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돌아온 마라톤 대회였다.
어느 때보다 허수아비님과 함께 오래 달린 대회가 되겠다.
페이스를 가늠할 수 있는 페이스메이커의 노랑 풍선이 우리보다 1분 30초 이상 빨리 스타트를 끊었기에 페이스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거리 표지판도 찾기 힘들었고.
당초 계획이야 1킬로미터 페이스를 보고 전체 페이스를 운용하겠다는 의도였는데 1킬로미터 표지판을 놓치니 조금 힘들어졌다.
그래도 한 차례의 경험이 있으니 생소함은 없었다. 벡스코 주변의 건물을 보고 별천지에 온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던 2년 전과는 달랐다.
이 대회는 다른 대회와 달리 6킬로미터 가까이 가서야 첫 급수대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억지로라도 주변을 돌아보려고 애쓰며 달렸다.
달리는 스타일로 볼 때 허수아비님은 초반에 빨리 달리실 줄 알았는데 속도를 늦추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수영강으로 접어들어 첫 급수대를 만나는 6킬로미터 지점까지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렸다.
2킬로미터 기록이 11분 초반대였기 때문에 2시간 이내의 완주는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7킬로미터를 넘기 전에 2시간 페이스메이커를 제치고 강을 건넜다. 소변을 참고 계속 달릴 수야 있지만 신경쓰는 게 싫었다.
10킬로미터 지점에 나타난 화장실. 바로 들어가 근심을 해결하였다.
화장실에 나오고 보니 허수아비님이 앞에 계셨다.
아하! 줄곧 내 뒤쪽에 바짝 붙어서 달리고 계셨다는 뜻.
10킬로미터 통과 기록이 52분 45초쯤 되었으니 꾸준히 달리면 1시간 50분 언저리가 될 것같았다.
만약 1시간 50분 페메를 따라잡을 수 있다면 1시간 48분대가 가능하리라. 그들보다 늦게 출발했으니.....
1시간 50분 페메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더니 아주머니 러너 한 분이 1시간 50분 페메는 벌써 갔다는 언질을 주었다.
그 뉘앙스가 어떻게 따라잡겠느냐는 것이었다.
수영교 아래를 빠져나오면서 이 대회의 백미인 광안리 해수욕장이 나왔다. 돌아오는 길은 도로 위였지만 반환하기 전까지는 갈맷길이라고 하여 새로 조성된 인도였다.
허수아비님보다 조금 앞에서 달리게 되었다. 말이야 15킬로미터 이후 역주를 해 보겠다고 했지만 몸이 그렇게 따라주지는 않았다.
지난 해 11월 30일 이후 처음으로 하프를 달리는 것이니 힘들어졌다. 풀코스 사이에서 몇 차례 달린 10킬로미터는 훈련 부족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짧은 종목이었다.
몇 차례 하프를 달려서 스피드와 지구력 훈련을 동시에 해 주었어야 했다.
참가비 절약한다고 몇 번 뛰지 않은 댓가를 치르고 있었다.
달리는 내내 몸이 무겁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올해 풀코스를 7번이나 달렸는데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풀코스는 길게 오래 달린다는 생각에 스피드를 늦추고 달리다 보니 하프를 달릴 만큼의 스피드는 필요없었던 것이다.
하프에서 감당해야 할 스피드 감각을 잃어버린 것이다.
왼편으로 광안대교가 보였다. 오늘 황사가 있다고 했던가?
희뿌연 공기 속에서 은은한 느낌으로 광안대교가 부산 앞바다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정말 큰 다리다.
지난 해 10월 저 다리를 건너갔다 왔다니.... 인상적인 레이스였지.
바람이 불면 내가 선택한 긴팔 티셔츠가 견딜만 했지만, 바람이 정체된 구간에 들어서면 반팔을 입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팔소매를 걷어 붙이고 달렸다.
마지막 반환이 있었다. 15킬로미터에서 16킬로미터 사이인 것같았다.
