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회 원래 뛰고 싶지 않았다.
아직 더운 날씨에 코스도 만만치 않으니까.
지난 7월 26일 폭우로 새벽강변마라톤 대회가 하프로 축소 운영되면서 풀코스 완주의 기회를 놓쳤던 주자들에게 매니아 무료 출전 기회를 주었던 대회였다.
상봉역에서 가평역 가는 6시 30분발 경춘선 타기가 쉽지 않았다.
교통비를 아껴 보려고 버스를 타고 중계역으로 가서 7호선을 타고 상봉역까지 갔다.
새벽에 자주 다니지 않는 버스를 타느라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모른다. 새벽부터 버스 타는 곳까지 많이 걸었다.
상봉역 플래폼에서 헬스지노님을 만났다. 근처 찜질방에서 잤다고 했다.
전철을 타기 전에 몇 마디를 나누었지만 전철 탄 후에는 내가 악착같이 잤기에 대화를 나눌 기회가 더 이상 없었다.
그는 자고 있지 않는 것같았다. 도착할 무렵 내가 눈을 뜨자 춘천까지 갔다 오면 좀더 잘 수 있지 않겠느냐는 농담까지 했다.
가평역에서 화장실에 들른 뒤 대회장인 가평공설운동장까지 걸었다. 새벽에 잠을 설치고 1.5킬로미터쯤 걸으면서 후회했다.
셔틀버스를 이용하면서 체력 소비를 줄여야 했다. 달리기 전에 미리 지치다니.....
줄넘기 마라토너를 만났다. 오늘 90회째 도전이라고 했다.
그냥 달리기도 힘든데 줄넘기를 하면서 달리시다니 대단하다고 응원을 보낸 뒤 4시간 페이스메이커 뒤에 가서 섰다.
출발하자마자 깨달았다. 오늘은 쉬어야 했다는 사실을.
따가운 햇살, 고단한 몸상태, 잦은 오르막.
삼중고가 겹쳤다. 첫 1킬로미터가 6분 5초, 3킬로미터 기록은 18분 20초를 넘고 있었다. 초장부터 자주 나타나는 오르막 때문에 일정한 페이스를 이어갈 수가 없었다. 결국 4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에게 따라잡혔다. 4킬로미터쯤 지났을 때 나는 200미터쯤 전력질주했다. 하프에 참가한 김상기님이 쏜살같이 달려나가는데-1시간 30분 초반 페이스- 인사하고 싶어서 급히 스피드를 올린 것이었다. 이름까지 부르면서 따라갔는데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인사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이때 스피드를 올린 덕분에 4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를 제쳤다. 춘성대교 방향으로 달려가다 보면 반환해서 돌아오는 풀, 하프, 10킬로미터 주자가 뒤섞여 북새통을 이루었다. 수시로 오르막이 나타나면서 페이스는 지지부진이었다. 10킬로미터 표지판이 없었기 때문에 10킬로미터 페이스를 확인할 수도 없었다. 10.35킬로미터 지점에서 1차 반환하였다. 가평군청 방향으로 달리며 읍내를 지났다. 운동장을 끼고 자전거 도로를 향하여 나아갔다. 자전거도로로 들어서면서 시야가 좁아졌다. 21킬로미터 지점에서 소변보고 나서 꾸준히 달렸다. 건너편에서 줄넘기를 들고 돌아오는 주자가 보였다. 90번째 도전하신다는 줄넘기 마라토너는 달리기를 멈춘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칩을 달지 않고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포기했다고 했다.) 자전거 도로는 완전히 통제된 것이 아니라 사고 위험이 있었다. 자전거 도로에는 속도를 한껏 올리는 자전거족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자전거를 주의하면서 달리다 보니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도로를 달리되 갈지자 행보는 하지 말아야 했다. 뒤에서 달려오는 자전거족을 헤깔리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이렇게 달릴테니 당신은 나와 조금 떨어져 자전거를 모시오. 자전거는 한 대씩 나타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다섯 대 이상이 몰려서 등장하였다. 갑자기 밀려오는 소음, 다시 다가오는 고요함. 22킬로미터 지점을 지나면서 꿈같은 지역을 만났다. 423미터의 새한터널.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시원한 바람까지 끌어내는 것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었다. 건너편에서 1위 주자가 오고 있었다. 찬일님이었다. 찬일님 이름을 부르며 응원해 드렸는데 찬일님은 뜻밖에 '훈식님'이라고 부르며 답해주시는 여유를 보였다. 1위 주자는 이러는 법이 없는데.
다시 침묵에 빠졌다. 4시간 페메에게서는 훨씬 떨어졌지만 4시간 20분 페메보다는 앞서 있었다. 25킬로미터 지점을 지나면서 도대체 어디에서 반환하는가 궁금해졌다. 언뜻 들으니 28킬로미터 지점이 2차 반환점이었다. 바깥술님, 헬스지노님은 2킬로미터 전후 내게 앞서 있었다. 28킬로미터 지점. 반환점은 없었다. 28킬로미터를 좀더 넘어야 반환점을 만날 수 있었다. 반환점에서 신호음이 울리는지 확인하고 돌았다. 반환과 동시에 새한터널을 다시 만나 빠져나오는 36킬로미터 지점까지 내내 오르막이었다. 그런데 그 오르막이 눈에 띠지 않기에 멋모르고 달렸다가 체력이 고갈되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초반에 고단했던 나로서는 점점 컨디션이 회복되어 잘 견디어 낼 수 있었다. 터널을 빠져나가면서 내리막을 만나자 약진하였다. 37킬로미터 지점에서 영영 따라가지 못할 것같던 바깥술님을, 38킬로미터 지점에서 헬스지노님을, 39킬로미터 지점에서 제비한스님을 제쳤다. 40킬로미터 이후 골인지점까지 긴 오르막이 나오긴 했지만 힘차게 달렸다. 그래도 LSD 훈련 차원에서 출전했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폭발적인 스피드는 자제했다. 4시간 20분 이내로만 들어가면 된다고 마음을 달래었다.
4:18:37.85
오늘은 일부러 스포츠겔을 챙기지 않았다. 쵸코파이와 바나나를 조금더 챙겨 먹는 것으로 에너지를 충원하였다.
63토끼 마라톤클럽 회원들이 스트레칭하는 곳에 있다 보니 뒷모습이 찍혔다.
골인 아치를 막 지나고 있는 게 불초소생입니다. 절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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