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씨는 껌이지. 가는비 오락가락하지, 바람 불지. 최고로군.
뒷꼭지가 가려울 정도로 잡담 모드에 들어간 마라토너들.
달리기 조건은 좋지만 내 몸 상태는 영 좋지 않았다. 몸이 무거운데다 배탈 기미까지 있으니.
대회 전날,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 앉아서 기아와 넥센의 야구 경기를 보고 있었다.
치킨 1인분을 불과 10분만에 다 먹어 치웠다.
잠자리에 들기 직전 사발면에 편의점 김밥까지 먹었다.
그리고 아침 식사로 삼각 김밥 2개.
풀코스를 코 앞에 두고 몸을 내팽개치고 있었던 셈이다.
1킬로미터는 5분 45초. SUB-4 기준에서 조금 떨어졌다. 그런데 다음 구간에서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3킬로미터를 17분 20초로 통과했으니 지지부진했다. 화장실 가고 싶다는 생각만 굴뚝 같았다. 5킬로미터 전후 달렸을 때 지인들을 만났다. 사진찍으며 달리는 류성룡님을 비롯하여 몇 분. (류성룡님은 이제는 소형 카메라가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신다.) 그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6킬로미터 지점에서 소변을 보았다. 소변을 보면 배탈 기운이 잦아들까하는 기대감으로.
4시간 페이스메이커는 매우 빠르게 나아가고 있었다. 오늘은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10킬로미터 통과 기록이 56분 35초였다. 56분 40초 기준 기록에서 여유가 생겼다. 13킬로미터 표지판 지나기 직전. 야외 화장실이 있었다. 광양에서처럼 화장실에 들어 앉았다. 함께 달리던 주자들과 조금 앞쪽에서 매우 빨리 달리는 페이스메이커들은 얼마나 멀어지고 있을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후반에 얼마나 큰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인가? 벌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정신을 차리지. 밤마다 먹어대는 통에 옆구리 둘레만 늘리고 있는 생활 태도. 배를 부여잡고 29킬로미터를 더 달리느니, 좀 늦더라도 근심을 풀고 가는 게 낫지. 달리다 멈추었더니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화장실을 나서기 전에 손을 빡빡 문질러 씻었다. 화장실에서 나왔다. 앗! 페이스메이커가 100미터 앞에 있었다. 그 분은 4시간 15분 페이스메이커였다. 일단 승촌보를 건너기 전에 4:15 페메부터 따라잡았다. 승촌보에서 보니 4시간 페이스메이커 풍선이 700미터 이상 떨어져 있었다. 얼마나 달려야 따라잡을 것인가? 화장실에서 시간을 너무 보내었다는 강박 관념이 생기니 자연스럽게 빨라졌다. 문제는 30킬로미터에 가까운 거리를 달리는 동안에 내내 스피드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점이었다.
비구름이 내려 앉은 날씨이니 시야는 제한되었다. 광주상무시민공원을 출발하여 영산강을 따라 달리면 주변을 돌아보며 감상하는 여유를 가져야 했는데 경치를 즐기는 것도 의무여야 한다면 아예 피하는 게 나았다. 영산강 전망대를 지나면서부터는 오로지 앞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씩 제치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나주로 들어서면서 시계를 보지 않았다. 반환점에서 시간을 확인했을 때 2시간에서 너무 오버되지 않기만을 바랬다. 내가 SUB-4 페이스로 달릴 때 풀코스 선두 주자는 대개의 경우 17킬로미터를 지났을 때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오늘은 16킬로미터를 넘겼을 때 선두 주자를 만났다. 그만큼 늦었다는 말씀.
축축한 날씨. 꾸준히 수분은 보충해 주었다. 주로에서 만나는 오이가 별미인 대회였다.
더 이상 배가 아프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다.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빨리. 속도를 올리면서 4시간 페메를 찾으려 애썼다.
어느덧 20킬로미터를 넘고, 건너편에서 페메가 오고 있었다. 4시간 페메, 빨리도 돌아온다. 또 한 명의 4시간 페메는 몇 백 미터 뒤에 있다. 21킬로미터 표지판 지나고 곧 반환했다. 1시간 59분 08초. SUB-4가 가능해 보였다. 돌아올 때는 비가 다시 내리고 있었다. 축축하게 젖어 드는 반바지와 티셔츠. 밖으로는 비에 젖고, 안으로는 땀에 젖고.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 관념은 끊임없었다. 그래도 지난 주보다는 나았다. 아무 기준이 없이 나 홀로 달려야 했던 레이스와는 달랐다. 30.2킬로미터 지점. 2시간 48분대로 통과. 32.2킬로미터, 10킬로미터 남았을 때 2시간 59분 30초를 넘지 않았다. 출발 초반에는 결코 꿈꿀 수 없었던 페이스였다. 이제 10킬로미터를 1시간 30초에 달려도 SUB-4가 가능해졌다. 34킬로미터 지점에서 드디어 4시간 페이스메이커와 동반주를 하였다. 나주마라톤 클럽 소속인 페메는 SUB-4에는 2분 30초 여유가 있다고 하였다. 사진찍으며 달리는 류성룡님과는 35킬로미터 지점에서 재회하였다. 내내 스피드를 올려서 따라오다가 이제는 스피드를 늦추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렇게 2킬로미터쯤 달렸다. 100회 완주에 도전하시는 김이승님과 함께 동반주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얼마 남지 않았으니 모험을 걸기로 했다. 4킬로미터 남짓. 성큼성큼 나아갔다. 차에 한번 치일 뻔 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통제 요원이 차를 세운 것이 아니라 내가 손사래를 쳐서 차를 세웠다.
내 기록은 3시간 52분 20초 14였다. 홈페이지에는 3시간 52분 19초 08로 기록되었다. 무엇이 맞는 것일까?
어쨌든 2주 전의 경주벚꽃마라톤보다 빨랐다. 화장실에 가지 않았다면 3시간 40분대가 가능했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내 스트레스를 받으며 달려야 했을테니 더 늦어졌을 수도 있다.
골인한 다음 몸 상태는 지난 주에 비하여 훨씬 좋았다. 온몸이 피곤하기만 했던 지난 주와는 달리 가뿐하였다.
풀코스 이틀 전 푹 쉬어준 게 주효한 듯.
검정색 일색으로 입은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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