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우승자로 3연패를 노리던 쿠갓이 3분 정도 늦어져 2위로 밀려났고, 마스터즈 2연패한 우승자의 기록도 6분 가량 늦어졌다.
지인들 가운데 기록이 더 좋아진 사람은 없었다. 적게는 10분, 많게는 1시간 이상 늦어진 주자들도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나 역시 힘든 레이스를 펼쳤지만 후반부에는 역주했고, 35킬로미터 지점에서는 샤워 터널을 지나면서 지난 10년간의 추억을 되새겼다.
10년 연속 풀코스 완주에 성공하여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게 되었다.
=========================================
이렇게 마라톤 후기를 적어낼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순 없다.
다시 쓰자.
=========================================
최악이었다.
춘천마라톤에서 가을의 전설을 쓴다고?
올해는 아니었다.
앞으로 내가 할 일은?
첫째, 살을 빼야 한다는 것.
둘째, 열심히 감량해야 한다는 것.
셋째, 치열하게 지방을 덜어내어야 한다는 것.
이번 춘천마라톤에서는 5연타를 맞았다.
비만, 수면 부족, 더위, 오버페이스, 화장실.
다른 이들은 더위에 주로 애를 먹었지만 내 경우는 악재가 겹쳤다.
가장 나쁜 기록이었던 2008년 3시간 48분 15초보다 늦어졌다.
춘마 10회를 채워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해에 이런 꼴을 당하다니.
공지천 출발로 바뀐 이후 5년 내리 3시간 30분대를 유지하던 춘마의 기록은 곤두박질쳤다.
용왕산의 친한 형님은 지난 해보다 1시간 9분이 늦고, 바깥술님은 지난 해보다 38분이 늦어졌다. 특전사님도 12분 늦어졌다. 엘리트 우승자의 기록이 2분 늦어졌고, 마스터즈 우승자의 기록은 6분 늦어졌다. 달리기 조건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출발할 때 이미 12도를 넘었고 습도가 77%에 달했으니. 그렇다 하더라도 용서할 수 없다. 훈련을 아무리 많이 하면 뭐하는가? 밤늦게 이것저것 주섬주섬 먹어대기 바쁜데. 콜라만 하여도 올가을 가장 많이 마셨을 것이다. 춘마 직전인데도 불구하고 옆구리가 한움큼 잡히는 일은 처음이었다.
올해 B그룹에 들어간 것도 잘못이었다. B그룹에 들었다고 하더라도 C그룹과 함께 출발했으면 좀더 견딜만 했을까? 그렇지도 않았다. 지난 해와 비교해 보았을 때 페이스가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다. 출발할 때부터 피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간밤엔 좀 추웠나 보다. 1시간마다 깨어 소변을 보았다. 자정, 새벽 1시, 2시, 3시. 그리고 4시에는 아예 몸을 일으켜야 했다.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춘천행 ITX 열차에서 1시간 남짓이라도 깊이 잠들어 있기를 바랬지만 앞좌석에 앉은 사람이 등받이를 젖혀 잠을 깨우고, 입석 승객들이 몸을 건드리는 바람에 수시로 잠을 깨어야만 했다. 통로 좌석의 비애였다. 지난 10년간 가장 피곤한 상태로 대회장에 도착하였다. 화장실도 문제였다. 지난 해까지 2년 동안 근화동 주민센터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잠기어 있었다. 화장실 이용이 힘들 수밖에 없었다. 다급한 느낌에 개운한 느낌도 없었다.
B그룹이 되어 좋았던 것은 5킬로미터 급수대가 붐비지 않았다는 것뿐이었다. 빨리 달리는 사람들과 함께 달리면 나도 모르게 숨겨져 있던 능력이 폭발할 줄 알았다. 그러나 5킬로미터 26분 중반 페이스에서 더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 해의 25분대 페이스보다 1분 늦게 달리는데도 오버페이스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지난 주 하프를 1시간 42분 04초에 달렸으니 3시간 30분대 주자가 되는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하프 지점을 1시간 54분대에 통과하고 말았다. 일주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살이 빠지지 않았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 나머지 마지막 1주일을 남기고 휴식에 집중하기 보다는 더 달리면서 여전히 운동량을 줄이지 않았기 때문일까? 춘마에서 이렇게 늦은 일이 있었는가? 30킬로미터 기록은 2시간 45분 08초. 춘마에서 30킬로미터 기록은 늘 2시간 35분 전후였는데. 무려 10분이 늦어졌으니 얼마나 애를 먹으며 달리고 있었는지 알만 하였다. 지난 해 가장 늦게 달렸던 25킬로미터~30킬로미터 구간 기록이 그래도 27분 06초였는데 올해는 29분 40초까지 곤두박질쳤다. 14킬로미터 지점에서 C그룹 3시간 40분 페메에게 따라잡히고, 25킬로미터 지점에서는 D그룹 3시간 40분 페메에게도 따라잡혔다. 이 지점에서는 장딴지에 쥐가 날 기미까지 있었다. 99번째 풀코스를 달리는 사람도 몸이 좋지 않으면 피할 수 없는 일인가 보다. 춘천댐을 지나서는 풍선을 잃어버린 E그룹 3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에도 추월당하였다. 끝없이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이래서는 안되는 거야. 정말 안되는 거야. 점점 느려지는 데도 불구하고 속도를 내기 보다는 후반을 위하여 힘을 비축해 두어야 했다.
