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제21회 삼척 황영조 국제마라톤대회(2015/04/25)-FULL

HoonzK 2015. 4. 28. 00:48

 대회 전날 밤 11시가 넘어 겨우 잠들었다. 좀 잤나 싶었는데 12시였다. 그로부터 1시간 30분.... 긴장 상태로 비몽사몽간을 헤매었다. 2시에 집을 나섰다. 2시 40분쯤 심야운행버스를 탔다. N16번 버스. 1850원이 찍혔다. 시청까지 가면서 좀 쉬려고 했는데 앉을 자리가 없고 서 있을 공간마저 그다지 여유가 없었다. 꼼짝없이 서서 책만 읽고 있었다. 새벽인데도 천천히 시간에 맞추어 운행하니 무려 50분이나 걸렸다. 아주 몸을 피로하게 만들고 나서야 덕수궁 앞에 정차된 셔틀버스에 올랐다. 거의 만석이었다. 맨 앞 자리에 앉았다. 앞 좌석에 사람이 없으니 갑자기 좌석을 뒤로 젖혀 사람을 피곤하게 할 일은 없었다.

 

 3시 50분에 출발한 버스는 5시 반경 횡성휴게소에 들렀다. 부지런히 밥을 먹고 오는 사람들. 나는 삼각김밥 하나만 먹고 화장실에 들른 뒤 바로 차에 올라탔다. 그저 눈만 감고 있었다. 지방에서 달리고 버스를 이용하는 날에는 잠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지 않았던가? 7시 30분에 삼척 엑스포광장에 도착했다. 풀코스 출발 90분 전이니 여유가 생겼다.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이곳저곳 두리번거리거나 좋았다. 특전사님 가족을 따라 다녔다. 막둥이가 어느새 중학교 2학년이라고 한다. 민소매를 입은 특전사님은 어떻게 반팔티셔츠를 입고 뛰느냐고 물었다. 덥지 않으냐고? 그냥 습관이라서 별로 의식이 안 되네요. 함찬일님께는 꼭 우승하라고 응원을 보내었다. 달해아름다워님은 출발 직전 내게 달려와 오늘은 이름을 외워야겠다며 내 배번을 유심히 보셨다. 지난 주 함께 달렸던 분에게서 내 소식을 들었는데 몇 킬로미터 남기고 날아가더란다. 그때와는 오늘 다르겠지요. 오늘 남자 풀코스는 100등까지 시상을 한다고 하는데 3시간 40분대로는 뛰어야 트로피를 받겠지요. 잠도 못 잤고 구름 한점 없으니 무척 덥겠어요. 코스도 오르막이 몇 번 나오는 것 같은데요. 그냥 4시간 페이스메이커 따라 달려야지요. 님께서는 여자부 꼭 우승하세요. 지난 주 뵌 손모철님도 나를 먼저 알아 보고 인사하셨다.


