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풀코스를 달렸던 대회.
전남 보성에 가서 녹차마라톤을 달릴까, 경남 의령에 가서 지난 해의 수모를 씻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서울에서 달리기로 했다.
기념품이 없는 매니아로.
대회 전날 수원에 간 김에 KT WIZ 구장에서 KT와 LG의 프로야구 경기를 보았다. 들어가기 전에 치킨을 사서 외야석을 찾았다. 내야석보다 오히려 외야석 공간이 없었다. 토요일인데다 KT가 3연승을 달리고 있어 의외로 사람이 많았다. 외야 잔디석은 가족들이 와서 다들 돗자리를 깔고 앉으니 오히려 앉을 공간이 없었다. 휴대용 의자에 앉거나 서서 관람하였다. 여유가 없으니 치킨을 10분 내로 다 먹어치우고 야구 경기를 보고 시간이 날 때마다 독서했다.
지난 4월 18일 기아챔피언스필드에 가서 치킨을 서둘러 먹었다가 다음날 마라톤 대회 도중 화장실에 앉아 있어야 했는데 이번에도 같은 꼴이 났다. 한 달 전에는 14킬로미터 지점, 이번에는 17킬로미터 지점. 그때는 화장실이 주로 바로 옆에 있었지만, 이번에는 둔덕에 있어 계단을 수직으로 치고 올라갔다 와야 했다. 휴지도 바깥에 비치되어 있어 챙기느라 시간을 더 썼다. 발목이 아프고 다리도 저린 것이 전날 야구장에서 생긴 후유증인 것같았다. 그래도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가는 데 무리는 없었는데 늦을 것을 감안하고 화장실에 들러야 했다. 바로 내 뒤에서 뛰던 희수 형님에게는 일단 먼저 가시라고 했다. 배를 추스리며 25킬로미터를 뛸 것인가 시간의 페널티를 받더라도 근심거리를 하나라도 해결하고 25킬로미터를 뛸 것인가 고민했을 때 선택은 후자였다. 마라톤 대회 도중 큰 일을 보는 것은 지금까지 다섯 차례 정도 있었는데 올해만 벌써 세 번째였다. 도대체 후반에 얼마나 빨리 달려야 SUB-4를 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고민이 들 정도로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었다. 손도 얼마나 깨끗하게 씻고 있었는지 시간 보내기에 맛들린 듯했다.
마라토너의 대열에 다시 합류했을 때는 4시간 페메도, 희수 형님도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다. 광주에서는 승촌보를 건너며 어디쯤 있는지 가늠해 보기나 했지만 안양천에서는 시야가 좁아서 거리를 가늠할 수 없었다. 얼추 1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고 보면 되었다. 4시간 페이스로 보았을 때 6분 가까이 떨어져 있다는 의미였다. 광주에서는 비가 흩뿌리는 선선한 날씨라 스퍼트를 해도 견딜만 했지만 이번에는 기온이 26도까지 올라간데다 뙤약볕 아래 달려야 하니 매우 힘들기 짝이 없었다. 잊고 있었는데. 여름에는 이렇게 힘들었지. 아무리 애를 써봐도 속도를 낼 수 없었다는 기억을 되살려 내었다. 후반에 속도를 늦추어도 된다는 여유가 이제는 없었다. 점점 날씨는 더워지는데 지금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는 한 SUB-4를 못한다는 것은 꽤 큰 부담이었다. SUB-4를 못하면 어떤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5월에 벌써 이러면 안된다는 강박관념도 들었다. 그러고 보니 몸이 뚱뚱해졌어. 지난 3일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권투 중계를 볼 게 아니라 대회장에 나와 하프라도 달렸어야 했어. 4시간 이후의 기록을 예상하고 달리는 주자들은 조금씩 내 뒤로 밀려나고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얼추 하프인 듯한 지점에서 내 기록을 보니 2시간을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우울해졌다. 긍정적인 요소는 없을까? 하프 정도 달렸으니 살이 빠져서 몸이 좀 가벼워지고 덕분에 빨라지지는 않았을까? 긍정의 마인드로 돌아서려고 애써도, 위협적으로 돌진해 오는 자전거 부대와 예고없이 들이닥치는 담배냄새 때문에 투덜거림과 침뱉기만 늘어났다. 페메의 노랑풍선이다. 많이 따라잡았네. 되뇌일 때마다 노랑풍선은 마라토너의 노랑 상의였음을 깨달아야 했다. 눈물나게 달려도 따라잡지 못할 확률이 높아졌다. 몸은 점점 피곤해지고만 있으니.
