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남북어린이돕기 마라톤대회(2015/04/12)-FULL

HoonzK 2015. 4. 15. 14:47

풀코스 대회가 전국적으로 6개 있는 날이었다.


군산새만금과 예산벚꽃은 재작년과 작년에 달렸다는 이유로, 서산마라톤은 교통편 확보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접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풀코스는 서울에서 열리는 세 개의 대회가 남아 있었다. 한번도 달려보지 않은 코스의 대회를 선택하였다. 잠실에서 출발하여 강동대교, 미사대교를 거쳐 팔당대교 앞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고 하니 '남북어린이돕기 마라톤대회'를 선택하였다. 같은 코스를 2회 왕복하거나 한강변을 달리다 지류천변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대회가 아니라 한강변을 내내 끼고 달릴 수 있다는 게 최고 메리트였다. 주최측에서 하프를 두 번 왕복하는 것으로 바꾸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했었는데 대회 코스는 그대로 지켜졌다.

 

 풀코스 참가자는 100명을 넘지 않는 인원이었지만 해병대님, 특전사님, 철의원님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주최측의 사전 행사가 길어져 풀코스 출발은 20분 이상 지연되었다. 9시 52분이 되어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달리기 후반에 더위와 싸워햐 하는 시간을 늘여놓은 셈이 되었다. 나같은 경우 풀코스 완주 후 약속이 있어 엄청 바빠지게 생겼다. 출발하자마자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제쳤기 때문에 처음에는 좋은 기록이 예상되었다. Km마다 페이스를 분석해 보니 여유가 있었다. 초반부터 경쟁해 오는 주자들이 있었으나 신경쓰지 않았다. 숨을 거칠게 쉬면서 내 앞으로 치고 나간 중년. 그냥 내버려 두었다. 달리다 보니 동대문 달리기 소속의 인규님과 속도가 맞았다. 4킬로미터 이상 달리는 동안 발을 맞추어 달리는 느낌이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재미가 있었다. 훈련 잘 했느냐, 풀코스는 얼마나 자주 달리느냐, 계속 이 페이스로 나갈 것이냐, 동대문마라톤 대회가 그쪽에서 개최하는 대회가 맞느냐, 그 대회 달려본 적이 있다, 풀코스가 없어 좀 아쉽기는 하다....등등. 내내 함께 달릴 것같던 우리 두 사람은 오르막에서 갈렸다. 구리 암사대교 부근의 오르막에서도 그대로 페이스를 이끌어 갔던 내가 앞으로 나가게 되었고, 이후 다시는 동반주할 일이 없어졌다.


 내 10킬로미터 기록은 밤을 새고 달렸던 경주벚꽃마라톤보다 나빠졌다. 오르막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 여유를 부려서일까? (지난 목요일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급히 균형을 잡은 바 있었는데 그때 무릎 통증이 생겼다. 테이핑을 잊어 버리고 짐을 맡겨서 맨소래담을 발라주기는 했는데 무릎 통증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강동대교를 지나 하남시에 들어섰을 무렵이었다. 12킬로미터 지점에서 여러 사람의 발 소리가 위협적으로 들렸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 무리들이었다. 이내 나를 제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너무 쳐지면 안 되니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갔다. 화장실에 한번 다녀오긴 했지만 50미터 이내의 거리를 유지하였다. 17킬로미터 지점. 숨을 거칠게 내쉬며 나를 제쳤던 중년을 여기서 제쳤다. 흙길로 조성된 둔덕을 달리는 재미도 있었다. 흙길을 달리다 보면 흙알갱이가 신발 안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생겼지만 주로의 변화는 달리기의 지겨움을 덜어주었다.

