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서울챌린지10K(2015/03/15)-10KM

HoonzK 2015. 3. 18. 18:55

풀코스 주자들 틈바구니에 뒤섞여 10킬로미터만 달렸다.

2킬로미터쯤 달렸을 때 누군가 내 어깨를 툭 건드리시며 인사하였다.

박연익님이었다. 페이스메이커로 늘 도와주셨던.....

거의 날아가는 페이스로 10킬로미터 주자인 나를 쉽게 제쳤다.

등에는 4월 12일 열리는 남북어린이돕기마라톤 홍보물을 부착하고서.....

박연익님은 3시간 10분대로 골인하셨는데 2킬로미터 남기고 내가 다시 제쳤다.

'등에 달고 달리시는 그 대회, 저 신청했답니다.'라고 외치며.....

풀코스 주자는 왼편 주로를 달리고, 10킬로미터 주자는 오른편 주로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3시간 10분 전후의 페이스로 역주하는 분들이라 확실히 빠르긴 빨랐다.

 

나는 10킬로미터만 달린다는 이유로 아주 여유를 부렸다.

밤을 새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TV보고 책읽다가 새벽 2시가 다 되어서야 눈을 붙였고, 5시를 조금 넘자 일어나 버렸다.

몹시 졸렸지만 그래도 10킬로미터니까 걱정할 것없어. 1시간만 걸리지 않으면 되는 거야.

56분 정도로 달리면 무난하겠군.

이동하면서 책을 읽었다.

 

출발 2시간 전에 대회장에 도착하다 보니 너무 여유가 많았다.

팔에 문신도 새기고, 아식스 홍보부스를 들락거리며 시간을 보내었다.

뚝섬유원지역의 음악분수를 맴돌며 홍대 밴드 공연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 출발 5분 전이나 되어서야 출발선으로 이동하였다.

내 앞에는 엄청나게 많은 주자들이 모여 있어서 출발 신호가 울리고 나서 3분이나 지난 뒤에야 아치를 통과하였다.

느그적거리며 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그래도 킬로미터당 페이스가 5분을 넘지 않았다.

잠실대교를 건너기 전에 풀코스 주자들과 만났다.

34킬로미터를 넘게 달려온 풀코스 주자들이 무척 힘들어지는 구간에서 10킬로미터 주자들이 매우 빠른 스피드로 도발하고 있으니, 풀코스 주자들에게 도움이 될지, 부담이 될지 모르겠다. 잠실대교 구간. 풀코스 주자의 경우 35킬로미터에서 36킬로미터를 지나는 시점이기에 무척 힘들어야 하지만 10킬로미터 주자는 고작 3킬로미터밖에 달리지 않아 아직 부담이 될리 없었다. 풀코스 주자라 하더라도 10킬로미터 부문으로 전환하여 달리는 분도 적지 않았다. '저 풀코스 주자인데, 10킬로미터로 바꾸어도 됩니까'라고 물어보는 주자들이 상당수 있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

 

10킬로미터 종목이 출발한 시각이 10시 30분이라 기온이 많이 올라 있었다.

반팔 기념티셔츠를 입고 달리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5킬로미터까지의 기록은 24분 초반이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스퍼트하였다.

매우 스피드를 올리다 보니 따라오는 주자는 없었다.

내내 되묻는 것은 나 자신, 이래도 되는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2006년 이 대회를 통하여 풀코스를 데뷔한 이후 2008년, 2010년, 2012년, 2013년, 2014년..... 내리 풀코스를 달렸던 내가 겨우 10킬로미터만 달리다니.....

마라톤 1004 카페 운영자인 박성국님(달리지 않고 36킬로미터 지점에서 응원만 보내고 있었다)을 부르며 인사했는데 그 분은 내가 풀코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잠실종합운동장 트랙으로 들어선 뒤 풀코스는 주로 안쪽으로 달렸지만, 10킬로미터는 바깥쪽으로 크게 돌아가야 했다.

