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수요마라톤대회(2016/08/24)-FULL

HoonzK 2016. 8. 25. 13:53

 대회에 나가지 않는 게 나았을지 모른다. 열대야 때문에 잠을 거의 못 자는 상황 탓만은 아니었다.

 

 열흘간의 객지생활로 피로 누적, 운동 부족에 따른 체중 증가, 수면 부족과 더운 날씨. 거기에 전날 지인과 고기 회식.

 

 8월에 풀코스 네 번을 달리겠다는 무리한 계획을 세웠고, 이미 두 차례를 달렸는데 돌아오는 일요일 영동포도마라톤 풀코스가 있으니 8월 24일과 31일 수요일 가운데 한번을 선택해서 달려야 8월의 풀코스 4회 완주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어쨌든 훈련한다고 생각하자. 내 목표는 SUB-4 100회인데 요즘같은 날씨에 SUB-4하기는 어려우니 풀코스를 달려서 하는 훈련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이미 6시에 출발하신 분들이 있었다. 대중교통으로 일찍 오기 힘든 사람들 몇 명만이 7시에 출발했다. 정확히는 7시 5분.
용구님과 보조를 맞추며 달렸다. km당 6분 페이스. 용구님은 요즘 마라톤 달리는 데 흥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수토일, 수토일 무조건 풀코스 달리시는 이 패턴이 지겨워지신 듯. 그래도 1천 회를 목표를 하시면 좀 낫지 않겠느냐고 말씀드렸다. 이 분이 750회인지 850회인지 잘 모르겠지만.

 

 2킬로미터 지점에서 시간 체크. 12분 10초 정도가 걸렸다. 하지만 5킬로미터는 30분에 통과했으니 정확히 6분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달릴 때 보니 보름 여 전과 공기가 현저하게 달라져 있음을 느꼈다. 선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8월 하순으로 들어서니 결국 기온은 떨어지는구나. (하지만 그것도 한 시간 남짓의 혜택이다.)

 

 조심하고 조심했다. 그동안 훈련이 부족했으니 후반에 반드시 댓가를 치르리라. 훈련을 별로 하지 않고 잘 달리는 경우는 결코 없다. 요행을 바래서는 안 된다. 적어도 풀코스에서는.

 
 후반의 고통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처음부터 속도를 늦추고 또 늦추는 것이다. 신대방역 부근의 징검다리를 건너기도 전에 용석님, 윤동님, 은기님, Wan-sik님, 준한님 등이 오고 있었다. 손을 흔들어 드리고 일정한 페이스로 달렸다. 달리다 보면 담배 냄새가 페이스를 여지없이 망가뜨렸다.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는 곳인데 보행로에서 버젓이 담배피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미리 눈치챌 수 있다면 숨을 멈추고 달리는데 마라톤 레이스를 하는 사람이 숨을 멈추고 달린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10킬로미터 지점을 59분 후반대에 통과했다. 잘 가고 있는 것이다. 함께 보조를 맞추던 용구님이 뒤로 살짝 밀렸다. 내 앞에서 달리던 분은 반환점을 10미터 쯤 앞에 두고 그냥 몸을 돌렸다. 전자 패드가 있었다면 이 분이 이랬을까? 누가 뭐라고 하지 않지만 나는 반환점까지 가서 콘을 돌았다. 쵸코파이 한 조각과 콜라 한 잔. 생수 한 잔. 생수에서 냄새가 많이 났다. 무색 무취가 아니라니 무슨 물일까? 시원하게 한다고 이 얼음 저 얼음 마구 집어 넣어서 그런 것일까? 될 수 있는대로 물을 마시지 않게 되었다. 이왕이면 콜라를 마셨다. 펩시콜라 일색. 주로에서 코카콜라를 보기 힘든 것이 상대적으로 비싸서 그런 것은 아닐까? 17킬로미터 쯤 달리고 나서 만나는 뙤약볕 구간. 공기가 사뭇 달라져 있었다. 초반에 잠깐 느꼈던 가을 분위기가 한여름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다. 천천히 조심해서 달린 결과 1회전 하고 나서 기권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8월 7일 완주 때보다 몇 분쯤 빨리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하프야 아무리 더워도 견디어내기 어렵지 않지만 풀코스는 30킬로미터를 넘고, 35킬로미터를 넘기면서 지옥같은 레이스로 바뀌는 일이 한 두번이 아니지 않는가? 철저히 외롭게 달리니 더 힘들었다. 누군가와 페이스를 맞출 수도 없었다. 가끔 건너편에서 오는 주자와 인사하고 자전거 조심하고 담배 냄새 애써 피하고, 공사 구간 잘 우회하고, 흠뻑 젖은 버프 벗었다 다시 쓰고...... 그렇게 달리고 있었다. 8월에 풀코스를 달린 것은 2012년부터. 하지만 지난 해까지는 8월에 단 한번씩밖에 달리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벌써 세 번째 달리고 있다. 나흘 후 영동에서 다시 풀코스인데 이건 무리 아닐까? 그러니까 조심해야 해.

 

 힘들 때 하면 도움이 되는 생각은 요즘 단 하나다. 살빼러 나왔다고 생각해.

 

 웃도리가 젖고 바지가 젖고 다리를 타고 흘러내린 땀으로 양말이 젖고 신발까지 젖어 들어가고 있었다.
달리다 보면 결국 30킬로미터가 넘고 35킬로미터가 넘는다. 31킬로미터쯤에서 소변을 보았다.


눈이 잘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았다. 불투명한 유리가 앞에 있는 것같았다. 눈이 따가웠다. 잠이 부족하니 피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36킬로미터쯤에서 속도를 올려보았는데 그건 실수였다. 꾸준히 운동을 했다면 속도를 내는 것이 부담이 없었겠지만 최근 들어 운동을 못했으니 자기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39킬로미터, 40킬로미터를 넘으면 이제 다 왔다는 생각으로 질주해야 했지만 오히려 질주할 수 없게 되었다. 아주 피곤해 죽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오만가지 인상을 다 쓰고 견디고 또 견디었다. 전날 저녁 섭취한 고기 때문에 몸이 무거워졌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결코 걷지 않았다. 조금 굼뜬 몸짓으로 달렸다. 안양천을 보면서 우회전하고 났으면 41킬로미터를 넘었다는 것인데 다 왔다는 생각보다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만 계속 들었다. 골인 지점은 왜, 늘, 한사코, 자꾸만 뒤로 물러서는 것인가?

 

 04:14:09

 

 먼저 달린 사람과 통틀어 순위를 매기니 5위였다. 오늘도 70대의 용석님이 1등을 했다.

 

 몸 상태는 더 나쁘고 훈련도 부족했는데 17일 전보다 2분 빨랐다. 공원사랑 마라톤은 8월 기록은 달릴 때마다 깨어진다. 4시간 35분, 4시간 20분, 4시간 16분, 4시간 14분.....

 

 달리고 난 후 지독한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일단 앉아서 10분 이상을 보내었다.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짐이 보관된 마라톤TV 사무실까지 가는 일도 쉽지 않았다. 옷 갈아입는 것도 한참 걸렸다. 피곤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어지럽기까지 했다. 이 몸을 어떻게 회복한담?

 

 

 

 

 


 





지난번 이름이 잘못 나온 기록증을 새로 발급받았다.



116번째 풀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