16킬로미터 지점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바깥술님이었다.
-왜 이렇게 늦게 달려요?
- B그룹에 들어오면서 초반에 오버페이스한 것같아요. 지금은 페이스 조절하고 있어요.
-후반에 잘 달리시니 나중에 역전하세요.
-후반을 위하여 힘을 아끼고는 있는데 아예 더 쳐질 수도 있어요.
바깥술님은 22킬로미터 지점에서 제칠 수 있었는데 내가 잘 달린 덕분이 아니라 그 분이 배가 아팠기 때문이었다.
70일간 힘든 훈련을 소화할 때면 늘 춘마를 떠올렸다. 춘마를 달리면서 훈련 부족을 절감하며 수모를 당할래? 그럴 순 없지. 악착같이 달렸다. 사실 그렇게 훈련하고 나면 춘마를 달릴 때에는 그동안 힘들었던 훈련을 떠올리며 충분히 훈련했기에 나는 잘 달릴 수 있다고 암시하게 되는 법. 하지만 2015 춘마는 그런 게 없었다. 30킬로미터 지점에서 벌레가 왼쪽 눈으로 들어가 아주 애를 먹었다. 달리다 발걸음을 멈추고 정차된 차의 백미러를 보고 벌레의 사체 처리까지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야 했다.
30킬로미터부터 35킬로미터까지는 27분 38초에 달렸다. 하지만 35킬로미터 지점부터 40킬로미터 지점까지는 25분 35초로 달렸다. 가장 늦게 달린 25~30킬로미터 지점과 비교한다면 4분이나 빠른 기록이었다. 숱한 마스터즈 주자들을 뒤로 보내었다. E그룹 3시간 40분 페메를 다시 따라잡아 제쳤다. 그냥 마음편하게 SUB-4만 하자는 생각도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3시간 40분대는 지키고 싶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3시간 50분을 넘기면 안된다. 소양2교를 건널 때 만난 39킬로미터 지점에서는 헬스지노님을 제쳤다. 40킬로미터 지점부터는 사정없이 달렸다. 제치고 또 제쳤다.
춘천역을 지나면서 1킬로미터 남았다. 그저 아득하기만 한 거리였지만 분명히 골인 아치는 가까워지고 있었다. 내가 가까이 갈 때마다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는 것같은 골인 아치였다.
마침내 골인하였다.
3시간 48분 48초.
역대 가장 비싼 신발을 신고 기록은........
그나마 30킬로미터 이후 마지막 12.195킬로미터를 1시간 3분대에 달린 것은 고무적이었다.
2013년 10월 둘째주 경주국제마라톤 4시간 7분 41초/ 2015년 10월 둘째주 경주국제마라톤 3시간 57분 12초
2013년 10월 셋째주 서울달리기 하프 1시간 42분 27초/ 2015년 10월 셋째주 서울달리기 하프 1시간 42분 04초
잘 나가던 패턴이 무너졌다.
2013년 10월 넷째주 춘천마라톤 3시간 35분 01초(최고 기록 경신)/ 2015년 10월 넷째주 춘천마라톤 3시간 48분 48초(춘마 최저 기록)
생애 100번째 풀코스인 2015년 11월 8일 제주감귤국제마라톤이 기다리는데 쓸쓸하게 달리기에 나서게 생겼네.
제주도에 가서 그냥 구경만 하고 올까? 하필이면 제주감귤국제마라톤이 100회가 되었을까?
춘마를 마치고 월요일 화요일 연속 달렸다. 밤 늦게는 먹지 않았다. 배가 고파도 그냥 잤다.
햄스트링 부상까지 있는 것같다. 암울한 10월말이다.