300미터를 남기고 젊은 친구를 추월하려고 했는데 그는 스피드를 올려 추월을 허용하지 않았다.

150미터를 남기고 다시 추월을 시도했다. 그때는 100미터 달리기 하듯이 전력질주를 했기 때문에 추월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이번 대회 거리 표지판은 아무래도 잘못된 것같다.

5킬로미터 표지판이 나오고 난 뒤 37킬로미터 표지판이 나왔는데 반대로 되어야 정상이 아니었을까?

10킬로미터 종목에서 5킬로미터 표지판을 만난다는 것은 이제 5킬로미터가 남았다는 뜻.

풀코스 종목에서 37킬로미터 표지판을 만난다는 것은 아직 5.195킬로미터가 남았다는 뜻.

골인지점까지 잔여 7킬로미터 거리에서 10킬로미터와 풀코스는 달리는 구간이 정확히 일치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표지판은 주최측의 실수인 것같다.

8킬로미터 지점을 지났을 때 내 기록은 36분을 살짝 넘어가고 있었는데 10킬로미터 완주 기록은 47분 21초였다.

8킬로미터에서 36분대이니 45분 전후의 기록이 가능하겠다는 마음으로 밀어붙였는데 47분이 넘어버려 당황스럽긴 하였다.

줄곧 5분 이내의 페이스로 달렸고, 골인 직전에는 더 빨리 달렸는데 마지막 2킬로미터 기록은 10분을 넘었다는 것이니 이상했다.

기록 경신할 것도 아니었으니 오래 신경쓸 것은 아니지만.....

 

골인한 이후 EXID 공연을 볼 기회가 있었다. 요즘 대세인 이 걸그룹은 네 곡이나 불렀는데 '위아래'를 맨 나중에 불러 참고 기다려야 했다.

망원렌즈를 장착한 DSLR 카메라부터 스마트폰까지 수백 대의 기기가 EXID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가고 있었다.

큰 키와 늘씬한 몸매, 무대 매너, 노래 실력까지 지구인같지 않은 처자들이었다.

 

마라톤 용품 판매상이 잘 뛰었냐고 물어 보았다.

그 분은 내가 10킬로미터 뛰었는지 몰랐을 것이다.

 

 

 

 

 

 

 

 

 

 

 

 

 

대회요강

1. 서울국제마라톤 (풀코스)
일시 : 2015년 3월 15일(일) 오전 8시
대회장소 : 광화문광장
코스 : 광화문광장 → 잠실주경기장
주최 : 서울특별시, 대한육상경기연맹, 동아일보사, 스포츠동아
인원 : 20,000(선착순)
참가비 : 50,000원

<신청자격>
1) 만 18세 이상의 신체건강한 남녀.
2) 기록제한을 두지 않으며, 기록이 없어도 참가신청 가능
단 출발 구역(Zone) 배정 시 혜택을 받기 원하시는 분은 최근 2년(2012년 12월 이후) 사이에 열린 국내외 마라톤대회(전자계측 칩 사용대회)의 기록증을 팩스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서울국제마라톤 참가신청 시 동아일보사에서 주최한 3개 마라톤대회(서울, 경주, 공주)와 조선일보춘천마라톤, 중앙서울마라톤 등 5개 대회의 기록이 자동으로 확인됩니다

2. 서울챌린지10k (10km코스)
일시 : 2015년 3월 15일(일) 오전 10시30분
대회장소 : 7호선 뚝섬유원지역
코스 : 뚝섬유원지 → 잠실주경기장
주최 : 서울특별시, 대한육상경기연맹, 동아일보사, 스포츠동아
인원 : 5,000명(선착순)
참가비 : 40,000원

<신청자격>
누구나 참가 가능하며, 1시가 30분 이내 10km 완주 가능한 자

 

 

 

 

 

 

 

 

 

 

 

잠실대교를 건너고 있다.

 

바깥쪽으로 크게 돌아 골인하고 있다.

스피드를 올리다 보니 카메라 신경쓸 새가 없었다.

목에 둘렀던 버프가 손목에 감겨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