25킬로미터 표지판이 나오고 난 뒤 곧 반환하는데 이미 4시간 페메는 돌아오고 있었다. 희수 형님은 나와 100미터 이내 차이였다. 희수 형님은 27킬로미터 지점에서 제쳤다. 줄넘기 마라토너는 30킬로미터 지점에서 제쳤다. 30킬로미터 지점을 통과할 때 기록을 보니 2시간 51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32킬로미터 지점은 3시간 2분으로 통과했다. 남은 10.195킬로미터를 58분에 달릴 수 있다면 오늘도 SUB-4가 가능해졌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가 120미터까지 거리가 좁혀졌다. 허기가 지고 기력이 소진된 듯한 느낌을 받았을 때 스포츠겔을 먹었다. 빨리 안양천이 끝났고 한강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일념으로 달렸다. 32킬로미터 지점에서 33킬로미터 지점까지는 5분 20초 페이스로 달렸다. 35킬로미터 지점이 나올 때까지 여러 명을 제쳤다.
35킬로미터 지점에서는 100회 마라톤 연보라색 유니폼을 입은 달림이가 아이스박스에서 꺼낸 파워에이드를 컵에 따르고 소금 알갱이도 준비하고 있었다. 저걸 내게 주지는 않겠지. 부럽네. 동호회. 중얼거리는데 파워에이드가 내게 건네졌다. 내 이름을 부르며 소금 알갱이까지. 정신없이 달리고 있어 몰랐는데 자주 함께 달렸던 해병대님이었다. 어제 400회 완주를 했기에 오늘은 봉사 나왔다고 하였다. 축하 인사를 드리고 한없이 감사하며 한강을 향하여 나아갔다. 37.2킬로미터 지점 표지판에서 시간을 확인하였다. 3시간 31분 45초. 4시간이 되려면 28분 15초가 남았다. 4시간 페이스의 5킬로미터 구간 기록이 28분 20초라는 것은 잊은 적이 없었다. 좀더 빨리 달려야 했다. 6분 페이스로 달려도 SUB-4가 가능한지 늘 자신에게 묻는 나로서는 부정적인 답이 돌아오자 더욱 힘들어졌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와의 거리가 70미터 이내로 줄었다가 돌연 100미터 이상 벌어지니 뭐가 잘못 되었는지 의문이었다. 38킬로미터 지점에서 자전거와 충돌한 달림이를 구하기 위하여 달려온 앰블런스를 보니 섬뜩한 기분도 들었다. 한강시민공원에서 달리면 언제든지 자전거의 위협을 이겨내어야 하는 법. 주로를 바꿀 때에는 항상 뒤를 돌아보아야 했다. 40.2킬로미터 지점. 이제부터는 6분 이상의 페이스로 달려도 SUB-4가 가능했다. 하지만 4시간 페이스메이커는 100미터 이상 앞에서 달리고 있었다. 너무 고단했다. 41킬로미터를 뛰어도, 42킬로미터를 뛰어도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잡지 못했다. 그런 내가 42킬로미터에 150미터쯤 더 달렸을 때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제칠 수 있었다. 50미터도 남지 않았을 때 마침내 페메 앞으로 나아간 것이었다.
내 기록증에는 3시간 58분 11초라고 찍혔다.
어찌나 힘들었던지 골인하자마자 상체를 숙이고 땅바닥을 내려다 보고 있어야 했다. 그늘을 찾아가 의자에 앉아 숨을 돌리고 십 분 넘게 앉아 있었다. 마음같아서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골인 아치 옆에서 희수 형님을 기다려야 했지만 몸이 추워질 정도로 마냥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입에서는 너무 힘들었네라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 팔과 종아리에는 허연 소금이 맺혀 있었고, 검은 티셔츠는 백반을 뿌린 것처럼 군데군데 얼룩이 졌다. 달리다가 화장실에 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해. 전날 몸 관리 좀 제대로 하자. 그리고 여름을 이겨내려면 체중 감량은 필수다.
