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2015 서울달리기 대회(2015/10/18)-HALF

HoonzK 2015. 10. 19. 23:30

 4시간쯤 자고 새벽에 일어나 양말을 신으려다 발톱이 길어 깍았다. 출발은 조금 늦어졌으나 차량 연계가 잘 되어 7시에는 서울광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서울달리기 대회는 하프와 10킬로미터 종목만 있다. 10킬로미터 종목에는 우승 상금이 3천 달러가 걸려 있는 국제 오픈 부문이 있어 세계적인 선수들도 뛰게 되었다.10킬로미터를 28분대에 달리는 선수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2015 서울달리기 대회는 10킬로미터 출발이 오전 8시이고, 하프 출발이 오전 8시 15분이라 나로서는 여유가 있었다. 시청역의 화장실은 시장통같았다. 소변만 보기도 수월하지 않았다. 10킬로미터 주자들이 출발한 후 하프 출발 직전에는 화장실이 한산해졌다.

 

광화문 페이싱팀의 안수길님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다음 주 오사카마라톤 출전한다는 효준님과도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하였다.

내년 동경마라톤은 신청했다가 추첨에서 떨어졌다고 했다.(동경마라톤은 30만명이 신청하다 보니 추첨을 해서 3만명에게만 마라톤 뛸 기회를 준다고 한다)

 

 아무리 하프 출전이지만 스트레칭은 풀코스 달릴 때처럼 제대로 하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며 출발하였다. 다른 사람들처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출발할 만큼 가깝지는 못했다.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와는 100미터쯤 뒤쳐져서 출발했다. 2년 전에는 처음부터 청계천을 내려다 보며 달릴 수 있었으나 올해는 일단 대로부터 달렸다.

출발하기가 무섭게 왼편으로는 서울타워, 오른편으로는 종각이 보였다. 1킬로미터 기록이 5분 35초가 나왔다. 이래서야 마음 속에서 다짐하는 1시간 45분 이내의 레이스는 힘들겠다는 좌절감이 들었다. 몸이 얼마나 풀릴 것인가? 2시간 페이스메이커는 1킬로미터를 넘으면서 바로 제칠 수 있었지만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와는 금새 300미터 이상 차이가 나 버렸다. 서울극장, 세운상가, 종로5가역을 지나갔다. 먼발치에서 노랑 풍선 두 개가 흔들리며 어서 오라는 신호는 계속 보내고 있었다. 하는 데까지 해 보리라. 2킬로미터까지의 기록이 10분 35초쯤 걸렸으니 조금 빨라지긴 하였다. 3킬로미터 표지판은 보지 못했다. 동대문을 바라보며 청계천쪽으로 꺽었다. 4킬로미터 지점에서 나보다 30초쯤 먼저 출발한 효준님을 제치고 나갔다. 옆에서 달리는 주자들이 끊임없이 내 뒤로 밀려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나는 무척 속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달리기는 풀코스 달리기와 질적으로 달랐다. 속도가 빠른 만큼 땀이 비오듯이 쏟아졌다. 5킬로미터 기록 체크. 24분 55초. 이제 1시간 45분 페메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청계천 구간이 끝나고 한양대학교를 만나면서 중랑천 구간에 들어섰다. 한강변에 들어서기 전에 1시간 45분 페메에게 바짝 따라붙어 9킬로미터 지점부터는 드디어 동반주를 시작했다. 이제는 속도를 줄일 수 있었다. 호흡도 발놀림도 편안해졌다. 페메들은 속도를 자주 변주하면서 달리고 있었지만 따라가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10킬로미터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이 48분 20초 정도였다. 잘 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페메와 동반주하면서 성가신 점은 딱 한 가지였다. 급수대를 만났을 때 붐빈다는 것. 15킬로미터 지점에서 치고 나가려던 계획이 앞당겨졌다. 14킬로미터부터 앞으로 나아갔다. 4분 45초 페이스가 줄곧 이어졌다. 16킬로미터 지점에서 젊은 친구가 내 앞으로 나갔다. 따라가볼까 했는데 4분 30초대의 페이스로 달리고 있으니 따라갈 수 없었다. 15킬로미터 지점에서는 스포츠겔이 제공되었는데 '아! 득템. 다음 풀코스 때 먹어야지'했다. 하지만 18킬로미터 지점에서 먹고 말았다. 스포츠겔을 들고 달려도 귀찮고, 바지 주머니에 넣어도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청담대교가 보였다. 19킬로미터를 넘었다. 20킬로미터를 넘었을 때 계수님이 나를 제치고 나갔다. 엄청나게 빠른 스피드였다. 저런 스피드는 어떻게 나오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14킬로미터 지점에서 페메와 결별한 만큼 내게는 수시로 변하는 마스터즈 페메가 필요했다. 이 주자 저 주자로 옮겨 가면서 한 명씩 제쳤다. 화장실에 들러야 했지만 화장실에 들를 시간도 아깝게 느껴졌고 골인할 때까지 참을만 하였다.

 

 1시간 42분 04초로 골인하였다.

나보다 30초 정도 먼저 골인한 계수님에게 1시간 41분에 골인하셨지요라고 물었다. 아니, 1시간 33분에 들어왔어요. 어떻게요? 출발이 9시인 줄 알고 대회장에 8시 15분 쯤 와서 부랴부랴 출발한다고 애먹었거든요. 몸도 못 풀고 출발했어요. 그러시구나. 15킬로미터 이후 저를 제친 두 분 가운데 한 분이십니다.

 

 지난 해 춘마를 일주일 앞두고 1시간 44분대로 달렸다. 그런데 올해는 1시간 42분 초반대다. 재작년 서울달리기 대회에서는 1시간 42분 27초로 달렸으니 그 기록을 깨뜨리기까지 했다. 춘마에서 어떻게 될까? 일단 날씨가 추워졌으면 좋겠다.

 

 골인한 후 서울광장에서 택배 차량에 실어 보내었던 짐을 찾았다. 이제 춘천마라톤이다. 내 생애 99번째 풀코스 마라톤이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