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2016 머니투데이방송 3.1절 마라톤대회(2016/03/01)-31KM ← FULL

HoonzK 2016. 3. 4. 16:17

 107번째 풀코스, 완주하지 못했다. 다음번이 107번째가 되겠다.


 새벽에 일어나 아무 통증이 없길 바랬지만 오금쪽으로 경미한 통증이 남아 있었다. 그냥 쉴까 하다가 대회장으로 갔다. 사실 다리보다는 잠을 제대로 못 잔 것이 더 걱정되었다. 지난 2월 14일 풀코스 완주하기 직전의 상태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기 때문에 풀코스를 달리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였다. 다만 보름 이상 통증에 시달리면서 운동량이 현저하게 준 게 문제였다. 일주일 객지 생활한 것도 영향이 있었다. 아무래도 체중이 불어났을 것이다.


 정확히 1년 전 울산마라톤을 완주했던 기억이 찾아왔다. 허수아비님은 하프에 참가하여 이미 역주하고 계실 것이었다. 3월이 되었지만 아직 쌀쌀한 날씨였다. 지난 겨울 마라톤 완주할 때와 다름없는 복장으로 차려 입었다. 긴팔 티셔츠 두 장에 츄리닝 바지. 출발이 5분 지연되어 기다리고 있는데 바깥술님이 아는 체 했다. 오늘 걱정이라고 했더니 웬 엄살이냐고 받았다. 잘 뛰시잖아요? 부상이 낫지 않은 것같아요. 따라갈 수 있는 데까지 따라가 보고요.


 풀코스를 많이 참가하다 보면 달라지는 점이 출발 직전에도 별로 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출발 총성이 울리고 난 뒤 무감하게 달려 나갔다. 첫 1킬로미터 페이스가 6분이 걸리지 않았다. 주로가 혼잡해서 스피드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정도면 괜찮은 것이었다. 3킬로미터 17분 통과. SUB-4는 무난했다. 뒤에서 219님이 나오면서 인사를 건네었다. 머리숱이 풍성하고 늘 휘문 옷을 입고 뛰셔서 알게 된 분이었다. 그 분도 내가 늘 버프를 쓰고 뛰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하였다. 219님과 1차 반환할 때까지 함께 달렸다. 이 분은 늘 4시간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달리다 후반에 조금 속도를 올리는 스타일이라 나와 잘 맞았다. 5킬로미터는 27분 30초, 10킬로미터를 55분 40초에 통과하여 여유가 생겼다. 암사대교 방향으로 달리면 3단 오르막을 이겨내야 하지만 1분 정도의 여유가 있으니 편안해졌다. 30킬로미터 부문의 2시간 50분 페메 그룹과 풀코스 4시간 페메 그룹이 내 뒤쪽에 있으니 이 페이스만 유지하면 풀코스 완주는 무리없어 보였다.


 왜 하프 선두 주자는 오질 않죠? 219님이 답했다. 하프와 10킬로미터는 양재천쪽으로 바로 갔어요. 30킬로미터 참가자와 풀코스 참가자가 하프로 코스 변경해서 달리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12킬로미터 가기 전에 1차 반환했다. 바깥술님은 빨리 오세요라고 외치며 지나갔다. 나중에 힘 좀 낼게요. 그렇게 말했지만 고덕수문교를 지나면서 내 다리에 이상이 생겼다. 오른쪽 다리가 끌리고 있었다. 왼쪽 다리에 끌려가는 모양새였다. 아무리 봐도 6분이 넘는 페이스로 달리고 있었다. 5분 20초, 30초까지 끌어올렸던 페이스가 무너지고 있었다. 무언가 다리에 달려 있는 느낌으로 나아갔다. 오늘 하프를 달렸어야 했는가. 하프로 전환했다가 참가 신청 접수 마감 하루를 앞두고 다시 풀코스로 바꾸었는데. 몇 천원만 더 내면 풀코스를 달릴 수 있다는 욕심 탓이다.


 싸늘한 바람이 살갗을 에이는 느낌이었다. 귓가에 고드름이 맺히고 있었다. 아직은 영하의 날씨. 20킬로미터 지점 통과. 1시간 57분이 걸렸다. 10킬로미터에서 20킬로미터까지 1시간을 넘긴 것이었다. 포기하고 걸어가는 사람이 보였다. 21킬로미터를 넘은 후에야 나오는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꺽는 길. 거기서 바로 골인 지점으로 들어가도 22킬로미터 이상을 달린 것이니 운동은 꽤 한 것이었다. 꼭 완주기록증이 있어야 하고 완주메달이 있어야 하는가? 그건 아니잖아. 그런데 걸어가는 사람의 뒷 모습을 보면서 내가 한 일은...... 그냥 양재천쪽으로 달려 나간 것이었다. 그동안 운동이 부족했으니 LSD로 풀코스를 달리거나,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30킬로미터 종목으로 전환해서 완주하거나 해야지. 건너편에서 하프 주자들이 우루루 달려 오고 있었고, 개중에는 30킬로미터 종목의 선두권 주자들이 섞여 있었다. 상기님도 보였다. 보면서 외쳤다. 저는 부상이예요. 부상.