 출발 선상에서는 자꾸만 뒤로 물러났다. 4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보다 뒤에 있었다.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씨였다. 잠을 자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피곤함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첫 1킬로미터 표지판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는데 표지판을 지나면서 시계를 보니 5분 50초가 흘러 있었다. 좀 늦네. 하지만 3킬로미터 지점에서 시간을 체크하니 SUB-4 기준 기록인 17분에서 50초나 빠졌다. 이게 웬일인가? 이렇게 달리고 보니 4시간 페이스메이커는 뒤쪽으로 보내게 된다. 기준이 없어졌으니 수시로 다른 기준을 찾게 되었다. 캥거루 주머니를 달고 달리는 사람. 저 사람이야. 나를 제치고 간 사람. 꾸준히 따라가면 되겠어. 달리다가 고개를 들어 캥거루 주머니를 찾는데 나보다 100미터 이상 앞서서 달리고 있었다. 달리다 보면 4킬로미터 전후하여 한치터널을 만나게 되는데 터널 입구까지는 오르막이었다. 벌어 놓은 시간을 다 까먹을 기세였다. 지하자원을 실은 트럭이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데 터널 안에서는 탱크가 몰려오는 것처럼 무섭게 느껴졌다. 터널을 빠져나가면서 내리막. 이제 평탄하다. 시계를 무시하고 있다가 10킬로미터 지점에서 시계를 보았다. 56분을 넘지 않으면 성공이지. Oh, my goodness! 53분 09초. 이게 가능한 일일까? 4월 4일 경주에서 풀코스, 4월 12일 서울에서 풀코스, 4월 19일 광주에서 풀코스, 그리고 6일만에 삼척에서 풀코스. 피로가 누적되었을텐데  오히려 빨라졌다. 옆구리 살은 두툼하게 잡혀서 걱정스럽기만 한데 이 무슨 도발인가? 이것도 익숙하고 친숙한 곳에 돌아왔기 때문인가? 20대 후반,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열흘 동안 걸어내려갈 때 지나갔던 길을 일부 달리고 있었다. 내가 걸었던 길을 찾아와 뛰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그 당시에도 달리기는 좋아했지만 풀코스를 달리게 되리라곤 꿈도 꾸지 못하였다. 도대체 풀코스를 달리는 사람들은 뭐하는 사람들이야? 그런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너는 왜 그렇게 마냥 뛰어다니니라고 물었을 때 이듬해 마라톤 대회에 나가련다고 서슴없이 떠들었지만 그때도 풀코스를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달리고 있다. 생애 88번째의 풀코스를. 올해만 해도 11번째의 풀코스를.

 15킬로미터 지점. 황영조의 고향답게 공인 기록 표지판을 세워 놓았다. 양철로 된 표지판을 살짝 때려 본 뒤에 지났다. 햇볕은 한없이 따갑게 쏟아지는데 시커먼 임팔라같은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오고 있었다.  엘리트 흑인 선수들이었다. 대부분 케냐 선수들일 것이다. 엄청나게 빠른 페이스였다. 손을 흔들었지만 어느 누구도 반응하지 않았다. 1등 2천만원 상금을 포함하여 6등까지 총상금 5200만원이 걸려 있으니 메이저급 대회에 못지 않다. 국내 마스터즈 1등은 언제 올까 생각하면서 달리는데 어느새 오르막이었다. 바다를 따라 달리면 오르막을 피할 수 없는 일. 각오하고 있었다. 17킬로미터를 넘어섰을 때 마스터즈 선수가 보였다. 1등은 김승환, 2등은 함찬일님인데, 함찬일님이 그림자처럼 따라붙고 있어서 역전이 가능해 보였다. 응원을 보내는데 함찬일님은 답을 하지 않았다. 리액션을 보일만한 여유는 없어 보였다.

 

 오르막을 빠져나가면서 보니 내리막도 적지 않았다. 반환하기 전 내리막이 적지 않으니 삼척황영조 국제마라톤 코스는 돌아올 때가 훨씬 힘든 코스가 될 듯 싶었다. 25킬로미터 지점에서는 단단히 각오해야 할 것같았다. 도로변 갓길에는 자전거 도로가 조성되어 있었는데 한번은 왼쪽, 또 한번은 오른쪽을 왔다갔다 하며 아주 혼란스럽게 달렸다. 앞 주자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길을 건너가며 갈지자로 달리고 있었다. 체력 소비가 더 심했다. 달리면서 또 확인하는 것은 캥거루주머니였다. 50미터 이내로 간격이 좁혀졌다. 여자 1등이 지나가고 곧 이어 달해아름다워님이 나타나셨다. 조금만 분발하시면 따라잡을 수 있겠다고 소리를 질렀는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만난 특전사님은 팔을 들어 내 응원에 반갑게 답해 주셨다. 햇볕이 워낙 강해서 평소 쓰지 않던 모자를 쓰고 계셔서 알아보지 못할 뻔도 했다.


