) 의외로 특전사님이 나와 차이가 별로 없었다. SUB-4 페이스로 가는 나와 비슷하다면 이상한 일이었다. 10킬로미터 55분 40초. 10.55킬로미터. 반환하면서 특전사님을 제쳤다. 특전사님은 몸이 좋지 않다고 했다. 12시 정각에 출발한 주자 가운데에서는 내가 선두로 나섰다. 특별히 빠른 것도 없는데.... 59분 정도 걸려 반환했다. 10킬로미터 남았을 때 1시간 1분 30초 정도가 지났다.
특별히 애로사항이라도? 산책로에 너무 많은 가족들이 나와 이 음식 저 음식 먹고 있다는 것. 수많은 남자들이 담배를 피워서 달리기에 지장을 준다는 것. 도림천을 따라 달리면서 담배 냄새를 가장 많이 맡은 대회인 것같다. 담배 피는 사람이 있으면 숨을 멈추고 달려서 그 자리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7킬로미터가 남지 않는다. 6킬로미터가 남기 전에 급수대를 만난다. 콜라 한 잔 마시고. 이제 계획하고 있던 훈련을 시작한다. 1분 빨리 달리기 8번. 사이 사이에 1분 회복 조깅이 들어 있다. 이미 스피드가 올라붙은 상황에서 더 스피드를 끌어올렸다. 하프 가운데 전력 질주 여덟 차례. 쉽지 않았지만 꾸준히 하였다. 회복 조깅을 하는 1분은 금방 지나가 버리는데 빨리 달리기를 하는 1분은 그렇게 길 수가 없었다. 건너편에서 오는 바깥술님은 나더러 2회전해서 풀코스를 달리라고 했지만 손사래를 쳤다. 2킬로미터 정도 남았을 무렵 1분 빨리 달리기 8회는 끝났다. 스피드를 그대로 올려서 골인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다. 인터벌 훈련 덕분에 끝의 10킬로미터는 51분에 주파하였다.
1:52:29
지난 6월 이곳에서 달렸던 1시간 44분대에 비하면 매우 느렸고, 풀코스를 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피로 회복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
더울 때 달리다 보니 땀은 많이 흘렸다. 반환점까지 비슷한 페이스로 갔던 하프 주자는 더워서 페이스를 유지할 수 없었다고 했다.
나보다 11분 늦게 골인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풀코스 달리는 주자를 기다려 보는 것도 의미있었다.
바깥술님은 4시간 20분대로 골인하려고 했는데 몸이 잘 나가 SUB-4를 했다고 했다. 내게 선글라스를 맡기고 2회전하러 갔던 특전사님은 후반을 전반보다 10분이나 빨리 달리는 기염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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