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12월 말 남산타워에 올라가 눈내린 서울을 살폈다. 내 시선이 고층 빌딩이 모여 있는 쪽에 머물렀다. 송도국제신도시라고 했다. 스카이라인이 인천의 새로운 풍광을 연출하고 있었다. 2014년 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화제가 된 곳이 있었다. 인천대학교. 2015년 10월 8일 2015 프레지던츠컵 대회가 열리는 곳은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이다. 인천송도국제마라톤대회 풀코스를 포기하지 않고 달린다면 이 곳을 볼 수 있다. 37킬로미터 지점에서는 잠깐이나마 인천대교를 볼 수도 있다.
생애 두번째로 인천송도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했다.
10월 4일 하루에만 풀코스 대회가 여러 개 있었다.
솔향강릉 스마일마라톤(강릉)
문화일보 평화통일마라톤(파주)
강진청자마라톤(강진)
동아일보 2015 공주마라톤(공주)
대회 전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면 지난해 아쉽게 출전을 포기했던 공주마라톤에 참가했을 것이다. 올해는 대회 전날 파주 NFC에 들렀다 늦게 돌아와야 했기에 먼 곳을 행선지로 잡을 수가 없었다.
새벽 1시 반에 잠깐 눈을 붙이고 새벽 5시가 되기 전에 집을 나섰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2개를 사서 가방에 담았다.
버스타고 서울역까지 이동, 공항철도를 이용하여 계양역까지 간 다음 인천 1호선을 타고 인천대 입구까지 갔다. 한 귀퉁이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잠이 든 것같지는 않았다.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내릴 때에야 눈을 떴는데 건너편에서 요즘 1등을 도맡아하는 찬일님이 인사하였다. 주무시는 것 잘 보고 왔습니다.
서울역에서 환승할 때 삼각김밥을 모두 처리했는데 속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화장실 문제도 제대로 다녀온 느낌이 아니었다. 전날 순대국은 먹지 말았어야 했는데.
9시 정각에 엘리트 하프부문이 출발하고 난 뒤 5분이 되기 전에 풀코스 마스터즈 출발이 있었다. 부산에서 허수아비님은 벌써 출발하셔서 동백공원을 빠져나가셨겠구나. 올해는 기회를 놓쳤지만 언젠가 또 달려 보고 싶은 광안대교.
고단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다. 첫 1킬로미터 기록이 얼마나 나올까 궁금했다. 시계를 보고 경악했다. 6분 20초나 걸렸다. 다행히 3킬로미터를 지날 때 17분이 걸렸다. 4시간 페이스가 된 것이었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는 훨씬 앞에서 달리고 있었다. 이때부터 고민에 빠졌다. 몹시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 송도의 대로에서는 노상방뇨할만한 곳이 없었다. 6킬로미터 지점 공터에 야외 화장실이 있었다. 급히 달려갔다. 문이 잠겨 있었다. 부질없이 1분만 날렸다. 7킬로미터 지점에서 수풀이 나타나 몸을 숨길 수 있었다. 힘들게 참았던 만큼 한참 머물러 있어야 했다. 10킬로미터 지점 통과 기록이 58분 20초. 그렇다고 빨리 달릴 수도 없었다. 꾸준한 레이스로 밀고 갈 수밖에 없었다. 피곤하면 화장실에 자주 가고 싶어진다. 17킬로미터 지점에서도 화장실에 들러야 했다. 어느 순간부터 4시간 페이스메이커의 풍선은 보이지 않았다. 송도국제대로 부근에서 또아리를 틀 듯이 코스가 말려 들어가다 보니 이 사람 저 사람 만날 기회가 많았다. 찬일님부터 상기님, 특전사님까지...... 스포츠겔을 챙기지 않은 대신 쵸코파이를 잘 챙겨 먹었다. 21킬로미터 지점을 2시간 3분 정도 통과했으니 하프는 2시간 4분쯤 걸렸을 것이다. 이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다면 4시간 10분 이내 완주는 가능해 보였다. 2년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서두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고층빌딩의 스카이라인을 살피는 여유를 보였다.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의 푸른 잔디와 구조물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30킬로미터 지점을 2시간 54분대로 통과했다. 4시간 이내의 완주는 힘들어 보였다.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계신 줄넘기 마라토너와 인사를 나누었다. 32킬로미터 기록을 보았을 때 남은 거리를 53분대로 달리면 4시간 이내 완주가 가능해 보였다.(10.2킬로미터 53분대라면 불가능할 것도 없었다.) 힘도 남아 있으니 치고 나가면 SUB-4가 가능했지만 일주일 뒤 경주국제마라톤이 있으니 스피드를 급하게 올리지 않았다. 초반보다는 페이스가 틀림없이 좋아지기는 했다. 큰 변화가 없는 코스라 제풀에 지칠 수 있었다. 2년 전 이 대회에서 퍼져 버린 것이 그래서였다. 올해는 후반에도 지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35킬로미터를 넘어서자 걸어가는 사람이 속출하였다. 37킬로미터 지점에서 아주 잠깐 인천대교가 보였다. 2009년에 저 위를 달렸으니 어느새 6년이 지났구나. 38킬로미터 지점에서 화장실에 한번 더 들렀다. 25킬로미터 이후로는 어느 누구에게도 추월당하지 않았다. 달리는 동안 내내 부정적이었던 사고를 바꾸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썼다. 다소 서늘한 날씨라는 점, 옅은 구름이나마 강한 햇빛을 가려주었다는 점.
이번 대회도 '훈련삼아' 달리는 대회라고 암시하였다. LSD. 춘마를 위하여 준비중일 뿐이야.
내 기록은 4시간 4분 20초 81이었다.
화장실 다녀온다고 날린 시간이 2분이 넘었는데 그게 아니라면 SUB-4한다고 스퍼트했을까? 하프 이후 내 기록은 2시간 정도로 주파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었다. 풀코스 출전하기 전까지는 그냥 쉴까 하는 유혹에 시달렸다. 그렇지만 달리고 나면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97번의 풀코스 완주.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골인 지점에서 여유를 부리고 있다.
'도전! 마라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 서울달리기 대회(2015/10/18)-HALF (0) | 2015.10.19 |
---|---|
동아일보 2015 경주국제마라톤(2015/10/11)-FULL (0) | 2015.10.17 |
제8회 가평자라섬 전국마라톤대회(2015/09/20)-FULL (0) | 2015.10.06 |
제16회 대전마라톤대회(2015/09/12)-HALF (0) | 2015.09.17 |
국민건강 제14회 토요마라톤(2015/09/05)-HALF (0) | 2015.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