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마라톤 사무국입니다.
신청하신 셔틀버스는 해당지역 인원 미충족으로 셔틀운행을 하지 않습니다.
2015/02/10 11:00 am
사무국과 전화통화했다. 환불해 줄테니 계좌번호를 부르라고 하였다. 참가비도 환불해 주겠다고 했다.
아니다. 개인적으로 교통편을 확보하여 가겠다고 했다. 사무국에서는 참가가 어려우면 최대한 빨리 알려주어야 참가비까지 환불해 줄 수 있다고 하였다.
송금했던 25,000원의 셔틀버스 요금만 환불받았다. 개인적으로 교통편을 확보하다 보니 매우 바빠졌다. 대회 당일 새벽 0시 5분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간 다음, 대회를 마친 후 올라올 때는 울산역에서 KTX를 타기로 했다. 이 계획으로 교통비가 네 배로 뛰었다. 교통비도 교통비지만 차 안에서 토막잠을 자야 했고, 새벽 일찍 도착해 마라톤 출발 전까지 긴 시간을 보내는 것도 문제가 되었다.
차를 몰고 가다 졸음이 쏟아질 때 잠깐 차를 세우고 단 몇 분이라도 눈을 붙이면 피로가 풀렸던 경험을 기억하고, 버스 안에서 아주 조금이라도 자려고 노력했다. 잠은 잘 오지 않았다. 새벽 2시가 살짝 넘었을 때 선산휴게소에 도착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 담배냄새를 맡고 치를 떨었다. 내 좌석으로 돌아와 악착같이 잠을 청했다. 그래도 내겐 두 시간의 취침 시간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두 시간은 안락한 휴식 시간이 아니라 악몽의 시간으로 변했다. 너무 추웠다. 마치 냉동고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차창에서 밀려 들어오는 한기는 군대 시절 혹한기 훈련의 텐트를 떠올리게 했다. 내 좌석에는 여닫이 창문이 있었는데 마치 그 곳이 열린 듯 찬 바람이 새어 들어왔다. 혹시 뒤에서 문이라도 열어 놓았나 해서 돌아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도 추워서 몸을 뒤척이는 것은 아닐까 살피기도 했다. 오로지 나만이 추위 속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가방을 들어 창문에 붙이기도 하고, 비닐봉투를 꺼내어 창문에 대기도 했다. 빈 자리라도 있으면 당장 그리로 옮겨 가고 싶었지만 버스는 만석이었다. 잠은 못 자더라도 춥지는 말아야 했다. 이렇게 추위에 시달려 가면서 울산까지 내려가 달려야 하는가? 그것도 풀코스를 달려야 하는가? 아주 동태가 되어 차에서 내린 것이 새벽 4시 경. 울산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담배 냄새는 어디서든 났다. 돼지국밥부터 먹었다. 꼭두새벽에 돼지국밥을 먹다니 이건 미련한 짓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소화를 시키려고. 꾸역꾸역 다 먹은 다음 가까운 PC방에 가서 추위를 피하기로 했다. 거기서 살짝 잠을 청했다가 6시 반쯤 버스를 타러 가면 되겠다 싶었다.
PC방. 요즘 서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금연이 금지된 게 언제인데 좌석마다 담배꽁초가 수북히 담긴 종이컵이 있었다. 버젓이 담배를 피워물고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는 청춘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울산에서는 PC방에서 흡연해도 벌금을 물지 않는가. 담배냄새만 진뜩 맡고 1시간 남짓 있다가 빠져 나와야 했다. 453번 버스를 타기 전에 롯데리아에 가서 핫쵸코를 마시며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잠을 잘 수는 없었다. 여기서 잠들었다간 대회 출발 시간을 넘겨 버릴 수도 있었다.