 다 잊고 달리고 싶어도 그게 그렇지 않았다. 걸을까 하고 발걸음을 멈추었지만 반사적으로 뜀박질로 바뀌었다. 나도 모르게 달리고 있었다. 지지부진한 속도로 나아가고 있지만 달리고 있었다. 달리다 보면 지인들을 찾느라 분주한 것이 어느새 습관이 되어 버렸는데 특전사님, 헬스지노님 등은 찾았지만 ㅅ민님은 보이지 않았다. 붉은색 계열의 머리띠로 호리호리한 체형의 주자만 보면 그 분인가 해서 눈을 크게 떴지만 번번이 다른 사람이었다. 오늘 풀코스를 달리시지 않았나 보다. (나중에 블로그를 통하여 하프를 뛰신 걸 알았다)


 누군가 외쳤다. 이제 19킬로미터 남았네. 23킬로미터 달렸다는 뜻. 그 분과 대화하면서 풀코스 완주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 오늘 고집부릴 필요 있는가. 19일 후 있을 동마에 초점을 맞추어야지. 맞는 말. 30킬로미터를 달리기로 하였다. 하지만 30킬로미터 종목이라고 하더라도 아직 반환도 못했는 걸. 4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에게 따라잡혔다. 건너편에서 5로 시작하는 배번 주자들을 찾았다. 선두 그룹에서 드문드문 보였다. 느리게 달리는데 5**** 배번을 단 주자들도 눈에 띠었는데 그 사람들이 바로 코스를 변경한 주자였다.


 26킬로미터 지점. 드디어 반환했다. 통제 요원이 나에게 반환하지 말고 계속 진행하라고 했다. 코스 변경합니다. 그렇게 외치고 몸을 돌렸다. 그 이후 10분 정도는 지금이라도 다시 풀코스 2차 반환점을 향하여 되돌아갈까 하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그러나 충동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는 법. 좀더 합리적이 되어야 해. 2016년은 정말 힘들구나. 3월이 되어도 일은 풀리지 않고, 부상은 낫질 않고....... 마음을 다쳐서 몸도 다치는가. 남은 거리 4킬로미터. 4킬로미터라고? 26킬로미터에서 반환하고 1킬로미터쯤 달렸는데 남은 거리가 4킬로미터라고? 결국 30킬로미터 종목은 31킬로미터였다. (주최측은 나중에야 이 사실을 밝혔다)

 


 

======================================================================================================

작성자사무국작성일2016/03/02파일
제목31km 코스에 관하여
 
 

안녕하십니까?

2016 머니투데이방송 3.1절 마라톤대회에 참여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본 대회 코스 실측 후 30km종목의 2차 반환점이 10km 반환점과 차이가 발생하여 혼돈이 없도록 31km로 정확하게 측정하였습니다

미리 참가자 여러분께 공지를 하여 드리지 못한 점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참자가 여러분들의 이해와 양해를 부탁을 드리며 앞으로는 대회 전 변경된 사항을 미리 공지하여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남은 4킬로미터를 달려야 짐을 찾을 수 있으니 부지런히 가야 했다. 왜 조깅을 하고 있어? 이 말은 다른 주자가 다른 주자에게 한 말이었지만 꼭 내게 던지는 말같이 들렸다. 야금야금 땅따먹기 하듯이 달렸다. 20킬로미터부터 30킬로미터까지는 70분이나 걸렸다. 거기에 덤으로 1킬로미터를 더 달려야 한다는 것. 마지막 해결해야 할 숙제. 3시간 20분 페메가 나를 제쳤다. 그 양반 따라가 보려고 어지간히 애썼더니 골인 지점이 앞에 있었다. 풀코스 입상자를 체크하는 운영요원이 내 번호를 보고 기록한 뒤 입상 표찰을 주려고 하였다. 두 손으로 X자 표시를 하여 코스 변경자임을 알렸다. 현장 기록증을 발급받았다. 31킬로미터를 달렸음에도 기록증에는 풀코스로 기록되어 있었다. 다리는 피로하다는 느낌말고는 다른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걷는 데 별로 어려움이 없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 어색한 동작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기록은 03:18:48.68

아무리 30킬로미터가 아니라 31킬로미터라고 하더라도 너무 늦었네.

춘천마라톤에서 풀코스 최고 기록 세울 때 30킬로미터 기록이 2시간 33분이었으니......

7, 8년 전에는 풀코스를 앞두고 연습삼아 30킬로미터를 달리긴 했지만 풀코스 횟수가 늘어나면서 30킬로미터 종목은 나와는 상관이 없어 보였다. 영원히. 이렇게 30킬로미터 종목에 출전하게 되리라곤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