 

 팔당대교가 보였다. 그 앞쪽으로 자그마한 섬이 몇 개 있었다.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가 멋지게 조성되어 있었다. 벚꽃이 핀 나무는 초록 일색인 풍경을 다채롭게 조율해주었다. 너무 레이스에만 집중하지 말고, 주변을 보라고 종용하는 4월 봄날의 풍경이었다. 17킬로미터 지점에서 풀코스 선두주자를 볼 수 있었다. 19킬로미터를 지나 하남시청을 앞에 두고 180도 회전해서 서울 방향으로 달렸다가 되돌아오는 레이스가 되었다. 이 구간에서 벌써 반환해 돌아오는 특전사님과 해병대님을 순차적으로 만났다.  21킬로미터 표지판이 나오고 곧 반환. 여기서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떨구었다. 1시간 58분대로 돌았다. 반환하고 나니 페이스가 좋아져 다리가 앞으로 잘 나갔다. 25킬로미터 지점에서는 지금부터 다시 풀코스를 달리라고 해도 달릴 수 있겠어라는 오만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꾸게 된다. 27.2킬로미터 표지판을 28.2킬로미터 표지판으로 착각하면서 피곤함이 몰려왔다. 그러고 보니 금요일 20킬로미터 가까이 달린 게 문제였다. 일주일마다 풀코스를 달리는 기간이니 훈련양을 줄여야 했는데 오히려 늘린 게 피로 누적을 가져온 듯했다. 28킬로미터를 지날 무렵 요란한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가 바짝 따라온 것이었다. 제법 거리를 벌렸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일단 30.2킬로미터에서 시간을 체크하고 스포츠겔을 섭취하자고 마음먹었다. 현저하게 페이스가 떨어지는 주자들도 눈에 띠었고,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 버린 젊은이도 있었다. 드디어 30.2킬로미터 지점. 2시간 50분 경과. SUB-4 기준에 맞았지만 지난 주에 비해 4분 가량 쳐졌다.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은 모양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오늘 선택한 마라톤화도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뒷축이 심하게 닳은데다 창이 떨어져 나오기 시작한 젤트레이너 마라톤화. 탄력이 없어져 내 발과 다리를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는 신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다. 1500킬로미터 이상 소화한 신발을 신는 것 자체가 미련한 짓이었다. 뒷축이 얼마나 닳았는지 뒷꿈치 통증까지 느껴졌다.


 스포츠겔을 먹으며 심리적 안정감을 도모하였다. 구리 암사대교의 오르막을 다시 만나면서부터 자전거부대와 상춘객을 피하면서 달리느라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자전거가 뒤에서 달려와 나를 들이받지는 않을까 하는 공포감에 내내 시달렸다. 풀코스 참가자들이 너무 없다 보니 후반으로 갈수록 나 홀로 레이스가 많아졌다. 나 말고 누가 달리기라도 하고 있는가. 다 철수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혼자서 한강변을 조깅한다는 느낌을 이겨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반갑게 앞 주자를 만나 제치고 나면 몇 백미터 쯤 혼자서 달리고, 또 한 주자를 제치고 나면 또다시 몇 백미터를 나 홀로 달리고. 달리는 내내 내 앞에는 아무도 없나 봐 중얼거리고.... 이런 식이었다. 32.2킬로미터 통과 기록이 3시간 1분 25초였다. 남은 10킬로미터를 58분 30초에만 달려도 SUB-4는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 몹시 힘들다는 게 문제였다. 벌써 이만큼이나 왔네라는 느낌은 없고, 아직도 여기까지밖에 오지 못했네라는 느낌만 팽배했다. 마지막 10킬로미터는 그야말로 고군분투였다. 뛰고 싶지 않은 마음, 뛰기 힘들어 하는 몸을 추스리며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르겠다. 완주한 후 약속이 있으니 늦으면 안 된단고..... 그렇게 달리다 보면 35.2킬로미터 지점이 나왔다. 이제 킬로미터당 6분 페이스로 달려도 SUB-4가 가능해졌지만 아직도 여유는 없었다. 오만가지 인상을 쓰며 달리는 내 모습이 느껴졌다. 지난해 5월 의령의 트라우마가 떠올랐다. 올림픽대교를 지나면서 대회장의 애드벌룬이 보였다. 그 애드벌룬을 보고 달리다 가까운 데를 보고 달리고, 가까운 데를 보고 달리다 또다시 애드벌룬을 보고 아직도 멀구나 하며 좌절하는 스타일을 반복하였다. 골인 지점이 가까워질수록 응원나온 동호회 회원들이 자주 보였다. 독립군인 나를 반겨줄 사람은 없었다. 저 분이 들고 있는 콜라 마시고 싶은데.... 아는 사람이 뛰어와 옆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잠깐이라도 동반주해 주면 좋겠는데..... 그런 일은 없다.