453번 버스를 30분이나 기다려야 했다. 버스에 오르자 먼저 탄 달림이가 있었다. 눈빛을 주고 받았다. 그쪽도 뛰러 가시나 보죠. 내가 탄 이후에도 마라톤 대회 가는 사람의 복장을 한 승객들이 올라탔다. 그들과 같이 내리면 되겠구나. 초행길 근심을 덜었다 싶었다. 차 안은 따뜻했다. 시내버스가 우등고속보다 따뜻하다니. 따뜻하니 스르르 눈이 감겼다. 아차 하고 눈을 뜨니 승객은 아무도 없이 나 혼자만 남아 있었다. 기사에게 물어보니 벌써 내렸어야 했다고 했다. 딱 봐도 마라톤 참가자로 보였을텐데 좀 깨어주기나 하지. 서운하네. 건너편에서 버스를 타고 돌아가도 되겠지만 여유가 없었다. 택시를 잡아 탔다. 문수국제양궁장 가자고 했더니 기사는 마라톤 대회 왔느냐고 물었다. 서울에서 왔다고 하니 혀를 내둘렀다. 풀코스 뛸 거라고 했더니 또 한번 혀를 내둘렀다. 택시를 탔으나 문수국제양궁장까지 가지는 못했다. 양궁장까지 차가 올라가기 힘드니 중간에 내려 걸어가라고 했다. 시간을 많이 까먹었다.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긴바지를 입고 달릴까 하다가 긴바지가 비에 젖고 나면 나중에 입을 옷이 없을테니 반바지를 선택해야 했다. 달릴 복장으로 챙긴 후 짐을 맡기고 화장실 앞에서 줄을 서니 이미 8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두 칸밖에 없는 화장실이라 좀처럼 줄은 줄지 않았다. 8시 20분이 넘어가자 불안해졌다. 이제는 출발선으로 이동해야 하는 것 아닌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8시 25분 화장실 문이 열렸다. 나오는 사람이 물이 내려가지 않아요라고 했다. 덩어리들이 둥둥 떠 다녔다. 다른 칸을 기다려야 했다. 8시 27분에 들어갔다가 8시 29분에 나왔다. 화장실에 다녀온 상쾌함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무언가 남아 있는 듯한 찝찝한 느낌이었다. 화장실이 한칸만 남아 다들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만 있었을테니 마음이 편했겠는가? 부랴부랴 출발선으로 갔다. 이미 8시 30분. 출발이 2분 정도 늦어진 덕분에 숨통이 트였지만 스트레칭은 절대 부족했다. 1시간 전 453번 버스를 기다리면서 버스 정류장 옆에서 스트레칭한 것이 전부였다. 다리를 들었다 났다 하는 것으로 몸을 풀며 허수아비님을 찾았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언젠가 만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뒤에서 허수아비님이 나타났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마음같아서는 함께 달리고 싶지만 내 컨디션이 엉망이니 먼저 가시라고 했다. 가능하다면 후반에 스피드를 올려 보겠다고 말씀드렸다. (허수아비님과 만남 1)
문수산에는 눈이 쌓여 있었고, 주로에는 물이 고여 있었다. 차가운 날씨라 러너들은 허연 입김을 뿜어내고 있었다. 바람이 꽤 불었다. 오르막이 심심찮게 나타나기까지 했다. 잠을 거의 자지 못하고 풀코스를 뛰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우려감을 안은 체 달려 나가고 있었다. 지난 해 3월 2일 달렸던 진주남강마라톤이 떠올랐다. 기를 쓰고 달렸어도 4시간 18분대로 골인했다. 정확히 1년 전이다. 그 꼴이 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첫 1킬로미터가 5분 20초가 나왔고, 3킬로미터까지 16분 30초에 주파하였다. SUB-4가 무난해 보이는 페이스였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이 적지 않았다. 소변이 자주 마려워 달리다가 세 번이나 일을 보아야 했고, 대도시인 만큼 평탄한 대로를 달릴 수 있으리라 믿었지만 긴 오르막, 짧은 오르막이 불규칙적으로 출현하는 바람에 페이스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10킬로미터까지는 56분에 달렸지만, 그 이후에는 페이스가 떨어지고 있었다. 1차 반환 지점을 향하여 달리고 있는데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들이 보였다. 그 바로 뒤에 허수아비님이 역주하고 계셨다. (허수아비님과 만남 2) 이 페이스는 2차 반환 지점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허수아비님과 만남 3) 달리면서 후회하고 있었다. 어제 낮에 내려와 숙소를 잡고 편하게 잤어야 했어. 새벽에 돼지국밥을 먹지 말아야 했어. 배탈 기미까지 있으니 미치겠네. 돼지국밥이 충분히 소화되기까지는 얼마나 더 달려야 할까. 더구나 1월 이후 몸이 또 불어서 가벼운 느낌이 없었다. 달리다 수시로 옆구리를 만져 보는 것은 살이 쪘다는 것을 확인하는 셈이었다.