 황영조 마을이 나오기 전에 반환하게 되는데 장쾌한 바다 풍경이 피로를 풀어준다. 삼척 황영조 국제마라톤의 맛은 이런 것이었다. 반환점에서 동해 바다를 실컷 볼 수 있다는 것. 에너지 충전 완료. 21킬로미터 지점. 캥거루주머니 주자를 제쳤다. 반환한 후 제공되는 스포츠겔을 챙겼다. 1시간 53분대. 후반도 똑같이 달려주면 3시간 46분대가 가능해 보이지만 장담할 수 없었다. 돌아갈 때 오르막이 더 많고,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만나는 오르막은 스피드를 떨어뜨릴테니.....

 

 반환한 후 좋은 점은 딱 하나. 햇볕을 등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반환하기 전까지 맞바람을 받으며 달렸기에 반환한 후에는 바람이 뒤에서 밀어주겠거니 기대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덥기만 했다. 캥거루 주머니 주자가 내 뒤로 갔으니 내게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했다. 100회 마라톤의 연보라색 유니폼. 꾸부정한 자세로 달리고 있지만 내내 내 앞에서 달리는 분이 기준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미군이었다. 등에 'Enriching Veterans' Lives'라는 문구를 새기고 달리는데 매우 강해 보였다. 25킬로미터 지점은 사람의 진을 빼어 놓는 오르막이 있었다. 결국 대부분의 주자들이 달리다가 힘들어 걷고 있었다. 스피드는 떨어졌지만 절대 걷지 않았다. 거기서 100회 마라톤 주자와 미군을 제쳤는데, 100회 마라톤 주자는 다시 따라오지 못했지만, 미군은 내리막이 나오자 다시 따라붙었다. 잠시 동반주했다. 말을 붙여보고 싶었지만 이어폰을 끼고 달리고 있어 말을 걸지 못했다. 나 건드리지 마라. 이어폰을 착용한 사람은 늘 그렇게 말하는 것같으니...... 몇 번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더 이상 오르막이 없었다면 미군 청년을 이기기 힘들었겠지만, 이따금 나타나는 오르막에 37킬로미터에 다시 만나는 한치터널까지 이어진 긴 오르막, 터널을 빠져나가기까지는 쭉 이어지는 오르막에서 승부가 갈렸다. 30킬로미터 지점을 지나면서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달리던 스포츠겔을 꺼내어 먹은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신체에 힘을 넣어주는지 알 수는 없지만 심리적 도움은 틀림없이 주는 게 스포츠겔이었다.


 38킬로미터 지점을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이제 6분 페이스로 달려도 3시간 40분대에 골인할 수 있음을. 그런데 너무 지쳤다. 그래도 갈 수는 있을 것이다. 잠을 제대로 못 잤어도, 뙤약볕 아래 3시간이 넘게 달렸어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달려온 레이스를 돌아보면 15킬로미터를 지난 이후에는 어느 누구에게도 추월당하지 않았다. 일주일 전과 비교하여 후반이 너무 힘들었다. 그때는 축축하게 젖은 날씨라 큰 도움이 되었던 게 사실이었다. 페이스를 줄여도 3시간 40분대가 가능하다지만 더 올리면 올렸지 늦추려고 하지 않았다. 40킬로미터를 넘어섰다. 다 왔으니 마지막으로 힘을 내자. 2킬로미터를 남기고 여러 명을 제쳤다. 거기서 내 순위가 바뀌었다. 양팔을 들어 자랑스럽게 골인 아치를 통과한 후 내게 주어진 것은 '입상대기-97위'라는 종이였다. 40킬로미터를 넘겨서 분발한 것이 100위 밖의 나를 97위로 밀어올린 것이었다. 곰취나물 1박스와 트로피. 풀코스로 상을 받는 것은 처음이었다.