 

마침내 골인하였다. 골인 아치를 통과하고 난 뒤 물병을 집어들었다. 해병대님이 있었다.

-바로 따라오셨네.

 

해병대님은 반환점에서 나보다 10분 정도 빨리 반환했는데, 골인할 때는 1분 여 차이만 났으니 내가 후반에 힘을 쓰기는 쓴 것이었다. 바로 기록증을 받았다.

 

3:57:31.95

 

또 한 차례의 서브-4.
풀코스 참가자 가운데 20등을 했다. SUB-3 주자 세 명을 포함하여 4시간 이내 완주한 주자는 단 21명이었다.

나는 반환한 이후 12명을 추월한 것으로 기록이 나왔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6위 하신 분이 사실 오늘 거리가 몇 백 미터쯤 길었다고 하였다.

요새는 달린 거리가 스마트폰으로 측정되니 주최측의 실수까지 걸러진다.

옷을 갈아입은 뒤 돼지고기 수육 조금 먹고 부리나케 약속 장소로 움직였다.

 

이제 돌아오는 주말에는 광주에서 달린다.

 

 

 

 

 

 

  • 대회명 :

    남북어린이돕기마라톤대회

  • :

    2015년 4월12일(일) 오전 09:30분 출발

  • :

    한강시민공원 잠실지구 청소년 광장(종합운동장 나들목)

  • :

    남북어린이돕기마라톤대회/대한일보

  • :

    남북어린이돕기마라톤조직위원회

  • :

    통일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서울특별시, 서울특별시의회, 국회, 대한인터넷신문협회, (사) 블루환경교육센터, 통일희망포럼, 달리는의사들, 세브란스병원, 법무법인 충정, 엄홍길휴먼재단, 환경방송, 특전사환경연합회, 일본관광신문, 일본 야마나시현 등

참가종목

종목 참가비 기념품 제한시간 비고
풀코스 40,000 푸마(정품)바람막이 + 메달 5시간 칩사용
하프 35,000 푸마(정품)바람막이 + 메달 3시간 칩사용
하프 단체 35,000 푸마(정품)바람막이 + 메달 2시간 칩사용(남4 + 여1)
10km 30,000 푸마(정품)바람막이 + 메달 2시간 칩사용
5km 25,000 푸마(정품)티셔츠 + 메달 1시간 칩사용안함

 

 

개인시상

종목 순위 시상내역 비고
풀코스 1위 700,000 500,000  
2위 500,000 300,000  
3위 300,000 200,000  
4위~6위 상품권(각10만원상당)  
하프 1위 500,000 400,000  
2위 300,000 250,000  
3위 200,000 150,000  
4위~6위 상품권(각10만원상당)  
10km 1위 300,000 250,000  
2위 200,000 150,000  
3위 100,000 100,000  
4위~6위 상품권(각10만원상당)  
5km 1위 상품권(각20만원상당)  
2위 상품권(각15만원상당)  
3위 상품권(각10만원상당)  
4위~6위 상품권(각7만원상당)  

하프단체시상

종목 순위 시상내역 비고
단체 1위 500,000 남자 4명,여자 1명
-5명이 손잡고 동시골인 해야합니다.
-동일 유니폼 입으셔야 합니다.
2위 300,000
3위 200,000
4위 상품권(100,000)상당)
5위 상품권(100,000)상당)
6위 상품권(100,000)상당)

최다단체 참가상

종목 순위 시상내역(동호회 지원금) 비고
최다단체참가 1위 1,500,000  
2위 1,000,000  
3위 700,000  
4위 ~ 5위 200,000  
6위 ~ 10위 100,000  

기념품

전원 푸마(정품)바람막이(풀코스,하프,10km)

기념품

전원 푸마(정품)티셔츠(5km)

기념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