달리다 보면 달릴 거리가 줄어들면서 마음은 홀가분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피곤한 몸은 더 피곤해질테니 후반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날씨가 완전히 개었다. 비는 내리지 않았다. 문수산의 눈은 아직 녹지 않았다. 21킬로미터 지점에서 시계를 보았다. 2시간 10초가 지나 있었다. 하프에서 100미터 못 미치는 지점인데 2시간 10초라니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2월 15일 풀코스를 달리고 난 후 설날 연휴 기간 하프라도 한번쯤은 달려 주어야 했다. 울산마라톤 교통비에 보탠다고 참가비를 아낀 것이 문제가 된 듯, 속도감을 잃은 것같았다. 23킬로미터 지점. 왼쪽으로 빠지면 문수국제양궁장인데, 풀코스 주자들은 거리를 채우기 위하여 대회장에서 멀어져 가야 했다. 25킬로미터 지점을 넘어서기 전인데 선두 그룹은 이미 돌아오고 있었다. 아쉽지만 나 자신은 이쯤에서 SUB-4에 대한 욕심을 놓아버리기로 했다. 고단한 몸을 끌고 가면서 스피드까지 올리다간 살아서 달릴 기회가 더 이상 없을 수도 있었다. 조금 달린다 싶으면 기습 펀치를 날리는 오르막은 울산마라톤의 가장 큰 특징이 되고 있었다. 어느덧 30킬로미터 지점. 29킬로미터 지점에서 내내 갖고 달리던 스포츠겔을 먹었는데 주최측에서 파워젤을 제공하고 있었다. 30킬로미터 통과 기록이 2시간 48분, 조금 늦어도 2시간 50분은 되어야 SUB-4를 노려 볼 수 있는데 나는 2시간 54분 언저리로 통과하고 있었다. SUB-4 포기해 놓고 또 SUB-4를 떠올리다니. 조금 더 달려나가자 건너편에서 허수아비님이 나타나셨다. 두 팔을 들어올려 하트 세레모니를 해 주시니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느낌이었다. (허수아비님과 만남 4)
-피곤해 죽겠어요. 천천히 갈게요.