광안리 해수욕장의 모래밭을 오른편에 끼고 달리면서 2년 전처럼 스퍼트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너무나 멀리 달아난 1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 따라잡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아무리 멀리 보아도 노랑 풍선은 보이지 않았다.
2년 전 나는 어떻게 1시간 38분 06초에 달렸담?
17킬로미터 표지판. 부지런히 시간을 계산하였다.
지금 페이스로만 나아간다면 1시간 49분대는 충분해 보였다.
18킬로미터 후반이었을 것이다. 고맙게도 1시간 50분 페메가 보였다.
달림이들이 속속 내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19킬로미터 중반을 넘어섰을 때에는 1시간 50분 페메와 50미터 차이도 나지 않았다.
20킬로미터 지점을 넘어서면서 수영교를 건넜다. 수영교를 건너기가 무섭게 1시간 50분 페메를 제쳤다.
1시간 45분 이내로 들어갈 수 있을까?
하프는 늘 1시간 44분대 정도는 달려주어야 본전은 챙겼다는 느낌이 드니까.
20킬로미터 이후는 정말이지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달렸다.
벡스코 주변의 빌딩 숲을 감상할 여유는 없었다.
대로를 달리다 좌회전. 골인 아치가 보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멀어 보였다. 누가 뒤로 옮겨 놓은 것같았다.
달려도 달려도 뒤로 물러나는 것같은 착각이 일어났다.
도대체 골인 아치가 내게 성큼 다가오는 일이라곤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달린 거리가 21.0975킬로미터에서 몇 십미터쯤 늘어난 것은 아니겠지.
무지막지하게 스피드를 올리자 내 스피드에 자극을 받아 전력질주하는 주자가 있었다. 제칠까 하다가 참았다. 내 페이스를 충분히 끌어주고 있으니 고마운 존재로 생각했다.
골인했다. 시계를 보니 1시간 44분 30초가 넘어가고 있었다.
나중에 전송되어 온 기록은 1시간 44분 32초였다. (홈페이지에서는 1시간 44분 31.8이었다가 몇일 후 보니 1시간 44분 33초가 되어 있다.)
골인 지점을 통과한 후 크게 돌아 주로로 돌아왔다. 골인하는 주자들에게 박수를 치면서 허수아비님을 기다렸다.
1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가 골인하였다. 조금만 힘을 내시면 1시간 40분대 주자가 될텐데 하면서 기다렸다. 이제 내가 들어온 지 5분쯤 지났다.
허수아비님이 보였다. 내 앞까지 무서운 스피드로 달려오셨다. 그런데 나와 반갑게 인사한 후부터는 현저하게 스피드를 줄이셨다.
그리고 들어오셔서 스마트폰에 1시간 50분 03초라고 기록하셨다.
그렇다면 1시간 49분대가 가능할 수도 있겠다고 말씀드렸다.
벡스크 건너편에 있는 식당 안채에서 추어탕을 맛있게 먹고 구포역까지 함께 움직였다.
오후 1시쯤 새벽 6시부터 함께 한 동행이 끝났다. 언제 다시 뵈려나?
6월 21일 울산 전마협 마라톤에 갈 수 있을까?
PC방에 앉아 있다가 오후 3시가 다 되어 열차를 타고 올라오면서 허수아비님으로부터 오늘 찍은 사진을 받았다.
좋은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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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우하이텍배 제13회 KNN환경마라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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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라톤 동호인 및 일반시민 누구나(선착순 8,000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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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 3. 22 (일) 8:30 출발 (집결 7: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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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벡스코 제1전시장 3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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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프마라톤 / 10Km로드레이스 / 건강달리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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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NN, 성우하이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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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스포츠먼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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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운대 벡스코 - 해운대 일원 - 광안리해수욕장 - 해운대 벡스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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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프마라톤(3만원), 10Km로드레이스(3만원), 건강달리기(2만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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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일정은 행사 여건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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