3개월만에 풀코스를 완주하신 희수 형님은 기록은 나보다 20분 가량 늦었지만 35킬로미터 이후 쥐가 나지 않은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하셨다. 생애 아흔번째 풀코스 완주였다. 나는 89번째 완주였고. 지난 해 12월 초 시즌 마감 대회때만 해도 형님은 87번, 나는 75번이었는데 어느덧 비슷해졌다. 지하철을 함께 타러 가며 시원한 캔커피를 사드렸다. 2주 후에 동반주를 기약하며.
다음날 형님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어젠 감사했ㅇ ㅓ요
오늘 몸이 무거워서 고전중임다
얼릉회복하시고 담에 봅시다요
5/11 5:10 pm
- 접수기간 : 2014년 12월 ~ 2015년 4월 22일(수요일) 16:00분까지
- 접수방법
전화접수 : 02)2647-4488, 4499 팩스접수 : 02)2647-5225 인터넷접수 : marathon4cancerkids.com / www.amarun.com
참가종목 및 참가비 납부방법 (마니아 = 기념품 없음)
종목 | 기념품 | 금액 | 입금통장 |
---|---|---|---|
풀코스 | 후드 짚업티셔츠 | 40,000 | 하나은행 127-910001-82904 {사}한국달리는 의사들 |
마니아 | 25,000 | ||
하프 | 후드 짚업티셔츠 | 40,000 | |
마니아 | 20,000 | ||
10km | 후드 짚업티셔츠 | 40,000 | |
마니아 | 20,000 | ||
5km (마니아없음) |
티셔츠 | 25,000 | |
5kn걷기,10km걷기 ( 마니아없음) |
티셔츠 | 20,000 |
신청시 유의사항
참가자의 인적사항 기재 :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핸드폰, 이메일
접수 마감 시점까지 참가비가 납부되지 않으면 신청이 자동으로 취소됩니다.
참가비는 참가 신청자 본인(단체의 경우 대표자)의 명의로 입금 하여야 하며,입금자의 성명이 다를 경우 사단법인 한국마라톤협회로 필히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신청 내용의 수정은 접수기간 중에만 가능하며 접수 마감일 이후에는 수정 불가합니다.
천재지변 또는 자연재해로 대회는 중지될 수 있으며 이때 참가비는 일절 반환되지 않습니다.
참가자의 부주의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시 주최측에서는 간단한 응급조치 외에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대회당일 1일 단체보험이 가입됩니다만 사망,후유장애만 적용되며,상해 치료비(병원비)는 적용되지 않습니다(개인부담)
시상내역(개인)
종목 | 순위 | 시상 | 부상 | 비고 | |
---|---|---|---|---|---|
남 | 여 | ||||
풀코스 | 1위 | 상장 트로피 부상 기부영수증 |
400,000 | 좌측금액을 소아암돕기 기부 영수증으로 드립니다. | |
2위 | 350,000 | ||||
3위 | 300,000 | ||||
4위 | 상장 기부영수증 |
250,000 | |||
5위 | 100,000 | ||||
6위 ~ 10위 | 50,000 | ||||
하프 | 1위 | 상장 트로피 부상 기부영수증 |
300,000 | ||
2위 | 250,000 | ||||
3위 | 200,000 | ||||
4위 | 상장 기부영수증 |
150,000 | |||
5위 | 100,000 | ||||
6위 ~ 10위 | 50,000 | ||||
10km | 1위 | 상장 트로피 기부영수증 |
200,000 | ||
2위 | 150,000 | ||||
3위 | 100,000 | ||||
4위 ~ 10위 | 상장 기부영수증 |
50,000 |
◈ 본대회는 소아암돕기 자선대회로서 시상금이 아닌 기부금 영수증을 드립니다.
- 5km는 시상및 기부영수증이 없습니다.
연대별 시상안내
- 연대별 시상은 풀,하프종목이며 개인시상자는 대상에서 제외 됩니다
구분 | 등위 | 부상 | 부상소개 | |
---|---|---|---|---|
풀코스 | 60세이상 20세미만 |
1위 | 30,000 | 좌측금액을 소아암돕기 기부 영수증으로 드립니다. |
2위 | 30,000 | |||
3위 | 30,000 | |||
하프 | 1위 | 30,000 | ||
2위 | 30,000 | |||
3위 | 30,000 | |||
10km | 1위 | 30,000 | ||
2위 | 30,000 | |||
3위 | 3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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