31킬로미터 지점에서 반환하였다. 내리막이 시작되었다. 그럼 반환하기 직전까지 오르막을 달리고 있었다는 말이다. 32킬로미터 지점. 3시간 5분이 지났다. SUB-4를 하려면 남은 10.195킬로미터를 55분 이내로 달려야 한다는 뜻이었다. 10킬로미터가 아니라 10.195킬로미터다. 195미터는 부담이다. 어떻게 스퍼트를 하더라도 그 195미터 때문에 SUB-4가 안 될 수도 있었다. 4시간 00분 10초, 이런 기록이 나올 수도 있었다. 또 한번의 소변을 보면서 30초 정도를 썼으니 시간 단축은 더 부담이 되었다. 35킬로미터 지점이 되면 살짝 스피드를 올려 보자는 생각은 했다. 진곡교를 돌기 전 허수아비님의 모습이 보였다. 의외로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빠르게 달릴 수 있다면 곧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진곡교를 건너자마자 맞바람이 치는데 레이스 후반의 맞바람은 울산마라톤의 또다른 복병이었다. 오르막이 몇 개 더 남아 있고, 개인적으로 수면 부족으로 피로가 심했으니 빨리 달린다는 것은 자제해야 했다. 그래도 36킬로미터를 지나기 전에 허수아비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허수아비님과 만남 5) 그 다음부터는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치달렸다. 여러 명의 달림이들이 내 뒤로 물러났다. 37킬로미터 지점에서 시간 체크. SUB-4를 하려면 더 빨라져야 했다. 38킬로미터 지점에서 다시 시간 체크. SUB-4를 하려면 이 정도 스피드로는 어림없었다. 39킬로미터 지점. 망했다. 오르막이다. 40킬로미터 지점에서 마지막으로 시간 체크. 3시간 5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남은 2.195킬로미터를 9분대로 달릴 수 있을까?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울 때에도 10분이 넘게 걸렸는데 가능하겠는가? 더구나 41킬로미터 지점에서 만나는 긴 오르막에서는 스퍼트를 할 수 없다. 고창고인돌이나 영동포도마라톤 대회도 골인 직전 오르막이 사람을 힘들게 하는데, 그 두 대회도 울산마라톤의 골인 직전의 오르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치고 또 치고, 내달리고 또 내달렸다. 문수국제양궁장의 인조잔디에 들어서자 주변의 사람들이 응원을 보내주었다. 주로에서 응원을 받으면 눈을 마주치고 손을 흔들며 웃어주곤 했다. 지치면 눈을 마주치지는 못해도 손은 흔들어 주었다. 그러나 이제는 일체 반응하지 못했다. 오로지 골인 지점을 향하여 달려 나갔다. 골인 지점의 아치 앞에 풀코스 시계가 눈에 띠었다. 3시간 58분에서 59분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나는 SUB-4를 해낸 것이었다.
3:58:43.43
완주메달과 기록증을 받고, 짐을 찾은 뒤 허수아비님을 기다렸다. 허수아비님과 오늘 벌써 여섯번 째 만나는 것이었다. 신복 로터리의 장수촌 24시 돼지국밥집에서 돼지국밥을 함께 먹었다. 울산역까지 태워주신 덕분에 울산역 출발 시간을 16시 22분에서 14시 52분으로 당길 수 있었다. 언제 다시 뵈려나?
대회요강
- 대회명제16회 울산마라톤대회
- 일 시2015년 03월01일(일) 08:00
- 장 소문수국제양궁장 일원 및 주변도로
- 참가부분풀코스 / 하프코스 / 10km코스 / 5km코스
- 참가비풀코스/ 하프코스/10km : 30,000원
5km : 15,000원 - 접수기간2014년 10월 30일(목요일) ~ 2015년 2월 4일(수요일) 18:00
- 주최울산광역시 생활체육회
- 주관국민생활체육 울산광역시 육상연합회
- 후원울산광역시
- 종목4개종목(풀, 하프, 10㎞, 5㎞)
대회일정
일자 | 시간 | 내용 | 비고 |
---|---|---|---|
2015.03.01(일) | 08:00 | 식전행사 | 대회본부 |
08:30 | 풀 출발 | ||
08:40 | 하프 출발 | ||
08:50 | 10Km 출발 | ||
09:00 | 5Km 출발 | ||
10:30 | 5Km, 10Km 시상식 | ||
11:30 | 하프, 단체상 시상식 | ||
12:30 | 풀 시상식 | ||
14:30 | 폐회 |
참가범위
종목 | 참가범위 |
---|---|
건강달리기 (5Km) | 남/여 연령 제한없음 |
여자부(풀,하프, 10km) | 연령 제한없음 |
남자부 (풀,하프, 10km) |
허수아비님께서 찾아주신 사진.... 그야 말로 1킬로미터는 지났고, 2킬로미터쯤인 것같다. 그런데 여기 오르막처럼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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