8/18(화) 14킬로미터 러닝(빠른 속도 200미터 14회, 그 사이 200미터 회복조깅)
8/19(수) 휴식
8/20(목) 6킬로미터 러닝
8/21(금) 16킬로미터 러닝(3킬로미터 스피드 훈련 포함)
8/22(토) 휴식
8/23(일) 26킬로미터 LSD
8/24(월) 10킬로미터 러닝
8/25(화) 14킬로미터 러닝(중간 빠르기 1.5킬로미터 6회, 그 사이 400미터 회복조깅)
8/26(수) 휴식
8/27(목) 14킬로미터 러닝(100미터 스트라이즈 10회 포함)
8/28(금) 15킬로미터 러닝
8/29(토) 휴식
8/30(일) 10킬로미터 러닝
8/31(월) 15킬로미터 러닝(빠른 속도 400미터 16회, 그 사이 220미터 회복조깅)
9/1(화) 줄넘기 3333회
9/2(수)16킬로미터 러닝(중간 속도 10분 달리기 3회 포함)
9/3(목) 11킬로미터 러닝
9/4(금) 휴식
9/5(토) 하프대회 출전 완주
9.6(일) 16킬로미터 LSD
9/7(월) 산악러닝 90분
9/8(화) 14킬로미터 러닝(중간 속도 3킬로미터 3회, 그 사이 400미터 회복조깅)
9/9(수) 40분 산행, 40분 산악러닝
9/10(목) 17킬로미터(5킬로미터 스피드훈련 포함)
9/11(금) 휴식
9/12(토) 하프대회 출전 완주
9/13(일) 불가피하게 휴식
9/14(월) 90분 러닝(30분 중간 속도 포함)
9/15(화) 14킬로미터 러닝(빠른 속도 800미터 8회, 그 사이 200미터 회복 조깅)
9/16(수) 40분 산행 30분 산악러닝
9/17(목) 16킬로미터 러닝(중간 속도 1분 달리기 8회, 그 사이 1분 회복 조깅)
9/18(금) 10킬로미터 러닝(중간속도 3킬로미터, 빠른 속도 400미터 4회 포함)
9/19(토) 휴식
9/20(일) 가평자라섬 국제마라톤 풀코스 대회 출전 완주
9/21(월) 90분 러닝
9/22(화) 15킬로미터 러닝(빠른 속도 200미터 18회, 그 사이 200미터 회복 조깅)
9/23(수) 80분 산악러닝
9/24(목) 13킬로미터 러닝(중간 속도 3분 달리기 10회, 그 사이 1분 회복 조깅)
9/25(금) 휴식
9/26(토) 15킬로미터 러닝
9/27(일) 38킬로미터 LSD 5킬로미터 워크브레이크
9/28(월) 130분 등산
9/29(화) 16킬로미터 러닝(중간 속도 5킬로미터 2회, 그 사이 400미터 회복 조깅+빠른 속도 1.5킬로미터 2회, 그 사이 200미터 회복 조깅)
9/30(수) 불가피하게 휴식
10/1(목) 폭우 속에서 16킬로미터 러닝(100미터 스트라이즈 10회 포함)
10/2(금) 13킬로미터 러닝
10/3(토) 휴식
10/4(일) 인천송도국제마라톤 풀코스 대회 출전 완주
10/5(월) 9킬로미터 러닝
10/6(화) 13킬로미터 러닝(빠른 속도 400미터 12회, 그 사이 220미터 회복 조깅)
10/7(수) 50분 산행, 30분 산악러닝
10/8(목) 13킬로미터 러닝(3킬로미터 스피드 훈련 포함)
10/9(금) 휴식
10/10(토) 6킬로미터 산악 러닝
10/11(일) 경주국제마라톤 풀코스 출전 완주(SUB-4)
10/12(월) 10킬로미터 러닝
10/13(화) 13킬로미터 러닝(빠른 속도 400미터 12회, 그 사이 220미터 회복 조깅)
10/14(수) 6킬로미터 러닝, 5시간 30분 등산(도봉산)
10/15(목) 휴식
10/16(금) 17킬로미터 러닝(3킬로미터 스피드 훈련 포함)
10/17(토) 휴식
10/18(일) 하프 대회 출전 완주(올해 최고 기록 작성)
10/19(월) 10킬로미터 러닝
10/20(화) 11킬로미터 러닝(마라톤 대회 페이스 3킬로미터, 400미터 회복 조깅+빠른 속도 400미터 4회, 그 사이 200미터 회복 조깅)
10/21(수) 휴식
10/22(목) 13킬로미터 러닝
10/23(금) 6킬로미터 산악 러닝
10/24(토) 휴식
10/25(일) 춘천마라톤 풀코스 완주
'도전! 마라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 제주감귤국제마라톤대회(2015/11/08)-FULL (0) | 2015.11.10 |
---|---|
중마서포터즈 창조경제 마라톤(2015/11/01)-HALF (0) | 2015.11.05 |
2015 서울달리기 대회(2015/10/18)-HALF (0) | 2015.10.19 |
동아일보 2015 경주국제마라톤(2015/10/11)-FULL (0) | 2015.10.17 |
2015 인천송도국제마라톤대회(2015/10/04)-FULL (0) | 2015.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