 사실 넷타임으로 측정하면 나는 좀더 여유가 있었다. 몇 사람은 내 뒤로 밀려야 했다. 하지만 건타임으로 측정하다 보니 97위가 된 것이었다. 운영본부에서 트로피와 상품을 받으려고 마냥 대기하다 보니 몹시 지쳤다. 젖은 옷을 그대로 입고 기다리다 보니 체온이 떨어지면서 몸이 축 늘어지는 느낌이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어. '입상대기-97위'라는 종이를 잘 챙긴 뒤 물품보관소에서 짐을 찾아 옷부터 갈아입고 다시 돌아왔다. 기다리던 줄이 짧아졌으니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바로 트로피를 받고, 입상자 명부에 이름과 생년월일 연락처를 기입하고 서명하고 난 뒤 곰취나물을 받았다.

 

건타임 3:47:45.62
넷타임 3:47:02.84

 

3시간 40분대 주자로 다시 돌아왔네.

 함찬일님은 2등과 거의 2분 차이로 마스터즈 1등을 차지하였다. 출발 전 내가 보낸 응원이 통한 것이었다. 달해아름다워님은 1등과 11초 차이로 여자부 2등을 하셨다고 했다.

먹거리 제공처를 오고갈 쯤 무대에서는 풀코스 생애 1천회 완주하신 임채호님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지난 해 춘마 때에만 해도 900회셨는데 불과 6개월만에 100번을 더 달리시다니 정말 가공할 이력이었다. 나는 그동안 16번 완주하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나는 몹시 지쳐 있었다. 배탈 기미도 있어서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간식을 거의 먹지 못했다. 잠시 몸을 추스린 끝에 셔틀버스를 타고 귀경하였다. 지방에서 열리는 마라톤을 당일치기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종목 참가금 기념품  제한시간 비고
5Km 무료 기념티셔츠
1시간 칩사용안함
10km 30,000원 월드런 선글라스 (5종세트)
삼척쌀1KG,완주메달,기록증
2시간 칩사용
Half 30,000원 월드런 선글라스 (5종세트)
삼척쌀1KG,완주메달,기록증
3시간 칩사용
Full 40,000원 월드런 선글라스 (5종세트)
완주패, 삼척쌀1KG,완주메달,기록증
5시간 칩사용
매니아(10Km/Half) 20,000원 삼척쌀1KG,완주메달,기록증 2시간
3시간
칩사용
매니아(Full) 25,000원 완주메달, 완주패, 삼척쌀1KG,기록증
5시간 칩사용

-10km, HALF, FULL 참가자 기념품 中 삼척쌀은 대회현장에 오시는 분들에 한해서 제공됩니다.

※VIP분들중 기념품을 원할때는15,000원을 입금해주셔야 합니다

 


-5km 삼척 관내 시민 &타지역 무료 참가
-5km 선착순 4,000명 사전 접수 (인터넷접수자)
-기념T 증정( 완주메달 없음)
-5km 삼척 관내 무료 참가자분들은 당일 현장 접수 불가능합니다. ( 접수 신청 바랍니다)

 



- 풀코스완주패는 제한시간 5시간안에 들어온 분들만 해당됩니다.
- 이번대회 풀코스는 완주패,완주메달 둘다 제공 됩니다. (제한시간 안에 완주자에 해당)



 

문의전화 ☞ 전마협 대전본사 TEL : 042)638-1080,1082,1084,1086 Fax : 042)638-1087
  ☞ 전마협 영남지사 TEL : 054)535-1080 Fax :054)531-1082
접수기간 2015년 4월 10일 까지
접수방법 인터넷접수
택배신청 주최측 택배발송 (단,5km 무료참가(개인,단체)현장배부)
계좌안내 농협:301-0099-1418-71 예금주:강원일보
   
※ 각 대회별 환불처리는 접수마감 후 10日이내에 처리완료 됩니다.

 

 

 

 

 

 

 

 

 

 

 

 

 

 

 

 가족들은 내가 트로피를 받은 것보다 곰취 나물을 받아온 것을 더 좋아한다. 트로피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곰취나물로 바로 요리를 시작하더라.

 

 

 

 

 

 지난 1월 31일 10킬로미터 입상한 것과 균형을 맞추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